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유기농 시장 성장, 'ISO 9235' 기준 부상

글로벌 시장 천연 향 표준 지침 … 해외 인증기관, 대형 유통서 향 인증 기준 채택

신대욱 기자 woogi@cmn.co.kr [기사입력 : 2020-05-21 1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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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신대욱 기자] 전 세계 천연‧유기농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천연 향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천연‧유기농 화장품으로 인증 받으려면 천연 향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천연 향 수요도 늘어나고 있고, 향 성분의 중요도나 안전성 이슈도 떠오르고 있다


향 관련 안전성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 함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은 물론 국내도 알레르기 유발 향료 표시를 의무화했고, 일부 향 성분은 사용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천연 향에도 들어가는 아트라놀(나무이끼추출물)과 클로로아트라놀(참나무이끼추출물) 등의 향료가 국내외에서 사용 금지됐고, 레몬이나 귤에 함유된 시트랄과 라벤더에 들어 있는 리날룰, 열대 통카콩에 담긴 쿠마린 등은 알레르기 유발 표시가 의무화된 향료다. 천연‧유기농 화장품에 들어가는 천연 향에도 이같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각국의 향 관련 규제를 숙지해야 하는 이유다.


ISO 9235 따른 향 개발, 제품 채택 증가세


전 세계적으로 향 관련 안전성 이슈가 떠오르면서 ISO 9235 기준도 주목받고 있다. ISO 9235는 국제 표준기구 ISO가 천연 향(에센셜 오일)에 대한 정의를 내린 기준서다. 30여종의 천연 향을 정의한 국제 표준 지침이다.


국내는 ISO 9001(품질경영)이나 ISO 14001(환경경영), ISO 22716(우수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해외 천연‧유기농 화장품 시장에서 통용되는 주요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ISO 9235 기준은 천연‧유기농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ISO 9235 기준에 따른 향 개발이나 이에 부합하는 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미국의 리서치 기관인 퓨쳐마켓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FMI)에 따르면 전 세계 천연 화장품 시장은 2018년 기준 345억 달러(약 42조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FMI는 또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기록, 2027년엔 545억 달러(약 66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해 화학 성분 배제와 천연 성분 선호도가 높아지는 친환경 소비 흐름이 강해진데 따른 시장 성장세다.


ISO 9235 기준은 각국의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 수요와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연‧유기농 화장품은 국가별로 인증 기준이 다르고 통용되는 범위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에코서트(Ecocert)나 코스메비오(Cosmebio), 독일의 BDIH, 이탈리아의 ICEA 등이 유명한데, 이들은 민간 협회다. 유럽 주요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 회원사가 모여 만든 나트루(Natrue)는 까다로운 인증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의 USDA 오가닉은 농무부에서 주관한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인증기관이 있고 각국의 기준이 달라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각국 규정에 맞는 인증 기준을 따라야 한다.


국내 천연.유기농 인증제 시행, 천연 향 수요 확대


국내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천연 화장품은 천연 성분 함량이 95% 이상이어야 하며, 유기농 화장품은 유기농 성분 함량 10% 이상에 유기농 성분을 포함한 천연 함량이 95% 이상이어야 인증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기본적으로 합성원료는 천연‧유기농 화장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인증기관 3곳을 통해 인증 받아야 하며, 해외 인증기관 인증은 허용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 기준에 향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향 관련 규제 사항은 화장품법 시행규칙 ‘화장품 포장의 표시 기준 및 표시 방법’과 ‘화장품 사용시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 ‘화장품 안전 기준 등에 관한 고시’ 등에 25종의 표시 의무 향료 성분과 금지 성분 3종이 언급돼 있다.


ISO 9235 기준은 주로 해외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기관에서 인증 기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또 대형 유통 채널에서 독자적인 기준안으로 ISO 9235 기준을 따라 향을 첨가했는지 따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ISO 9235 규정을 따르고 있는 해외 인증기관으로는 유럽의 나투르와 독일의 BDIH 등이 있다. 나트루는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 기준의 천연 향 원료 항목에 ISO 9235를 반영하고 있다. 나트루는 관련 규정에서 “천연 화장품의 천연 향(예를 들어 에센셜 오일)은 ISO 9235에 부합하는 제품이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에센셜 오일에서 분리한 물질, 그리고 이로부터 재구성된 에센셜 오일까지 포함한 규정이다.


독일 BDIH 인증 기준에도 ISO 9235 규격에 상응하는 향료 사용을 규정하고 있고, 미국 대형 유기농 슈퍼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도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ISO 9235에서 정의한 천연 향 규정에 따라 추출, 제조된 향을 첨가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국제 표준 채택 각국 향 규제 대응, 신뢰 확보에 도움


ISO 9235는 천연 향인 에센셜 오일(the essential oils) 부문 내에서 이뤄지는 표준화 작업을 담은 기준서다. 에센셜 오일 부문에서 유래한 천연 원료와 제품을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SO 9235에 담긴 천연 향은 ‘앱솔루트(absolute)’부터 ‘엑스프리 에센셜 오일(x-free essential oils)’까지 33종을 다루고 있다. 앱솔루트는 콘크리트(concrete), 플로럴 포마드(floral pomade), 레지노이드(resinoid)에서 에탄올을 추출해 얻은 제품으로 규정돼 있다. 참고 사항으로 에탄올 용액에 관한 설명이 첨부돼 있다.


전체적으로 아로마틱 원료(aromatic raw material)와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 추출물(extract)로 구분해 수록하고 있다. 아로마틱 원료는 천연 원료(natural raw material)와 발삼(balsam), 검(gum) 등 8종이 규정돼 있다. 에센셜 오일류는 다양한 형태의 에센셜 오일 12종이, 추출물은 앱솔루트와 콘크리트, 레지노이드, 포마드, 아로마틱 워터 등 13종이 분류돼 있다.


이같은 ISO 9235 기준은 천연, 유기농 화장품 시장이 크게 형성된 미국과 유럽에서 천연 향 관련 필수적인 제품 선택 지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대형 유통 채널에서 제품 입점 고려 사항으로 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대형 유통 바이어들이 ISO 9235 기준을 따지는 것은 향 관련 규제 사항에 위배될 염려가 없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천연, 유기농 화장품 시장이 크게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향 관련 규제의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데, ISO 9235는 천연 향의 글로벌 표준이어서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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