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예쁜 쓰레기' 인식 전환 위한 자발적 노력 절실

'재활용 어려움' 표시 의무 유예됐지만 '플라스틱 줄이기' 동참해야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1-03-07 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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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창간 22주년 기획특집] MASK Off - Off the Plastic


[CMN 심재영 기자] 폐기물에 대한 환경 이슈가 대두되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용기 및 포장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규제 강화와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자원재활용촉진법’ 개정(2018. 12. 24)을 통해 폴리염화비닐 PVC 재질의 포장재 사용 금지와 포장 재질 등급 평가 표시 의무화를 도입해 시행(2019. 12, 25)에 들어갔다.


용기의 디자인과 기능이 중요하고 여러 재질이 혼합된 구조로 구성돼 있는 화장품 산업의 경우 등급 평가 및 표시 제도 시행으로 기업의 부담감이 커졌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해 11월 환경부와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 출고‧수입량의 10% 회수와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업계는 3월 24일부터 시행되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 의무를 2025년까지 유예시켰다.


시간을 벌긴 했지만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안되는 예쁜 쓰레기’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완전히 바뀔 때까지 업계 모두가 플라스틱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장품 용기 90% ‘재활용 어려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년 6월 말 발표한 보건산업브리프 ‘화장품 용기‧포장재 등급 표시 시행에 따른 산업계 동향 및 이슈’에 따르면 화장품산업 성장에 따라 화장품 용기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화장품 용기 시장은 2015년 252억 달러에서 연평균 5% 증가해 2020년에는 323억 달러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품 용기 시장은 제품 원료에 따라 플라스틱, 유리, 금속용기 등으로 구분되며, 이 중 플라스틱 용기는 5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화장품 및 미용산업 포장 용기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521억 개가 판매됐고, 이 중 플라스틱 제품은 659억 개로 전체 제품의 43%를 차지했다.


문제는 화장품 용기가 다양한 첨가제,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데 있다. 용기에 색소가 칠해져 있거나 각기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을 합성해 만드는 것도 재활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속 스프링이 있거나 유리와 플라스틱을 조합해 만든 용기도 폐플라스틱 선별장에서 사실상 분류가 불가능하다.


업체별 친환경 노력 전개 잇따라

친환경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증가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 강화로 화장품 제조 및 포장 단계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 화장품 업체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테라사이트와 협업은 물론, 지난해 12월 ‘레스 플라스틱’ 실천을 제시했다. 레스 플라스틱 실천을 위해 △플라스틱 패키지 사용량 감축 △플라스틱 패키지 재활용성 제고 △그린사이클의 물질 재활용률 증대 등 3가지 방안도 제안했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펄프 몰드를 사용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저감한 친환경 패키지 세트 ‘비자 트러블 스킨케어 세트’를 출시했다. 기존 세트 상품에 제품 고정 목적으로 사용되던 플라스틱 선대를 제거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펄프 몰드 소재를 적용했다.


LG생활건강은 2018년 4월 환경부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에 대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무색 페트 적용과 폴리염화비닐 대체 재질 개발, 단일 재질 친환경 펌프 등을 개발했다.


한국콜마도 지난해 11월 화장품 플라스틱 튜브를 종이로 대체한 종이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콜마가 개발한 종이튜브는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캡을 제외한 본체 모두를 종이로 대체한 친환경 화장품 용기다.


국내 유기농 화장품 회사인 아로마티카는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이끌며 실천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PCR 용기를 적용하거나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로 바꾸고 택배박스와 단상자를 지속가능 삼림개발 인증 종이로 제작하는 등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더 나아가 플라스틱-프리 캠페인 #OFFTHEPLASTIC을 론칭했고, 다양한 직접행동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는 지난 1월 말 영등포 롯데백화점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팝업 매장을 오픈해 화제가 됐다. 진열대와 매장 구조물 등을 플라스틱 없이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만 구성했다.


‘재할용 어려움’ 표시 의무 유예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 개정안에는 생산자가 자체적인 포장재 회수 체계를 갖춰 2023년 15%, 2025년 30%, 2030년 70% 이상의 회수율을 충족할 경우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화장품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 해결을 위한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4대 중점 목표인 4R을 제시했다. 4R은 △RECYCLE(재활용 어려운 제품 100% 제거 △REDUCE(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REUSE(리필 활성화) △REVERSE COLLECT(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 등이다.


협회는 참여 업체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매년 수행 성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환경부, 포장재공제조합과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의 출고‧수입량의 10% 회수와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협약에 참여하는 화장품 업체는 오는 3월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포장재 재질 구조‧등급 평가와 표기 의무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다. 포장재 등급 표기 예외 적용 유예 기간은 2025년까지다.


화장품업계, 자발적 노력 절실

환경 단체들은 일제히 3월 24일부터 포장재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해야 하는데 화장품 용기에만 특혜가 적용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달 23일 성명을 내고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장품업계는 화장품 용기 재사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활용품은 결국 쓰레기가 되는 것이므로 제품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때 재활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화장품 업계가 화장품 용기를 위생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게 용기를 제작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화장품 용기 입구를 크게 제작해 세척, 건조, 살균, 내용물 리필을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용기의 일부분만 교체하거나 리필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 줄이기’와 관련, 화장품 업계에 ‘말로만 실천’이 아닌 ‘진정성 있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본 기사는 주간신문CMN 제1112호(2021년 3월 10일자) 기획특집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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