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면 화장품 체험, 구매, 예약까지 한번에"

손 안대고 풀 메이크업·헤어 스타일 미리보기 가능해
가상 현실에 감탄하지만 개인 맞춤 서비스가 더 끌려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18-11-14 0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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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호 기획] K-BEAUTY 4.0 - 김미래씨의 2020년 스마트 뷰티 체험기


[CMN 심재영 기자] 불과 2년 뒤에는 화장품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 변화의 시작은 최근 불어오는 유통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비롯될 것이 분명하다.


원 브랜드숍이 몰락하고 헬스앤뷰티숍 등 멀티 브랜드숍과 편집숍의 위상이 높아지는데, 내년 3분기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 체인인 세포라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유통 공룡들의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유통들의 AI와의 결합은 더욱 치밀해지고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2년쯤 후에는 AI를 등에 업은 스마트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거나 가능성은 보였지만 불완전했던 것들이 테스트를 끝내고 실용화될 것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이 본격 시행돼 뷰티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원 브랜드숍이 물러난 자리를 맞춤화장품 매장들이 채우는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용실 예약도 스마트폰으로 한번에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헤어 타입을 분석해서 알맞은 미용실을 스마트폰이 알아서 추천하는 서비스도 실행단계에 접어든다.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2020년 어느 날 스마트한 하루를 가상 인물인 27세 커리어우먼 김미래씨의 일기장을 통해 경험해봤다.


하루 시작은 가상 메이크업으로

김미래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삼성 갤럭시폰을 켜고 빅스비(Bixbi)를 불렀다.


“빅스비, 오늘 화장 어떻게 할까?”


아모레퍼시픽이 삼성전자와 협업해 갤럭시폰에 탑재한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 비전’이 자동으로 실행되며, 오늘 하루 일정과 쇼핑할 목록 등을 분석해 가상으로 메이크업 룩을 보여줬다.


오늘은 오전 주간회의에서 새 프로젝트를 프레젠테이션해야 하고 오후에는 1건의 미팅 약속이 잡혀있다.


빅스비는 커리어우먼에게 어울리는 아모레퍼시픽 9개 브랜드의 메이크업 추천 룩과 추천 제품을 차례대로 보여줬다. 추천 제품 이미지 옆에는 아이콘이 쉴새없이 반짝거리며 구매를 유도한다.


김미래씨는 신상 립스틱 구매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가려다 통장 잔고가 없는 것을 깨닫고는 화장대 위에 있는 제품들을 이용해 서둘러 화장을 마친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 LG전자에서 새로 나온 띵큐폰을 꺼내든다. 결혼하자고 졸라대는 남친이 엊그제 선물한 신상 스마트폰이다.


김미래씨는 신상폰 카메라에 기본 탑재돼 있는 ‘오늘 나의 메이크업’ 앱을 실행한다. LG생활건강이 LG전자와 협업해 만든 앱으로, 스마트폰 사진 촬영 또는 사진 불러오기로 선택한 사진 속의 메이크업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화장 평가는 메이크업 총 합계 점수와 항목별(베이스, 아이, 쉐이딩, 립, 아이브로) 세부 점수로 나뉘며 전문가의 코멘트가 함께 제공된다.


“오늘 화장 최고예요.” 낯선 남성의 목소리지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김미래씨는 평가받은 메이크업 정보에 기분이 좋아져 스마트폰의 저장 버튼을 꾹 누른다.


“내친 김에 ‘화장의 달인’에 도전할까?” 화장의 달인은 높은 평가 점수를 받은 사용자들이 화장 평가를 공유하고 열람할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이다. 사용자들은 전문가의 평가를 받은 메이크업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김미래씨는 도전 버튼을 누르려다 단념한다. 이러다간 회의에 늦을 것 같아서다.


나만의 화장품 “그게 가능해?”


김미래씨는 회의를 마치고 이화여대 근처에 나갔다가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맞춤형 화장품 매장 르메디 바이 씨앤피(ReMedy by CNP)에 들른다.


올해 맞춤형화장품 판매업이 신설됐고 최첨단 기술과 융합된 맞춤형화장품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김미래씨도 호기심에 발동이 걸렸다. ‘그래도 처음 생긴 맞춤형화장품 매장이니 제일 낫겠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전문가 임을 자처하는 직원이 피부 측정과 인터뷰를 할 것을 권유한다. 라이프스타일과 피부고민을 확인하고 피부측정기기로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결제했더니 매장 직원이 고유 제품 번호와 이름이 라벨링된 50ml 사이즈의 ‘나만의 세럼 EX’를 가져다 준다.


매장에 들어선지 20분 밖에 안됐는데 완벽한 패키지에 담겨져 온 세럼을 보고 김미래씨는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을 위한 화장품이라니 오늘은 왠지 왕비가 된 것 같다.’


세포라 한국 1호점, K-뷰티가 점령


오후에는 미팅 약속 때문에 강남으로 출동. 2019년 3분기에 문을 열 거라던 세포라가 공언한대로 한국에 진출했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은 세포라 1호점에는 파리와 뉴욕 출장 때 눈여겨 봐뒀던 핫 아이템이 한가득이다. 김미래씨는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가 평소 좋아하는 L사에서 출시한 신상 립스틱을 뉴욕 세포라에서 구매했다는 소식을 오전에 접하고 불이나케 세포라 1호점으로 달려왔던 터였다.


“아, 언제 한국에 들어올지 모른다구요?” 신제품이지만 한국 출시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직원의 말을 들고 김미래씨는 세포라라고 다 같은 세포라가 아님을 새삼스레 느꼈다.


외국인들은 한국사람들을 호구로 보는지, 출시일이 본국보다 한두달씩 늦고 가격은 인터넷 직구보다 비싸다.


김미래씨는 다소 실망해서 매장 안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한번 더 놀란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K-Beauty존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가는 국산 제품들이 즐비했다.


쿠션과 비비크림에서부터 다양한 마스크팩 제품까지 갖췄고 2년전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협업해 출시한 ‘가자(Kaja)’브랜드의 풀라인이 당당히 매장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미래씨는 ‘세포라 한국 매장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는 한국 제품들이 외국 세포라에서도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즐거운 쇼핑


김미래씨는 내친 김에 인근 화장품숍들도 둘러보기로 한다. 미팅 약속 시간은 아직도 한시간 넘게 남아 있었다.


3년 전인 2017년 9월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스토어로 선보여진 올리브영 강남 본점은 최근 스마트 스토어 기능을 더 강화했다.


김미래씨는 올리브영 강남 본점 1층의 메이크업 셀프바부터 찾았다. 가상 메이크업 애플리케이션이 장착된 거울은 립스틱부터 블러셔, 파운데이션까지 주요 색조화장품을 AR을 통해 간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바르고 지우고 바르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여주는 것이다. 얼마전 이 셀프바가 업그레이드 돼 피부톤까지 한번에 확인이 가능해졌고 내게 맞는 화장품도 추천해 준다.


올리브영에 새로 설치된 스마트 거울은 가까이 가기만 해도 피부 유·수분 함량, 민감도, 피부 고민 등을 체크해 피부 나이를 측정하고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준다.


스마트 거울은 피부가 상했으니 관리가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김미래씨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백설공주의 나쁜 왕비가 된 기분이 든다.


김미래씨는 올리브영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에 들어선다. 이름처럼 ‘살아있는 신선한 고객 체험 콘텐츠’를 선사하는 새로운 개념의 멀티 브랜드숍 플랫폼을 지향하는 곳이다.


‘여기선 올리브영처럼 무조건 피부관리를 받으라는 소리는 안 하겠지.’ 김미래씨는 매장 중앙에 위치한 아리따움 뷰티 바로 향한다. 아모레퍼시픽 전문 연구원과 전문 뷰티테이너 스텝들이 피부 진단을 해주고 프리미엄 뷰티 솔루션과 어드바이스를 제공한다.


“올리브영의 AI와 얘기하는 것보다 전문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피부 고민을 상담하니 후련하다.”


미용실 메뉴 변경도 간편하게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데 스마트폰에 카톡 알림이 떴다. 미용실 예약을 해두었던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카카오 헤어샵에서 인기 디자이너에게 시술하려고 한달을 기다려서 겨우 예약에 성공한 참이었다. 이번에도 놓치면 언제 다시 그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게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미래씨는 예약했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서둘러 미용실로 향한다. 미용실로 가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오늘 하게 될 염색과 커트 시술을 하고 나면 어떻게 변신할지 미리 살펴본다.


아무래도 어색한 것 같아 디자이너와 카톡 대화로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한다. 서로 옥신각신하다 결국 메뉴를 바꾸는데 성공하고, 구체적인 것은 미용실에서 직접 만나 얘기하기로 했다.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는 김미래씨의 미용 실패 경험담을 귀담아 들으며, 완전한 변신을 꿈꾸던 원래 계획을 바꿔 차분한 변화를 시도할 것을 권했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군. 완전 마음에 들어!’ 미용실 문을 나서는 김미래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급하게 메뉴를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카카오 헤어샵을 자주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가상’은 단지 ‘가상’일 뿐


김미래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파란만장(?)했던 하루를 되돌아본다. 화장품과 뷰티를 좋아하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이 모든 스마트한 변화는 흥미롭고,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 스마트 기기와 시스템이 아무리 발전해도 실제가 아닌 가상이기 때문일게다. 실제로 경험해보기 전에 AI가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봐야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스마트폰 가상 메이크업과 AI의 피부 진단을 통한 제품 추천 보다는 맞춤화장품 매장에서 뷰티 전문가가 해줬던 진심어린 조언, 헤어 디자이너를 만나 대화하며 오늘 기분까지 고려해 해줬던 스타일링이 더욱 값지게 여겨진다.


김미래씨는 잠들기 전 스마트폰의 빅스비 자동 알림 기능을 꺼놓는다. 내일 아침은 빅스비의 낯선 목소리가 아닌 남자친구의 따뜻한 목소리에 잠이 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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