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시대, 디테일한 고객 경험 디자인 중요"

구매 경험 차별화가 유행없는 시대 뷰티 시장의 새로운 공식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22-01-01 21: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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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유행이 없어지고 있다. 뷰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투명 메이크업, 스모키 메이크업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는 메이크업 유행이 사라지고 있다.


유행이 없어지고 있는 요즘, 이 시대가 원하는 미(美)는 무엇인가. 동안도 성숙함도 아닌 나에게 ‘어울림’이다. 그게 무엇이건 나와 ‘합’이 맞아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 뷰티 시장의 소비자들은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찾아서 쿨톤, 웜톤을 가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알기 위해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받는다. MBTI 테스트처럼 자신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현상이 뷰티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런 시대가 올 줄 알았을까?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알기 위해 돈을 쓴다. 이는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고, 그것을 잘 실현하는 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여기는 미적 태도의 이동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유행이 사라진 시장에는 투명 메이크업 유행 시대의 틴트 또는 스모키 메이크업 유행 시대의 펜슬 아이라이너같은 베스트 셀링 제품이 없어지고, 쿨톤의 구원템, 웜톤의 찰떡템처럼 개인의 피부 상태와 TPO에 따라 제품이 끝없이 분화된다.


소비자 ‘모순’ 편리하고도 착한 소비 원해

소비자의 니즈와 동기를 비즈니스로 풀어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참 어렵다. 하나의 경향성 없이 개개인마다 원하는 포인트가 다르게 나타나니 말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맞춰야 하나 푸념이 절로 나오지만 이 푸념이 사실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우리 제품이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사실 하나도 함께 짚고 넘어가자. 고객은 이제 더이상 제품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라이프에 맞춰주는 브랜드의 제품을 이용할 것이라는 점.


초개인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이미 많은 기업이 브랜드의 존립을 위해 암중모색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긴 어둠을 헤쳐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변화한 시장 환경 속에서 좀 더 실천적으로 적용해볼만한 팁을 공유한다.


첫째, 앞서 말했듯 그 무엇보다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과거에는 차별적인 기술 또는 압도적인 물량 만으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여전히 다수의 기업이 예전부터 해오던 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일단 제품 개발부터 하고 누구에게 팔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시장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될 수 없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여기서 ‘누구’는 나이와 결혼 여부, 주거지 등에 따라 타깃을 구분하는 데 모그라픽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과 문제, 그리고 그가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구별되는 대상을 뜻한다. 멀티 페르소나, 부캐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한 명의 개인도 상황에 따라 다른 니즈를 가지고 충족하고자 하므로 한 사람의 욕구를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모순성‘이다. 무분별한 소비문화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일상 생활에서는 높은 소비 욕구를 지닌, 스스로를 ‘자낳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라고 자조하면서도 용돈을 받아 쓰기 보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당당히 소비 문화의 일원으로 살며,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놓치지않는 ‘갓생’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과 나가기 귀찮아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들이 어떻게 착한 소비를 쉽게 할 수 있게 할지,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제품/서비스에 어떻게 윤리성을 이식하고 그들의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완벽한 맞춤 제품 보다 구매 경험 차별화

두번째, 앞으로 브랜드가 제공해야 할 제품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 고객이 갖게 되는 ‘퍼스널한 경험’이다. 초개인화라는 말은 개인들이 원자화 되는 현상 자체에 관심을 갖게 하지만 그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들의 개별적이고자 하는 욕망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 중 니치 향수 시장의 성장은 이러한 개별적이고자 하는 욕구를 대변하는 현상 중의 하나다. 조말론을 비롯 딥티크, 바이레도 등이 있으며 최근에 독특한 마케팅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르라보 또한 여기에 속한다.


특히 르라보는 어떻게 고객에게 ‘퍼스널‘한 경험을 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를 소개하면, 르라보 매장에는 테스트 제품을 제외하고는 미리 만들어놓은 제품이 없다. 고객이 선택한 향수를 주문과 동시에 레시피에 따라 즉석에서 블렌딩하고, 제조 장소와 날짜, 그리고 고객이 새기고 싶은 문구를 새겨 제품 보틀에 라벨링 해준다.


마치 처방전을 떠오르게 하는 이러한 방식은 결국 고객의 타임쉐어를 높이기 위해 브랜드도 고객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써야 함을 시사하며, 제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온전히 고객의 것으로 만들어 준다.


완벽한 맞춤 제품보다 구매 경험을 차별화하는 전략이 구매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고객 기억 속에 특별한 제품으로 남는,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유통 채널, 접근성 아닌 정체성으로 접근

세번째, 유통 채널은 접근성이 아니라 정체성으로 접근하자.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기본이 되면서 오프라인 채널 접근성은 예전만큼의 중요성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으며, 제품을 드라마틱하게 차별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또한 지금 시장의 소비들은 화장품의 기능적인 차별성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만큼이나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유통 채널이다.


우리 제품이 놓이는 곳만큼 우리 제품이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를 잘 전달하는 방법이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샵에 놓여 있다면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브랜드 임을 의미하고,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는 20, 30대 젊은 고객을 타깃팅하고 있음을, 세포라라면 글로벌 뷰티를 지향하는 브랜드임을 나타낸다.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 브랜드와 결이 맞는 채널을 찾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자. 당장의 매출을 견인할 수 없을지라도 우리 브랜드의 코어의 힘을 갖게 해줄 것이다.


초개인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브랜드의 역량은 제품을 어디까지 맞춤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디까지 디테일하게 고객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는가다. 고객을 입체감있게 바라보고,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지금의 소비자는 왜 등산을 하는가, 왜 캠핑을 로망이라고 하는가. 그 동기를 이해한다면 등산이라는 소재, 캠핑이라는 소재를 다룰 때의 디테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브랜드의 플레이가 이른바 ‘찐’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찐’의 감성은 글로 배워서 흉내낼 수 없다. 특정 연령대를 타깃팅하는 브랜드의 담당자라면 그들의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들어가보자. 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언어, 그들의 화법을 배우자. 차별적인 구매 경험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화제가 되는 브랜드의 매장과 쇼룸을 직접 방문해보자. 그리고 느낀 바를 우리 브랜드에 적용해보자.


유행 없는 시대에는 잘 정리된 페이퍼에 의존해서 의사결정했던 과거의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하더라도 발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는 브랜드만이 수많은 브랜드 중에 잊혀지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2022년, 당신의 브랜드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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