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사고 있어야 ‘포스트 K-뷰티’ 가능
고기능성, 내추럴, 안전, 피부 맞춤형, IT 융합 등이 시장 주도
[창간 18주년 기획 I] 차세대 화장품 키워드 TONE UP - Post it
[CMN 신대욱 기자] ‘포스트잇’은 중의적인 단어다. 게시하다란 의미를 지녔지만 ‘다음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 무언가 적어야 다음 생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포스트잇은 3M에서 1970년 첫 개발한 사무용품 이름이다. 이후 붙이는 메모지를 일컫는 보통 명사로 굳어졌다. 포스트잇은 잘 붙는다. 쉽게 떨어지기도 한다. 처음엔 메모지가 아니었다.
접착제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표면에 상관없이 어디에나 붙는 강력한 접착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잘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패작으로 분류됐다.
그러다 3M의 한 연구원이 찬송가를 찾기 쉽게 붙이는 책갈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용도로 살아났다. 여기에 메모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의 포스트잇으로 자리잡았다. 잘 붙으면서 잘 떨어지는 성질이 신개념 메모지로 살아난 것. 일종의 발견과 역발상이 어우러진 셈이다.
이같은 일화는 현재 활용되고 있는 포스트잇과 어울린다.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과정이 그렇다. 포스트잇 한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제품 설명보다 ‘아이디어의 구현-시작부터 완성까지’란 슬로건 아래 창의성과 생산성, 교육, 마음잇기 등 다양한 활용 사례가 강조되고 있다.
어떤 규칙도 없이 떠오르는 대로 메모해 붙였다 떼어 버리면서 다른 생각들을 모아야 ‘다음의 것’을 이어갈 수 있다. 포스트 프로덕트의 출발이다. 새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K-뷰티’는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키워드로 ‘포스트 잇’을 택한 이유다.
역발상으로 K-뷰티 선도
새로운 것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거나 뒤집어 생각할 때 나타나기도 한다. 역발상에서다. ‘K-뷰티’ 대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비크림과 쿠션이 그렇다. 비비크림은 독일이 원조다. 피부과 시술 후 진정 제품으로 출발한 제품을 한국 화장품 연구진이 메이크업에 접목해 성공시켰다.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꾼 제품으로 손꼽히는 쿠션도 주차 확인 스탬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액체가 흐르지 않고 균일하게 찍히는 스탬프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유형의 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 쿠션 개발 이후 여성들의 수정 화장이 간편해졌고 베이스메이크업 시간도 단축됐다.
프리미엄 마스크 시트 시장을 이끌고 있는 러버 마스크와 붙이는 석고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러버 마스크는 기존 마스크보다 더 무거우면 안되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새로움을 발견했다. 붙이는 석고 마스크는 기존의 필오프 방식에서 시트처럼 붙이면 안 될까라는 역발상에서 출발, 새로운 유형을 찾아냈다.
맞춤형 화장품·IT 기술 융합 제품 부상
현재 ‘K-뷰티’를 넘어서는 ‘다음의 것(Post it)’, 포스트 프로덕트도 기존 흐름 안에서 다른 생각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역발상은 통합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약과 화장품, IT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융합기술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도훈 엔코스 피부과학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화장품 개발은 향후 고기능성과 내추럴, 고안심성, 피부 맞춤형, IT 융합 등 크게 다섯가지 키워드로 움직일 것”이라며 “그 안에서 어떤 고객에게 어떤 형태로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맞춤형 화장품이 부상하고 있다. 화장품법에 맞춤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전문판매업이 신설되면서 주요 업체들이 테스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코스모코스의 비프루브와 LG생활건강의 씨앤피, 키엘 등이다.
비프루브는 개인별 피부 상태에 따라 크림과 앰플을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스킨케어 ‘비프루브 스마트랩’ 라인을 출시했고 LG생활건강도 개인 피부타입과 고민에 따라 최적화된 1:1 레시피로 완성되는 맞춤형 화장품 ‘르메디 바이 씨앤피’를 내놨고 공식 매장도 오픈했다.
키엘도 조제약국의 전통을 살려 피부 진단 후 개개인 피부 고민을 찾아내 이에 맞는 앰플을 피부 강화 에센스에 섞어 사용할 수 있는 맞춤 화장품인 ‘아포테커리 맞춤 에센스’를 출시했다.
IT 기술을 접목한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코웨이가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개발한 뷰티기기 ‘ IoCare - Beauty’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피부 상태는 물론 라이프 스타일, 실내외 환경 등 다차원적으로 분석한 피부 진단 결과에 따라 1:1 맞춤형 에센스, 크림 등을 제공하는 스마트 뷰티 솔루션 기기다.
프랑스의 로미 파리는 라이프 스타일과 생체 리듬을 바탕으로 개인형 맞춤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캡슐 화장품 제조기를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프랑스 화장품 페어에서 선보여 주목받았다.
사물 인터넷을 접목한 인공 지능형 컨셉으로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외부 환경(공해 수치, 날씨, 운동 활동 등)을 분석해 개인별 피부 상태에 최적화된 제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기기다.
경계 허무는 융합기술 갈수록 진화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경계가 섞이는 융합기술도 다양하게 진화할 전망이다. 톤업크림이 대표적이다. 화이트닝 기능에 커버, 수분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주목받은 톤업크림은 컬러체인지 기술과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더해 한 단계 진화한 형태가 개발,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블루라이트 등 생활 자외선 차단에 기존 톤업크림의 기능을 더한 ABC데이션 톤업 쿠션을 개발, 상용화에 나선다.
한국콜마는 1인 가구 증가에 주목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융합기술을 선보였다. 필요에 따라 방울수를 조절해 내추럴 커버와 풀 커버 등 단계별 피부 연출이 가능한 신개념 파운데이션과 제형 변화로 시각적 효과를 주는 달빛 플로라 클렌저가 대표적이다. 달빛 플로라 클렌저는 천연 유래 꽃잎 성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물이 닿으면 젤에서 폼 제형으로 변화하는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다.
안전성 이슈도 지속될 전망이다. 코스온은 셀프 세이프티와 디펜스, 해피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올해 제품 트렌드를 전망한 바 있다. 셀프 세이프티는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노케미족과 스마트 소비자 등장에 대응해 피부에 안전하고 자극을 최소화하는 상품 개발 방향이다.
디펜스는 외부 환경 오염과 기후 위협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한 제품군이다. 해피는 일상 속에서 컬러를 통한 소소한 쾌락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다채로운 컬러와 컨투어 테크닉이 적용한 메이크업 제품군이 부상하리란 전망이다.
안티에이징 제품도 다양한 융합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티에이징 제품군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보다 영역이 강화되는 분야다.
국내 기능성 화장품 생산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20~30%대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서 확인된다. 여기에 저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 화장품 시장에서도 안티 에이징 부문은 성장률이 높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도 높은 분야다.
안티에이징 부문은 유전자, 스템셀, 미생물, 발효 등 다양한 바이오 융합기술이 접목되면서 향후 시장을 이끌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