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경쟁력 원천 내수시장 활성화에 초점"

국내서 떠야 해외서도 러브 콜···맞춤형화장품 제도 등 활용 신수요 발굴해야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1-01-01 13: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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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년 기획] 2021 /K-Beauty/ ALIVE - Enclosure


[CMN 박일우 기자] Enclouse는 울타리를 친 장소라는 뜻으로 일종의 담으로 둘러쌓여진 내부를 의미한다. 2021년 신년 키워드 중 하나로 Enclosure를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이란 안정적인 울타리 안, 즉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2010년대초부터 화장품 내수시장을 일컬을 때 흔히 ‘포화’라는 용어를 많이 썼다. 산업 발전 측면에서 고성장 시대의 정점을 찍고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 때쯤 많이 사용되는 말인데, 화장품산업의 경우 2000년대말쯤 고성장 시대의 정점을 찍은 뒤 2010년대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이 단어 쓰임새가 빈번해졌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2010년대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저성장 구조로 변화해감에 따라 예전같은 내수시장 고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수 포화 운운은 조금 부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 원브랜드숍에서 H&B스토어 등 편집숍으로 시판 유통의 중심이 옮겨갔던 과도기에다, 본격적인 온라인 유통 시대가 함께 펼쳐진 변혁기여서 더 부각된 측면이 크다. 시판시장의 중심축이 바뀌는 직관적인 흐름에 시나브로 대세로 커 버린 온라인의 공습에서 기존에 우위를 점하던 업체들의 한탄 소리가 덧붙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특수로 내수시장서 눈 멀어져

비슷한 시기에 터진 중국발 특수도 우리 기업들의 눈을 내수시장에서 멀어지게 하는데 한몫했다. 유커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내리막을 걷던 원브랜드숍들은 물건을 진열하기 무섭게 동이 났고, 국내에서 조금만 인기를 끌었다 싶으면 중국 바이어가 사가지 못해서 안달이 났었다. 조금 과장해서 명동에 매장 하나만 있으면 그 브랜드 제품을 유커와 따이공들이 싹쓸이해 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러니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기보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적·합리적 선택으로 보였고, 실제 그랬다. 게다가 중국은 그 규모가 내수시장과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크고 성장성이 무궁한 시장이 아닌가.


내수를 내팽겨쳐도 잘 나갈 때는 해외시장 개척이란 슬로건을 앞세운 글로벌 약진이 발전적인 방향이자 유일한 살 길로 보였다. 최소한 몇 년간은 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사드(THAAD)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코로나19로 확실해졌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본이 튼튼해야 하는데, 누가 뭐래도 화장품산업의 근간은 내수시장이다. 역사를 통틀어봐도 근거(지)를 버리고 살아남은 사례는 없다. 코로나19 탓이 크지만, 코로나가 없었다고해도 내수시장 활성화란 명제를 이제 심도깊게 짚어볼 시기가 됐다.


싹쓸이해줄 관광객 올해도 오지 않는다

2021년 새해에도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필두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도 곧 실시하겠지만, 인류가 백신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점치기 어렵다. 빨라도 1년은 걸릴 일이다. 그렇다면 올해 역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국경 간 인적 교류가 원활해지는 건 아무리 빨라도 올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비즈니스부터 우선한 뒤 관광으로 이어질테니, 유커 귀환은 사실상 올해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줄 관광객은 올해도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전년대비 약 12~1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프라인을 무차별 공습해대던 온라인도 약 7% 성장에 그칠 전망이고, 오프라인은 5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암울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난해에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분석한다는 점이다. 올해 급성장할 수 있는 여건은 못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회복기를 맞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위드(with) 코로나와 포스트(post) 코로나가 겹치는 해가 될 2021년 새해는,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준비의 시간이 될 것이다.


안방 등한시한 브랜드 소리없이 사라져

의미없는 가정을 하나 해보자. 만약 중국발 특수가 없었다면 내수시장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한창 유행했던 제살깎아먹기 같은 치킨게임으로 시장이 폭망했을까?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저성장 시대에 알맞게 변모했을까?


최소한 원브랜드숍들이 지금처럼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위기상황인데도 그걸 체감치 못하게 한 원인이 중국발 특수였으니, 이게 없었다면 온라인과 편집숍 공세에 지금보단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나름대로 시장에서 연착륙하는 방법을 찾아냈을테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훨씬 유연한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후죽순처럼 화장품 업체가 늘어나 가뜩이나 한정된 먹거리를 놓고 박터지게 싸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 되는 곳에 쏠림현상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입과 도태가 이뤄지지 못하게 됨으로써 질적성장 없는 양적팽창만 하고만 셈이 됐다.


이처럼 안방을 하찮게 여기는 트렌드를 만들어낸 중국발 특수는 동시에 안방의 중요성을 되새겨준 계기도 됐다. 오로지 중국만 바라보고 론칭한 수많은 브랜드들이 간과한, 그래서 언제 없어진지도 모르게 사라진 이유가 안방을 등한시해서라는 걸 이젠 다 안다. 중국에서 히트치려면 먼저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는 건 중국 진성 바이어 한 명만 만나봐도 체감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내 출시는 무늬 뿐이고 모든 초점은 중국 소비자에 맞춰 론칭하는 브랜드가 여전히 부지기수다. 이제, 시각을 고쳐야 할 때다. 안을 버리고 밖에만 초점을 맞춰 성공한 브랜드는 다시 말하지만 전무하다. 안에서 키우면 알아서 밖에서 부르게 돼 있다.


코로나시대 헤쳐나갈 길잡이 ‘맞춤형화장품’

다행스럽게도 올해 우리에겐 좋은 무기가 있다. 사실 지난해 생겼지만 제대로 쓸 수 없었던 맞춤형화장품 제도다. 핵심인 조제관리사도 3,694명이나 배출했다. 4년여 준비기간과 1년여 개점휴업을 통해 쌓은 내공을 올해 마음껏 발휘하면 된다. 여전히 여의치 않겠지만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단 상황이 나아질테니 희망을 가져도 될 듯 하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제주테크노파크 등 선도기업과 기관에서 기대했던 수준에 근접하는 맞춤형화장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법제화한 맞춤형화장품은 한 번 탄력 받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제 궤도에 올리기만 하면 국내는 물론 또 한 번 세계를 호령할 아이템이다.


K뷰티 경쟁력의 원천은 까따롭고, 깐깐하고, 성급한데다 변덕스럽고, 따지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이 말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최적의 테스트 베드(Test Bed)가 내수시장이란 뜻이다.


성장이 멈첬다고, 정체기라고, 더 이상 수요가 없다고, 말하지 마라. 한정된 파이에서 조금 더 먹겠다고 제살 깍아먹는 짓도 하지 마라. 항상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이 전체 파이를 키우는 법이다.


왜 정체되고 수요가 줄어드는 걸까? 고객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게 없어서다. 수요가 새 것으로 대체되고 이 과정을 통해 시장이 커지는 게 경제성장의 기본원리다. 장사꾼의 기본 자세이기도 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면 불황도 피해간다는 말이 있다. 어렵지만, 노력하다 보면 시장은 저절로 열리고 커진다는 격언도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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