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쁜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소비의 중심은 '나', 나심비 충족시키는 필환경 맞춤형 제품 인기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18-12-28 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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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화장품 키워드 PIGITAL - PI ck me


[CMN 박일우 기자] 사람은 누구나 제 잘난 맛에 산다. 남들이 보기에 잘났건 못났건 간에 대개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며 산다. 잘난 것을 표현하는 게 과시다. 따지고 보면 겸손도 일종의 자기과시의 포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자기과시 없는 겸손은 자기비하일 뿐이니까.


과한 생각이라고? 글쎄, 최소한 화장품 종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자기과시 없는 소비자에게 화장품을 팔어먹을 자신이 차고 넘친다면 모를까.


자기애 표현의 첨병 화장&패션


예부터 세상의 중심은 ‘나’였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세상에 대놓고 ‘나를 봐 달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19년 올해, 이런 목소리는 방방곡곡 울려퍼질 전망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특별하게 보이기 위한 자기과시의 표현은 다양하게 발현된다. 가장 직접적이고 확고하게 나타나는 게 자기치장, 즉 외모 가꾸기로 화장과 패션, 악세사리 등이 첨병으로서 역할을 한다.


화장품 주력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와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들은 특히 이런 자기과시를 위한 표현에 매우 적극적이다. 날 때부터 사람과 사람 간 대면소통보다 ‘0과 1’의 조합으로 이뤄진 디지털소통 익숙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특별한 자기애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자기표현에 가치를 부여한다.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점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공감에 있었겠지만 장기 흥행의 비결은 오롯이 나의 삶에 중심이 맞춰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뭔가’가 있다는 전제 아래- 파노라마에 있다. 바꿔 말하면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나 혼자 ‘잘’ 사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는 선물 ‘셀프-기프팅’


이 같은 자기과시 성향은 ‘나’를 중심으로 하는 소비생활로 현실에 반영된다. 지난해말부터 널리 회자되는 ‘셀프-기프팅(self-gifting,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단어는 이런 소비행태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다.


대개 선물이란 소중하게 여기는 누군가에게 주거나 혹은 받는 행위지, 스스로를 위한 소비에 선물이란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이런 익숙지 않는 셀프-기프팅 트렌드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이 나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하는 방식으로 해석되며, 올해 소비패턴을 지배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한 나를 위한 소비에도 정석은 존재한다. 보다 특별한 존재이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 때문이다.

특별함을 표현하는데 있어 최적의 도구는 돈이다. 뭐니뭐니(money money) 해도 ‘돈질’ 만한 위력을 가진 특별함은 없다. 드라마에 재벌집이 옆집마냥 나오는 이유다. 돈질 못 하는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기반으로 짝퉁명품산업이 번성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네이티브 디지털 세대인 밀레니얼과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는 좀 다르다. 이들은 명품을 사랑하면서도 명품에 국한되지 않는 소비행태를 지향한다. 금수저 물고 나온 건 약간 부럽지만, 경쟁자로 보진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타고난 것을 ‘인정’은 하지만 ‘꿇리진’ 않겠다는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특별함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화장품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친환경넘어 필환경 가심비넘어 나심비


돈과 자본에 찌들어 환경오염이 극심해지자 언제부턴가 친환경이 무엇에든 접두사가 됐다. 화장품에도 예외는 없어 친환경, 자연주의가 필수적인 단어가 됐다.


올해부터는 친환경도 모자란다. 이제 명실공히 필(必)환경 시대라고 봐야한다. 올해도 더마코스메틱 열풍이 지속되고 한 발 더 나아가 메디컬코스메틱이 활황세를 띨 전망이지만, 성공하려면 반드시 필환경 콘셉트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필환경 시대인 만큼 최소성분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 제품에 대한 소비자 갈구가 높아질 전망이다. 단순히 최소성분만이 아닌 필환경 최소성분이라는 점은 어려운 함정이다.


제품력과 콘셉트 사이에서 고민이 많겠지만, 어차피 갈길은 정해져 있다. 이런 경향은 제품 트렌드에도 반영돼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케어, 바디케어 등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올인원 제품의 수요와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성비, 가용비, 가심비 다음은 ‘나심비’가 될 전망이다. 가심비와 나심비의 차이는 세분화에 있다. 다수의 만족보다 오직 나의 만족을 최우선하는 주력소비층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제품과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만이 성공할 수 있다.


유튜브 기반 세포시장 형성


나심비는 유통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일인지향적으로 세분화된 제품은 유통망 단위에도 똑같이 적용돼 아주 작은 규모의 ‘세포시장(Cell Market)’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라이브 세상의 중심인 유튜브가 이 같은 세포시장의 핵심적 기반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튜브는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검색하고 대리체험하고 사고 팔고 과시하고 평가하고 평가받는 중추적인 세포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내가 중심이니 당연히 맞춤형화장품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올해는 아직 그 기술적 역량이 부족한 만큼 누가 얼마나 빨리 맞춤형(customize)에 근접하는 상품을 구현하는가 하는 명제보다 누가 나심비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콘셉트를 개발, 확산하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인다.


독특하고 특별하면서 남들보다 튀는 자기과시를 위한 화장과 패션, 악세사리의 조합이 더욱 횡행할 것이므로, 개인별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제품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소비자 공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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