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화장품 브랜드숍, 자구책 마련 고심

편집숍 전환·온라인 강화·홈쇼핑·H&B 입점 등 묘안 백출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0-09-18 17: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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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숍 생존전략 점검


[CMN 심재영 기자] 가성비를 앞세워 2000년대 화장품 유통의 큰 축을 담당했던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다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화장품 단일 브랜드숍들은 계속되는 악재에 생존 위기를 겪으면서 멀티 브랜드숍·편집숍 전환, 당일 배송, 유통채널 확장 등 다양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회사 차원에서는 화장품이 아닌 다른 사업 분야에 눈을 돌리기도 하고, 오프라인 시판 유통에 한정돼 있던 유통망을 온라인은 물론, TV홈쇼핑, H&B스토어로 넓히고 있다. 타 유통망 진출을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한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불분명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경영악화에 매장 수 갈수록 줄어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경영이 갈수록 악회되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에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줄어든 777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도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며,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도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장품 브랜드숍 매장 수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매장수는 2018년 698개에서 지난해 550개, 올해 상반기엔 480여 개로 줄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자사 화장품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네이처컬렉션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16년 1138개였던 더페이스샵 매장 수는 올 7월 20일 기준 절반인 551개로 줄었고, 2016년 68개에 불과했던 네이처컬렉션 매장 수는 같은 기간 496개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매장 수는 2018년 1047개에서 지난해 920개로 줄었고, 에뛰드하우스는 같은 기간 393개에서 247개로 줄었다.


이밖에 브랜드숍들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토니모리의 매장 수는 2017년 679개에서 지난해 517개로 줄었고, 스킨푸드는 같은 기간 564개에서 68개로 감소했다.


화장품 단일 브랜드숍에 비해 선방하던 H&B스토어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의 9월 16일 현재 매장수는 1252개로 지난해 말 1246개에서 불과 6곳이 늘어난 셈이어서 지난 한 해 동안 50여개의 신규 매장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출점 속도가 더뎌졌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는 올 상반기 9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매장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40개에서 실적이 부진한 매장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 편집숍들도 상황이 안좋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오페·마몽드·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모아둔 아리따움 매장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랜드마크로 여겨지던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은 지난 5월 문을 연 지 1년 8개월 만에 폐점했다.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도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아리따움 전체 매장 수는 2018년 1250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962개로 줄었다. 현재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64개 매장은 연말까지 10개만 남길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시코르는 2016년 첫 매장을 오픈한 뒤 지난해까지 27개 매장을 오픈했지만 올해는 신규 매장을 오픈하지 않았다. 시코르 관계자에 따르면 올초 연내 6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출점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한국에 상륙한 세계 1위 뷰티 편집숍 세포라도 맥을 못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초 여의도 IFC몰에 5호점을 오픈했고 연내 7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지만 매장 당 매출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멀티 브랜드숍·편집숍 전환 잇따라

2000년대 초 화장품 단일 브랜드숍 열풍을 일으킨 주역인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지난 달 초부터 기존 미샤 매장 100여 곳에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해 ‘미샤플러스’ 매장으로 재정비했고, 연말까지 미샤플러스 매장 수를 15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샤플러스는 기존 미샤 매장에 자회사와 타사 브랜드 제품을 다룬 코너를 추가한 매장으로, 입점 브랜드 절반 이상이 타사 브랜드다. 기존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인 어퓨, 미팩토리, 셀라피에 더해 라포티셀, 스틸라, 부르조아와 같은 23개 브랜드, 170여 품목을 입점시켰다.


단일 브랜드인 미샤 매장의 일부를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해 실적 부진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샤 플러스는 기존 미샤 매장에 자회사 브랜드와 타사 브랜드 제품을 다룬 코너를 추가한 형태로, 에이블씨엔씨가 지난해 6월 론칭한 멀티브랜드숍 눙크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미샤플러스에서 타사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고, 두 매장 모두 타사 브랜드들이 입점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차별점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브랜드숍의 멀티숍 전환과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한 가지 제품만 판매하는 단일 브랜드숍보다는 여러 가지 브랜드를 판매하는 멀티 브랜드숍이나 H&B스토어를 주로 이용한다”며 “중저가 제품 위주인 브랜드숍은 브랜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타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단일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을 멀티 브랜드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중심 탈피…유통망 확대 총력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의 대표 주자로 군림했던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유통채널 확대를 통한 살길 모색에 나섰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비대면, 온라인 구매 확산 추세에 발맞춰 온라인 유통망 강화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는 온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11번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에뛰드하우스 제품 단독 선공개, 라이브 방송 등을 진행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는 온라인 전용 라인인 트루케어 라인이 입소문과 평점 등 제품력을 인정받자 지난 9월 1일부터 오프라인에서도 이 라인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트루케어 라인이 제품력을 인정받은 상품이기에 이니스프리 매장의 신규 고객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 1일 가맹점 상생을 위한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오픈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6월부터 쇼핑 서비스를 중단한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직영 온라인몰을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해 오픈한 것이다.


새롭게 오픈한 플랫폼에서 제품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은 매장 위치 등을 고려해 ‘마이 스토어’를 설정해야 주문이 가능하며, 해당 주문 건을 통해 발생한 매출과 수익은 고객이 지정한 가맹점에 귀속된다. 마이 스토어로 지정된 가맹점은 주문 내역 확인 후 매장 내 재고를 택배 발송하거나, 재고가 없는 경우 가맹본부에 위탁 배송을 요청해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품 브랜드숍 업체들은 이제 오프라인 로드숍을 통한 판매만 고집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H&B스토어와 TV홈쇼핑에 진출하는 화장품 브랜드숍 업체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기존 가맹점들과 구분짓기 위해 별도의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9월 더마 코스메틱 닥터오킴스를 롭스 전 매장에 입점시킨 것과 함께 메이크업 브랜드 컨시크 올데이 커버쿠션을 CJ오쇼핑을 통해 론칭하는 등 오프라인 브랜드숍 외 유통채널 전용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유통망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올 7월 배달의민족 B마트와 나우픽에 입점해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뷰티 및 헬스 플랫폼으로 재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K플래닛 CIO 출신 임원을 영입하고 디지털혁신센터를 신설, 디지털 역량 강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온라인 몰에 외부 제휴 역량을 더해 멀티 브랜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개발자 및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기술 인력을 전체 임직원의 30%까지 확대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경영 혁신에 나섰다”고 말했다.


스킨푸드도 지난 7월 1일부터 대표제품인 ‘블랙슈가 마스크 워시오프’를 비롯한 주요 제품을 올리브영에서도 판매하는 등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이 전개하는 시코르는 지난 7월부터 공식 온라인몰 시코르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오픈 한 달만에 회원수가 6만5000명에 이르렀고 MZ세대의 매출이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신제품 개발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시카 쿠션, 마스크 묻어남 방지 인체 효능 평가를 완료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마스크 착용에 따른 피부 문제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피부 문제 관리에 효과적인 ‘그린더마 티트리 시카 스팟 세럼’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피부 1차 자극 테스트와 민감성 피부 대상 안전성 평가, 여드름 피부 사용 적합성 테스트를 마치면서 코로나19 상황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였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이런 노력 끝에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쿠텐 입점 한달 만인 지난 7월 월간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장품도 ‘배송 전쟁’ 확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신선식품, 의류 등에서 먼저 상용화된 ‘당일배송’ 서비스가 화장품 업계에도 도입되는 분위기다.


하루 배송도 부족해 3시간 배송, 1시간 배송 등 시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다. 조리 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하는 음식도 아닌 화장품을 두고 배달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H&B스토어의 대표 주자인 CJ올리브영은 온라인몰과 모바일앱에서 구매한 제품을 최대 3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된 지난달 16일부터 2.5단계로 강화된 이달 초까지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비해 이 서비스를 통해 주문한 상품 건수가 101% 늘었다고 전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도 올 3월부터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손잡고 배송 전쟁에 가세했고, 롯데가 운영하는 롭스도 8월 27일부터 롯데온을 통해 ‘한시간 배송 잠실’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4월부터 심부름 애플리케이션 ‘김집사’와 손잡고 화장품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에뛰드하우스도 지난달 배달의민족 비(B)마트에 입점해 화장품 배송 전쟁에 가세했다. 앱에서 화장품을 주문하면 라이더(배달기사)가 평균 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토니모리도 비마트와 나우픽에서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브랜드숍 업체, 가맹점과 머리 맞대야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화장품 브랜드숍 가맹점은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90년대초부터 활성화하기 시작해 화장품 시판 유통을 주름잡던 화장품 전문점주들이 2000년대 초 화장품 브랜드숍이 활성화되자 대부분 브랜드숍으로 전환할 정도였다.


화장품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사드 사태 이전까지는 황금기를 누렸다. 사드 사태 이전까지 서울 명동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K뷰티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를 트집 잡아 한한령으로 중국 내 한류를 금지했고, 그 사이 중국 의존도가 커진 국내 화장품 산업은 정부의 외교적 해법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화장품 브랜드숍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탓을 하기 전에 빠르게 변하는 화장품 소비 행태에 화장품 브랜드숍 업체들이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심화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업체들 스스로 반성의 기회로 삼아 지금이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어쩌면 브랜드숍 업체들과 가맹점주 간의 불신과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서로 머리를 맞대어 보자. ‘위기는 곧 기회’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묘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090호(2020년 9월 23일자) 마케팅리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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