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유커 회귀, 단상(斷想)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17-11-01 17: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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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1번지 명동 거리. 사진=pixabay.com.

[CMN 박일우 기자] 추석연휴에 영화를 보러 갔다 선택의 여지없이 외화를 봤다. 볼 수 있는 영화가 두 개였는데, 하나가 ‘남한산성’이라서다.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십년전 읽은 원작소설의 찜찜함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로 그 찜찜함을 되새기고 싶진 않았다.


알다시피 병자년 남한산성 비극은 시대 변화 흐름에 둔감해 벌어졌다. 중립외교 하던 왕을 끌어내리고 명에 사대(事大主義)한 것까진 그렇다쳐도 정묘호란을 맞고서도 정신을 못 차려 남한산성으로 몰린, 뭐라고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그 우둔함’.


유커가 돌아온다니 갑자기 남한산성 생각이 났다. 중국에 사대하다 청에 짓밟힌 역사가 뜬끔없이 떠오른 건, 중국발 특수에 흥청이다 사드에 발목 잡혀 있는 화장품업계에서 밥 먹고 살아서 일거다.


어쨌든 유커가 돌아온다니 일단 반갑다. 십년 체증 뚫리는 기분이긴 한데, 걱정도 함께 든다. 모두 예측하다시피 유커가 돌아온대도 예전같진 않을 것이다. 과거 일본과 대만 사례를 보면 이런 사태 이후 유커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1년 남짓 걸렸다. 대중 수출길도 다시 넓어지겠지만, 그동안 대체된 수요를 되찾아오긴 쉽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사드 사태처럼 정치적 이해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처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북한이 버티고 있는 한 대중 관계 악화 가능성은 다반사다. 이번 사드 문제도 해결이 아닌 ‘봉합’이 되가는 분위기다. 실밥이 풀리면 다시 수면위로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정치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기르라고, 수출국을 다변화하라고. ‘메이드인 코리아’가 ‘메이드 인 브랜드’로, 다양한 수출길을 개척하라는 이 명제를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실천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특히 한방이 유행하면 신제품은 죄다 한방 콘셉트고, 코스메슈티컬이 뜨면 다 코스메슈티컬을, 최근 출시 제품은 모두 더마코스메틱인 우리 화장품업계 실상을 감안하면 정말 어려운 주문이다.


트렌드를 무시할 순 없지만 너무 급급하면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장사 하루이틀 할 거 아니지 않는가. 나만의(unique) 정체성(identity)을 담아야 100년 가는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 어차피 죽다 살아났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오래 해먹을 기초(펀더멘털)를 다져보자.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쩌라고’ 하면, 필자도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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