국내 박람회, 규모 커졌지만 '양보다 질' 우선돼야

'숫자 늘리기' 벗어나 해외 진성 바이어 확보 노력 절실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18-11-02 02: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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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화장품 박람회 비교 분석


[CMN 심재영 기자]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화장품 산업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박람회가 내수 진작과 글로벌 진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체들은 신상품과 시장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 정보 입수는 물론, 제품에 대한 문제해결 방안 강구, 구매결정, 업무 효율화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에 참가한다. 정보화 시대에 단기간에 정보획득이 가능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박람회야 말로 업체들에겐 내수 진작과 함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강력한 자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박람회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차기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박람회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싶지만 시장조사를 할 시간이 없는 경우, 낮은 비용으로 초기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 장소다. 타깃 시장이 바람직한 시장인지, 제품이 어떻게 인지되는지, 출시되기 전에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최소의 비용으로 시장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본지가 올해 열린 국내 주요 화장품 박람회 5곳의 개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최근 2~3년 사이 규모 면에서 상당한 발전이 있었음이 감지됐다. 특히 모든 박람회 주최사들이 참가 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에 초점을 맞춰 해외 진성 바이어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화장품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으며, 목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바이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초청되는가 하면, 일부는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전시 행정의 결과일 뿐이라는 비난을 받는 등 개선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제화장품원료·기술전

참가 업체, 병행 전시회 들러리 ‘불만’


전시 전문 업체인 경연전람이 화장품 개발을 위한 화장품 산업계 B2B 전시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16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킨텍스에서 제3회 국제화장품원료기술전(CI KOREA 2018)으로 열렸는데, 결론적으로 참가업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화장품 원료·소재, 화장품 OEM·ODM, 화장품 패키지 등 150개사가 173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주최측은 이 박람회가 화장품 생산 및 포장전시회인 Korea Pack 2018과 함께 국제포장기자재전, 국제제약·바이오·화장품기술전(COPHEX), 국제화학장치산업전 등과 병행 개최돼 연계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7개 전시회를 모두 합해 6만4,434명이 참관한 것으로 집계돼 포장기자재전이 열렸던 2년전(2016년) 보다 2천여명 가량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참가업체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참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주요 전시회가 킨텍스 제1전시장에 몰려 있어 화장품 전시회가 열리는 제2전시장에 오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주최측은 내년부터 이 박람회 개최 장소를 제1전시장으로 옮기는 등 화장품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B2B 전시회 변신 … 해외 80개사 매칭 성과


1987년부터 개최돼 국내 화장품 산업 전시회의 원조격인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COSMOBEAUTY SEOUL)는 올해 B2B 전시회로의 변신을 시도해 주목받았다. 한국국제전시와 (사)한국미용산업협회가 주최해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 1층 A홀 전관에서 열린 이번 박람회는 2018 국제건강산업박람회와 함께 열렸다.


14개국에서 참가했고, 해외 36개사를 포함해 350개사 520부스가 참가한 이번 박람회에는 해외 바이어 2,500여명과 국내 바이어 19,000여명이 참관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특히 해외 초청 바이어 프로그램과 1:1 비즈매칭 프로그램이 마련돼 80개사의 해외 바이어사와 참가업체 간의 매칭이 이뤄져 참가업체와 바이어 모두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공식 집계 결과, 5만673명의 참관객이 다녀갔고, 1만1,099건의 B2B 상담이 진행돼 상담액만 1억5237만 달러에 이르고, 계약 추진액이 4,690만 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1:1 수출 상담회를 통해서도 656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상담액 5,767만 달러, 계약 추진 1,379만 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터참뷰티엑스포코리아

해외 대형 유통 바이어 내한, 매칭 ‘호평’


지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인터참뷰티엑스포코리아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한 박람회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서울메쎄코리아와 리드케이훼어스가 공동 주최한 이 박람회에는 350개사 550부스가 참가했고 4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보다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레뚜알(러시아), 왓슨스(싱가포르), 피치앤릴리(미국), 필유니크(영국) 등 해외 대형 유통사를 비롯해 2500여명의 해외 바이어가 내한했고, 전문적인 온라인 비즈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업체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재작년까지 뷰티엑스포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서울메쎄코리아가 단독 주최하던 박람회로 올해 16회째를 맞은 이 박람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터참(InterCHARM)이라는 이름 아래 개최돼 화제가 됐다. 또한, (사)한국뷰티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코네일엑스포(KONAIL EXPO)를 동시 개최한 것도 전시회 내용을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대한민국 뷰티박람회

B2B·B2C 동시에 잡은 성공 박람회 ‘자리매김’


킨텍스가 주최해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뷰티박람회(K-BEAUTY EXPO KOREA)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은 있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화장품 관련 박람회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국내 430개사와 해외 64개사가 참가해 870부스 규모로 열려 국내에서 열리는 화장품 박람회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바이어 250여개사와 함께 국내 MD 24개사가 참여해 참가 업체들의 해외 판로 개척과 내수 진작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참가업체들의 만족도가 컸다. 또한, 주최측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뷰티 에디터로 고용해 SNS를 통한 박람회 홍보 효과를 노렸고, 참가 업체들도 박람회장 내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전개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참관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홍콩 사사(SaSa), 프랑스 세포라(Sephora), 미국 아이허브(Iherb), 독일 두글라스(Douglas) 등 유력 해외바이어가 참여해 1대1 수출 상담을 벌여 화제가 됐다. 그 결과 총3,497건의 수출 상담이 진행됐고, 1,386건 238억원의 현장 계약 추진 성과를 거뒀다. 작년에 비해 27% 늘어났고, 작년보다 월등히 많은 5만1,440명의 참관객이 다녀갔다.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지역 한계성 여실히 드러낸 ‘부실’ 박람회


2013년 5월 장장 24일에 걸쳐 열렸던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충청북도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번에 걸쳐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Cosmetics & Beauty Expo. Osong Korea)를 KTX 오송역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 박람회는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열렸으며, 국내 235개사가 304부스 규모로 참가했고, 국내 개최 화장품 박람회 중에선 가장 많은 9만1,000명의 참관객이 다녀갔다.


주최측은 이번 박람회가 B2B와 B2C를 모두 사로잡은 성공적인 박람회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으나 사실은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최측은 이번 박람회에 해외 바이어 561명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업체수로 보면 109개였으나 이중 실제로 참가업체와 상담을 진행한 곳은 61개 업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관광을 목적에 뒀거나 진성 바이어라고 하기엔 무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지적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번 박람회를 통해 이뤄진 현장 계약 수출금액은 125건, 8억여원에 불과했다.


또한, 주최측은 마켓관 규모를 대폭 늘려 B2B 뿐만 아니라 B2C도 만족시키는 박람회를 지향했다고 밝혔으나 B2B 중심의 기업관 부스 유치가 어려워지자 박람회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업체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결과일 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참관객들도 지역에서 열리는 박람회여서 들렀는데 마켓관에서도 살만한 게 별로 없고, 즐길 거리도 별로 없었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박람회의 지역 참가업체 중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을까 두려워 마지못해 참가했을 뿐이라는 경우가 다수였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박람회가 해외 수출 활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충청북도 예산과 청주시 예산 수억원을 끌어다 쓸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 같다는 견해에 대부분 공감했다.


화장품 업계를 위한 제언


수십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화장품 박람회에 비하면 국내 화장품 박람회는 이제야 제대로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K-뷰티가 주목받으면서 국내 박람회에 관심을 갖는 해외 바이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참관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진성 해외 바이어의 방문으로 박람회의 볼륨이 커지고 있지만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첫째, 박람회에 보다 내실을 기해 질적으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고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참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박람회는 2~3년 전과 비교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고 한류의 중심이 된 알짜배기 업체들은 참가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들의 참가를 늘려 해외 진성 바이어들이 스스로 박람회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다.


프랑스 전시 전문 업체인 뷰팀이 주최해 매년 4월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메이크업 인 서울은 메이크업 산업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B2B 전문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다섯번째로 열린 메이크업 인 서울은 넓은 전시회장이 아니라 콘래드호텔의 두 개층을 빌려 전시 부스와 컨퍼런스룸을 마련하고 소규모로 진행된다. 이 박람회에 참가하는 기업은 국내외를 합쳐 많아야 30여 업체 남짓이다. 방문객도 이틀간 3천여명 정도다. 물론, 규모가 작다고 해서 참가 부스 비용마저 저렴한 것은 아니다. 참가 업체들에 따르면 이 전시회의 부스 참가 비용은 1만2천달러(한화 1368만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하는 국내 대표 OEM 업체와 패키지 업체들이 다른 박람회를 제쳐두고 이 박람회에 고정 참가하는 것은 메이크업 인 박람회가 메이크업 산업과 관련해 세계적인 거물급 바이어 업체에게 자사 제품과 기술을 알리고 계약까지 맺을 수 있는 전무무후한 통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위기에 빠진 국내 화장품 산업을 살리기 위해 수출 지원에만 주력하지 말고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중국으로의 수출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정부와 협회, 단체, 지자체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국내 화장품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업체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으로 해외 박람회에 참가해 활로를 모색하기 일쑤다. 참가에 필요한 모든 제반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국내 박람회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국내 전시업체들이 세계 유명 기업과 바이어를 중심으로 DB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세계적인 전시 업체들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전시 업체와 견줄 수 있는 전문 전시업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시 업체인 리드(Reed Exhibition)의 경우, 막대한 양의 기업 DB와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주관하는 화장품 원료 전시회인 인-코스메틱스와 인터참뷰티엑스포코리아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큰 파워와 전시 노하우를 갖췄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충청북도가 매년 오송역에서 개최하는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는 전문 전시업체가 아닌 도청 바이오정책과 산하 바이오세계화팀과 엑스포운영팀이 진두지휘해 열린다. 보통 규모가 크면 볼거리라도 많은데 이 박람회는 규모도 작고 볼거리도 없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는 것이 전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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