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화장품 산업 미래 이끌 성장 동력

'혁신적 아이디어' 앞세워 화장품 고부가가치 시장 개척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19-10-11 10: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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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스타트업 동향 점검



[CMN 심재영 기자]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법적 의미는 창업 7년 이내 기업으로 규정되나 통상적으로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신생기업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오늘날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개발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 기업인 스타트업만의 숨은 힘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화장품 산업 생태계의 저변을 다지고 나아가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퓨처플레이 '뷰티 스타트업 현황']

2016년 뷰티테크 기업 60여 곳


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분야는 구매 빈도가 높고, 서비스와의 연계가 용이하며, 사치품에서 필수품까지 다양한 포지셔닝을 취할 수 있다는 범용성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는 분야다.


대기업들이 아직 눈을 돌리지 않은 틈새시장에 진입해 활약하는데 이런 스타트업 기업들을 ‘뷰티테크(beauty tech)’ 기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1,000개, 국내에는 60여 개에 달하는 뷰티테크 기업이 있다. 이러한 뷰티테크 기업들은 크게 정보제공, 채널, 제품, 뷰티서비스 등 4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정보제공’ 카테고리는 뷰티 업계의 인플루언서나 전문가들의 제품 리뷰나 추천 등 다양한 뷰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금까지 뷰티기업들은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장에 유통시키는 것까지 독점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기를 든 기업들이 정보제공 서비스 뷰티 스타트업 들이다. 이들 덕분에 소비자들은 개별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뷰티 팁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천 만 명이 넘는 유저를 보유해 화장품 업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가 이 카테고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화해는 최근 ‘화해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화장품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화해 쇼핑 내에서 소비자가 선택한 우수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 육성,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채널’ 카테고리는 새로운 유통경로를 개척한 스타트업을 가리킨다. 해외직구를 대행해주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구매 대행 비즈니스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틈새 유통경로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크로스보더의 경우 최근 한류와 K뷰티 붐을 타고 한국의 뷰티 제품들을 해외로 구매, 배송해주는 스타트업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뷰티 관련 스타트업 중 크로스보더 직구를 사업모델로 한 업체 비중은 해외의 경우 3%에 불과한데 한국은 11%에 달한다.


‘비투링크(B2LiNK)’가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100억 원이 넘는 투자 금액을 바탕으로 200개가 넘는 한국 브랜드를 취급, 중국과 동남아에 판매를 대행한다. 또한, ‘미미박스’와 ‘글로시박스’는 정기적으로 화장품을 구성해 발송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기반을 다진 스타트업 기업이다. 현재 10여 개 이상의 뷰티박스 정기 배송 업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제품’ 카테고리의 스타트업들은 실제로 뷰티 제품을 개발해 제조하는 뷰티테크 기업들이다. 굿즈컴퍼니의 우화만(우리 같이 화장품 만들어 볼래?)과 뷰티메이커스 등이 대표적이다. 우화만은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받아 화장품을 OEM·ODM으로 제조, 판매하는 뷰티 플랫폼이다. 매달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독특하고 획기적인 뷰티 상품을 기획하고, 실제품이 만들어지면 이를 우화만 스토어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을 통해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아이디어를 제출한 소비자와 쉐어한다.


뷰티메이커스도 제품 카테고리의 대표적인 뷰티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자칭 ‘뷰티 제조 소셜 펀딩 플랫폼’인 뷰티메이커스는 유명인들과 함께 뷰티 제품을 기획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펀딩을 받아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현재 시즌2를 진행 중이며, 메이커가 화장품 제조 시 어려워하는 모든 부분을 A부터 Z까지 지원한다.


뷰티테크 기업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좋은 아이템을 갖고도 생산할 곳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는 N15라는 제조 스타트업 회사가 있다. 국내 150개사 공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 이 회사의 주요 사업 내용이다. 고데기 형태의 헤어드라이어가 N15를 통해 출시됐다.


‘뷰티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서비스 생산자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를 가리킨다. 지역 내 뷰티숍들의 예약서비스를 대행해주거나, 반대로 고객이 머무는 장소에 생산자가 찾아오도록 만들어주는 중개 플랫폼으로 2016년 론칭한 카카오헤어샵이 대표적이다.


인텔리그룹 프럼에이의 분석에 따르면 뷰티 서비스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한 편이고, 별도의 인프라와 투자가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뷰티 시장이 이미 광범위하고 크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헤어드레서, 피부관리사, 네일관리사 등 전통적인 뷰티 서비스 생산자들과 고객을 이어주는 뷰티 서비스 플랫폼은 물론 새로운 아이템도 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요 화장품사 스타트업 지원 확대


최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들은 기술이나 설비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들과 기존 뷰티 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협업해 좋은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아모레퍼시픽 테크업플러스(AP TechUP+)’ 시즌2를 진행 중이다. ‘테크업플러스’는 스타트 업 육성과 발굴 노하우를 보유한 스타트 업 엑셀러레이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엔 비즈니스와 기술의 빠른 트렌드를 감지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스타트업에겐 안정적인 사업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 협력형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2017년 공개모집한 시즌1에서는 스타트업 110여 개 팀의 지원서를 받아 최종 5개 팀을 선발했다. 6개월간 투자금과 오피스 공간, 각종 교육과 멘토링 등을 제공했다. 시즌2에서는 서비스 분야까지 모집 대상을 확대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차세대 화장품 기술 개발에 앞장설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국내외 우수 뷰티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 기업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LG생활건강 미래화장품 육성재단을 출범시켰다. LG생활건강 미래화장품 육성재단의 주요 지원 사업은 ▲ 화장품 관련 기초 R&D 분야 연구지원 ▲ 우수 뷰티 스타트업 발굴 및 기술개발 지원 ▲ 대학생 장학사업 등이다.


이 중에서 우수 뷰티 스타트업 발굴 및 기술개발 지원 사업은 사업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기술적인 성장 잠재성이 높은 화장품·뷰티 분야의 국내외 기술기반 스타트업에게 초기 연구개발비와 생산설비 등 사업제반 마련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뼈대다.


국내 대표적인 OEM‧ODM 회사 2곳도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해 1월 4차산업 기반 화장품 스타트업 모집에 나섰다. 화장품 창업을 꿈꾸는 유망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제조부터 유통, 자금 등에 이르기까지 회사 설립과 성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한 ‘올인원(All-in-one)’ 패키지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최종 선정된 스타트 업은 한국콜마가 보유한 업계 최고의 제조 기술과 BGF리테일의 거대 유통망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최신 시장 동향과 트렌드 정보는 물론 사무실 공간 사용 등의 혜택을 받도록 했다.


코스맥스도 헬스&뷰티 분야 유망 기업 육성을 위한 혁신 생태계 구축 사업인 ‘같이! 같이!’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인터파크, GS리테일, 녹십자웰빙,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인터베스트, 삼성증권 등 7개사와 함께 헬스&뷰티 분야 유망기업 발굴과 육성에서부터 제품 개발, 생산, 판매 지원, 나아가 IPO(Initial Public Offering)까지 논스톱(Non-Stop)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계 최고 기업들이 아이디어 발굴부터 창업과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코스맥스는 중국, 미국, 태국 등 글로벌 법인을 통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세계 진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도 2015년 5월부터 ‘즐거운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전국 각지의 유망한 상품을 발굴하고 판로를 지원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생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아임프롬 허니마스크, 셀엑스브이 진짜다시마팩, 셀린저 드레스퍼퓸, 아꼬제 하이드레이팅 크림 등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스타트업 기업인 코스메틱벤처스도 ‘즐거운 동행존’의 수혜자다.


스타트업의 한계와 앞으로의 전망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국내에선 스타트업 열풍이 불어 뷰티테크 기업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좋은 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하고도 투자받을 곳을 찾지 못해 창업 3년 만에 문을 닫아야만 하는 뷰티테크 기업도 부지기수다.


크라우드 펀딩 및 스타트업 투자 기업인 와디즈(wadiz)는 지난 8월 말 발표한 ‘스타트업 펀딩 동향 보고서’를 통해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데스밸리(Death Valley)로 불리는 자금 고갈 시기의 극복 여부에 따라 결정 된다”고 밝혔다.

데스밸리가 주로 찾아오는 창업 3년에서 7년 사이 기업의 경우 제품‧서비스 연구개발(R&D)에는 성공했지만 사업화, 생산 능력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7년 뜨겁게 달아오르던 화장품 스타트업 창업 및 지원 열기가 지금은 시들해진 것 같다”면서 “정부와 업계에서 스타트업 지원 육성 사업을 일시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장기화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잠재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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