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의 지혜로 새로운 기회의 땅 개척

경기 침체 위기 속 '포스트 차이나' 대비···일본, 북미 시장 적극 공략 필요

신대욱 기자 woogi@cmn.co.kr [기사입력 : 2022-12-29 23: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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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년기획] BLUR Rabbit - Rabbit hole



[CMN 신대욱 기자] 교토삼굴(狡兎三窟).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사기(史記) ‘맹상군 열전(孟嘗君列傳)’에서 유래했다. 이 성어는 위기의 상황을 미리 대비해 이중삼중의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토끼해를 맞는 새해 의미 있는 성어로 다가온다. 그만큼 어느 해보다 위험지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를 시작하는 성어로 어울린다.

우선 엔데믹으로 전환됐어도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는 전 세계 경기 회복세를 더디게 할 전망이다. 여기에 2022년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에너지 비용과 물류비용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고환율 등의 3고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올해 3고 현상이 맞물려 극심한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 기관들이 예측하는 새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2% 초반대다. 국내 성장률도 2% 미만으로 보는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한국의 GDP 성장률을 1.7%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만의 수출 감소, 수출 다변화가 핵심
이런 상황 속에서 새해 국내 화장품산업도 어둡게 전망되고 있다. 2022년 화장품 수출이 10여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은 내수 기반이 취약한 산업 특성상 그동안 해외 수출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내면서 ‘K뷰티라는 국가 브랜드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코로나 국면에서도 중국 수출은 지속 증가해왔으나, 2022년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한 시장 진입이 제한된 것이 전체 수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2022년 화장품 수출은 1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 중국 수출 감소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수출은 1(24.9%)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0월까지 10% 안팎의 마이너스 성장 기조를 보였다. 11월에도 26.6% 감소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 수출은 올해 월 평균 마이너스 20~40%대까지 떨어졌다. 전체 수출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화장품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수출 다변화는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는 지난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이 대두될 때부터 심심치 않게 나왔다. 베트남과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과 러시아부터 북미, 일본, 유럽 등 화장품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가 핵심 지역으로 오르내렸다.

이 중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지역이 일본과 북미 시장이다.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세계 1위 규모의 화장품 시장이며,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시장, 중국 대체시장으로 급부상
특히 일본 시장은 다시 불고 있는 한류 영향으로 중국을 대체할 대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2021년 일본 수출은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로 올라섰고, 수출 금액도 78700만 달러(138억원) 규모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한국은 프랑스를 2위로 밀어내고 일본의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일본 시장에서 K뷰티는 온라인 플랫폼인 큐텐과 버라이어티숍,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에서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큐텐은 K뷰티를 특화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전의 K뷰티 붐과 다른 변화는 1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소구력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 제품 데이터베이스와 리뷰 기반 일본 최대 화장품&미용 종합 플랫폼인 엣코스메가 지난해 진행한 사용자 설문 조사에 따르면, 특히 젊은 층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10, 20대의 30% 이상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미용 아이템이나 미용 방법을 시도하고 싶어졌다고 응답할 정도다. 소비자 리뷰 데이터를 통해서도 가성비새롭다는 등의 긍정 키워드가 나타나고 있다. 믿을만한 품질력과 새롭고 혁신적인 제형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지 반응은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매스 브랜드에게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중저가 스킨케어 제품부터 색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정체된 일본시장에 한국 화장품이 활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일본 화장품 시장은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듯이 코로나19 전과 후가 달라졌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했고, 온라인 채널은 큐텐이 주도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맞아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무엇보다 기존의 드럭스토어가 H&B 매장으로 바뀌고 있는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유통 전문가들은 일본 시장은 다른 국가와 달리 진입하고 안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한번 자리잡으면 오래 갈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세밀하게 유통 채널과 현지 소비자, 타깃 제품 선정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한류 타고 북미 시장도 기회
북미시장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공을 들이는 지역중 하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926억 달러(118조원)로 추산된다.

국내 화장품의 미국 수출은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국내 화장품의 미국 수출액은 84,104만 달러(1727억원)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수출 점유율도 전년 8.5%에서 9.2%로 늘었다. 미국내 화장품 수입국 지위도 프랑스, 캐나다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등 대기업부터 에이블씨엔씨와 비모뉴먼트, 비앤에이치코스메틱, 어뮤즈 등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북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2022년 지속적으로 북미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특히 3분기 북미 전체 매출은 97% 성장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를 인수하며 시장을 강화했다.

LG생활건강도 20224‘K-뷰티와 현지 감성의 조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 브랜드 더크렘샵(The Creme Shop)을 인수한 이후, 신제품 출시와 채널 확대를 통해 관심 고객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에이블씨앤씨도 아마존 진출 이후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북미 시장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컬쳐 확산에 따라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BTS로 대표되는 K팝부터 영화(기생충), 드라마(오징어게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한류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를 잘 타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미 시장은 일본시장과 함께 글로벌 한류 확산 덕을 보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최근의 K컬쳐 확산은 이전과 달리 한국이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단발성 한류가 아닌 문화의 저력이 뒷받침된 만큼 K뷰티 확산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진정성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세심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새해, 교토삼굴의 지혜는 일본 시장과 북미 시장처럼 새롭게 다가오는 기회의 땅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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