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통 환경 '새판짜기' 시작한 한 해

브랜드숍 '지고' 편집숍 '뜨고' … 온라인 쇼핑 '폭발 성장'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18-12-21 16: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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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2018! 송년 기획특집] 2018년 분야별 결산 - 유통


[CMN 심재영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화장품 유통 채널이 올해처럼 요동친 해는 없었다. 과포화 상태에 이른 원브랜드숍이 과당경쟁으로 활력을 잃고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온라인을 비롯한 홈쇼핑 등 무점포 채널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것은 불과 한 두해 전의 일이 아니라 최소 5~6년 전부터 진행 중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변화의 정도와 크기가 업계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었다. ‘새판짜기’에 들어갔다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H&B스토어가 시판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하는 시코르가 점포수를 20곳까지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이마트가 전개하는 H&B스토어 부츠가 가세해 H&B스토어 시장이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부츠의 4파전으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내수 기반의 H&B스토어와 홈쇼핑, 온라인 및 모바일 유통은 급성장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편의점이 잠재력 높은 유통으로 떠올랐고 화장품이 주요 품목은 아니지만 이마트가 전개하는 생활용품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등장해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면서 수요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이 주목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자사 브랜드 편집숍인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에도 타사 브랜드를 취급하기 시작해 화장품 유통 환경의 새 변화를 예고했다.


브랜드숍 전성시대 ‘막을 내리다’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올해도 이어갔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소비자와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기반으로 호황을 누리다가 사드 사태 이후 좀처럼 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에 달한 가운데 H&B스토어가 빠르게 세를 넓혀 브랜드숍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유통 강자였던 브랜드숍은 유커들의 감소, H&B스토어와 편집숍의 공세에 점차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스킨푸드의 법정관리에 이어 브랜드숍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브랜드숍들은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행태 변화에 따라 온라인과 H&B스토어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려 하는데 가맹점주들이 이에 반대하고 기존 매장의 매출에도 타격을 주게 돼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H&B스토어, 대표 유통 자리매김


업계에 따르면 H&B스토어의 올해 시장 규모는 2조원 중반대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온 올리브영은 최근 3년간 매년 20%대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로드숍 대권주자로 자리잡았다. 작년 매출 1조4280억원으로 로드숍 시장을 통틀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격차가 크긴 하지만 2위를 다투는 랄라블라와 롭스 매출까지 합치면 지난해 H&B스토어 규모는 2조원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롯데백화점은 라코 등을 내세우면서 화장품 시판 유통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와 고객체험 강화를 강점으로 내세워 빠르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편집숍 기대주 부상 … 시코르·부츠 가세


신세계백회점이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해 2016년 론칭한 시코르가 무서운 기세로 매장수를 늘리고 있다. 12월 21일 현재 20호점을 돌파했다.


여기에 이마트는 2017년 영국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부츠를 한국에 들여와 국내 화장품 편집숍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부츠는 12월 20일 현재 34곳이 오픈됐다. 지난해 4월 론칭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에 비해 출점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또한, 예고한 대로 세포라가 내년 3분기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국내 화장품 유통은 H&B스토어를 포함한 화장품 편집숍의 전성시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이 자사 브랜드 외에 타사 브랜드를 취급하기 시작해 편집숍 경쟁에 가세했다. 9월말 선보인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에는 아이오페, 마몽드, 라네즈 등 자사 브랜드 외에 59개의 타사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LG생활건강이 전개하는 네이처컬렉션 역시 타사 브랜드도 취급하는 편집숍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 1,321개의 매장을 보유한 아리따움과 2년 반 만에 322개 매장을 보유한 네이처컬렉션의 앞으로의 향방이 화장품 시판 유통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삐에로쑈핑 등 새 플랫폼 등장


화장품 업체들은 편의점과 손잡고 유통채널 다변화 전략을 꾀했다. 접근성이 편리한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많게는 전국 1만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 접근성을 높였고, 이를 최대 강점으로 삼아 기초, 색조 화장품은 물론, 남성 그루밍 제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는 450종, 씨유(CU) 130종, 세븐일레븐 113종 등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24도 신세계푸드와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이 협업해 만든 마스크팩의 판매를 시작했다.


편의점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CU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2014년 6.6%, 2015년 10.8%, 2016년 13.3%, 2017년 18.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1월부터 10월까지 매출 성장률이 14.6%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남성용 화장품만 놓고 봐도 2015년 5.5%에서 2016년 8.4%, 2017년 12.1%로 확대됐다.

화장품 브랜드숍이나 편집숍을 찾기 어려운 지방에서는 편의점이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처 역할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이마트가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론칭한 삐에로쑈핑이 화장품 판매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삐에로쑈핑은 ‘펀 앤 크레이지(fun& crazy)’를 표방하는 ‘요지경 만물상’으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마트는 부츠 명동점 영업을 10월 31일 종료하고 건물을 리뉴얼해 삐에로쑈핑 명동점으로 재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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