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속도전' 한시간 내 '즉시배송' 경쟁

올리브영 '빠름배송' 평균 배송시간 45분···브랜드·유통·물류 협업 파워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21-10-15 0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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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 파고드는 퀵커머스



[CMN 이정아 기자] 당일배송, 빠른배송, 즉시배송, 새벽배송, 총알배송…. 요동치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에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생필품과 신선식품 중심의 배송 경쟁에 화장품도 점점 빠져드는 모양새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5분~1시간 만에 문 앞까지 상품을 배송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다. 정육, 채소 등의 신선제품부터 생필품까지 배송 가능 상품은 다양하다.


퀵커머스의 핵심은 배송 시간 단축이다. 이를 위해 도심 내에 여러 개의 중소형 물류센터를 두고 이를 기점으로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라이더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송시간을 단축한다. 배달대행 업체와 브랜드-유통-물류 기업들의 촘촘한 협업이 힘을 발휘한다.


퀵커머스 시장 개척자는 배달 플랫폼 업체다. 배달의 민족(배민)이 2019년 B마트 서비스를 시작한 후 쿠팡, 요기요 등이 가세하고 백화점, 편의점 등 대형 유통기업들까지 대거 참여하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배달대행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편의점 업계도 속도 싸움에 나서고 있으며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스피드’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1시간 즉시 배송’, 롯데슈퍼의 ‘퇴근길 1시간 배송’ 서비스 등이 있다. GS리테일은 자체 배달 앱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여기에 화장품이 더해지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화장품은 ‘촌각’을 다투는 상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배달이 일상화 되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마저 배달 서비스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온라인쇼핑 시장의 확대가 우선 꼽힌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 패러다임이 바뀌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4712억원으로 지난 3년 새 31% 가까이 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시공간적 제약을 해결할 수 있어서기도 하거니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크게 한 몫을 했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온라인 주문을 통해 안전하게 제품을 빨리 수령하려는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장기화, 비대면 쇼핑, 온라인몰 판매 강화, 이런 키워드가 배송 경쟁을 갈수록 부추긴다. 게다가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보지 않아도 양질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유튜브, SNS, 온라인쇼핑몰 리뷰 등이 활성화되면서 고객들의 구매 결정이 쉬워진 점도 저변에 작용했을 거란 풀이 역시 설득력 있다.


시간대별 배송 서비스 세분화 편의성 높여

국내에서 화장품 당일 배송 경쟁에 제대로 불을 지핀 건 CJ올리브영이다. 2018년 말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내놓으면서다.


오늘드림은 올리브영 공식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에서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종합디지털물류회사인 메쉬코리아의 배달대행 ‘부릉’을 통해 최대 3시간 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옴니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선보였다.


고객의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을 통해 실시간 배송하는 식이다. 주소지 인근 매장에서 포장·배송(Ship from Store)하는 방식으로, 1000개 이상의 올리브영 매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초기에는 서울지역만 가능했고 지난해부터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제주도까지 확대되면서 전국 서비스로 확대됐다.

오늘드림 서비스는 시간대별 세 종류로 세분화돼 있다. ‘빠름배송’, ‘쓰리포(3!4!)배송’, ‘미드나잇 배송’ 등으로 옵션을 늘려 편의성을 높였다. 쓰리포 배송과 미드나잇 배송은 각각 오후 3~4시, 밤10~12시 안에서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그 중 빠름배송 서비스는 올 상반기 평균 배송시간을 45분까지 단축시켰다.


SSG닷컴 화장품 300종서 600종으로

SSG닷컴은 올해 7월 15일 화장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실시 후 한 달간 매출이 직전 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두달여 만에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90%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를 개시할 때 화장품 브랜드수는 49개 300종이었다. 기존 비누나 샴푸 등 생필품 위주 라인업에서 스킨케어, 바디케어, 헤어케어 상품을 비롯해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소품, 남성 화장품 등이 포함됐다. 새벽배송의 주 고객 층인 30대 여성이 선호하는 상품들을 내세우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새벽배송으로 제공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49개에서 60개로, 상품 수는 300종에서 600여 종으로 늘렸다. 새벽배송에 따른 화장품 구매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가성비가 뛰어난 매스티지 브랜드는 물론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 확장해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등을 선보이며 고객 선택 폭을 넓혔다.


SSG닷컴은 상품들을 김포에 위치한 온라인 스토어 네오(NE.O)에 입고시킨 뒤 새벽배송을 한다. 기존 새벽배송 장보기 상품과 마찬가지로 전날 밤 11시 59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도착한다. 화장품 주 고객층인 30대 여성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뷰티 상품 구색을 더 확대할 방침으로 지속적인 고객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마켓컬리, 비건·유기농 화장품 입점 부각

롭스는 2020년 7월 롯데온을 통해 한시간 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마스크팩과 클렌징크림 등 뷰티, 건강 상품 30여종과 1인 가구에 필요한 생필품 약 600개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서비스 런칭 당시 서울 잠실지역에 국한돼 있었다. 이 서비스는 주문 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인 데다 최소 주문금액이 없어 1인가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랄라블라는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 요기요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기요 앱을 통해 주문 가능한 랄라블라의 상품은 브랜드 세일 화장품, 미용 소품 등 100여 종이다. 고객이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문한 건에 대해 배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랄라블라의 모기업인 GS리테일이 최근 요기요 인수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1만6,000여 개 자사 소매점과 60여 개 물류 센터망을 요기요 플랫폼과 결합해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를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퀵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신선식품으로 대한민국 내 최초 새벽배송 시대를 연 장본인인 온라인 푸드마켓 마켓컬리도 종합몰로 변신을 꾀하면서 비식품 카테고리 비중을 확대하는 중 뷰티 브랜드를 포함시켰다.


식품과 마찬가지로 화장품도 새벽배송을 한다. 이미 다양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마켓컬리에는 쥬스투클렌즈, 닐스야드 레머디스, 파이콜로지, 비브, 베이지크 등 비건, 클린, 유기농 뷰티 브랜드가 두드러진다.


B마트 품목 수 7천여개, 화장품도 다수

국내 퀵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플랫폼은 배달 전문 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다. B마트는 배달의 민족이 초소량 번쩍배달을 내세우며 2019년 11월 도입한 서비스다. 화장품 주문 시에도 한 시간 이내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주문 후 어디서 출발해 얼마큼 오고 있는지 지도를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배민 B마트는 즉석밥, 간편식, 라면, 과자, 과일 등 마트에서 파는 식품과 생필품을 최소 1만원 이상 구매하면 즉시 배달해준다. 올 7월 기준 B마트의 배달 가능 품목 수는 7천여개다. 서비스 초기 300여 종에 불과하던 품목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수로 보면 B마트가 우월하다.


도심 물류창고는 총 31곳을 보유하며 현재 서울시 전역과 인천, 부천, 성남 등 경기 일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 해에만 지점이 2배 늘어나는 등 확장속도가 빠르다. 배달의 민족 주타깃인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다. 지난해 B마트의 주문 건수는 1,000만 건을 넘었다.


B마트에는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일리윤, 아이소이, 메디힐, 해피바스, 롬앤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클렌징폼, 아이라이너, 마스크팩, 립틴트, 헤어롤, 화장솜 등 다양한 제품 주문이 가능하다.


화장품 배송 서비스 위한 업무협약 강화

배달앱 등 다양한 퀵커머스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들도 배송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2017년 1월 국내 뷰티업계 최초 실시간 배송 서비스-온라인으로 구입한 제품을 1~3시간 내 매장 방문 없이 어디서든 받아볼 수 있게 한-‘플라잉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는 아모레퍼시픽 편집숍 아리따움은 최근 요기요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리따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배달앱 요기요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배달 주소지 주변 아리따움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해 주문하면, 즉시 배송을 통해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던 데서 전국 아리따움 매장으로 확대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은 11번가와 손잡고 오늘 발송 서비스도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 입점해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었다. 재고 관리부터 주문한 제품 고르기, 박스 포장, 택배 배송까지 CJ대한통운이 대신한다.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LG생활건강의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 센터에서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이 이동되고, 자동화물분류기의 분류 과정을 거쳐 전국으로 발송된다.


기존에는 오후 3시 이전까지 주문해야 다음날 배송이 가능했지만, 이제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유통업계 경쟁, 가격에서 배송 속도전으로

2020년 B마트, 나우픽과 함께하며 일찌감치 배송 서비스에 공을 들여온 토니모리도 지난달 요기요와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 체결에 따라 이제 고객들은 요기요 앱을 통해 토니모리가 매장에서 판매 중인 약160여 종의 화장품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9월부터 토니모리 대표 매장을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 테스트 오픈을 시작해 순차적으로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에이블씨엔씨도 심부름 앱 ‘김집사’와 손잡고 미샤, 눙크의 화장품을 구입하면 당일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송파, 수지, 분당, 용인, 수원 지역 5개 미샤 매장과 1개 눙크 매장에서 시범 운영했다.


코스토리는 메쉬코리아 부릉 서비스로 화장품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이틀 이상 소요됐던 택배배송을 당일 수령이 가능하도록 해 고객 편익을 높였다.


네일아트 브랜드 데싱디바도 셀프 네일 업계 최초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데싱디바는 작년 11월 서울 지역 거주 공식몰 회원을 대상으로 최신상 네일 제품을 주문 당일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홈네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트렌디한 네일 상품을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획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가격 중심이었던 유통업계 경쟁이 어느새 배송 속도전으로 옮겨갔다. 상품의 질과 서비스는 대부분 높은 수준에 와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위드코로나를 선언하고 대면 상황으로 돌아간다해도 엄청나게 빨라진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더 이상 2~3일 이상 걸리는 쇼핑몰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주문한 상품이 내일 오지 않으면 ‘왜 안오지?’, ‘늦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치킨이나 피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모든 물건’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퀵커머스 시장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퀵커머스의 지속가능 여부는 미지수다. 과열된 속도경쟁의 부작용이 속출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와 회의적인 시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퀵커머스의 최근 광폭 행보에 화장품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141호(2021년 10월 20일자) 마케팅리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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