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시대에 선택되는 브랜드

문제 해결 브랜드, 가치관 대변 브랜드, 그리고 씬을 장악한 브랜드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22-03-04 14: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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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3주년 기획특집] 2022 CORE UP ROUTINE&SCENE


내가 산 물건이 나를 대변한다, 상품은 소비자에게 의미의 대상

침묵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 하는 ‘팬’ 필요

주 52시간제, 코로나 팬데믹 겪으며 크게 증가한 키워드 ‘루틴’

나만의, 내가 만든, 나를 위한 ‘새로운 일상’ 루틴을 만들어내다

박 현 영
바이브컴퍼니 이사 /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CMN]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분석하는 브랜드 개수만 1만개가 넘는다. 모든 사람이 모든 브랜드를 다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물건은 차고 넘친다, 상품과 브랜드도 차고 넘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브랜드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지 알 수도 없다.


그 중에서 어떤 브랜드를, 어떤 상품을, 어떤 서비스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가치에 대한 동조이거나, 자신의 취향에 대한 선언이거나, 문화적 자산의 증명이다. 혹은 이 모두이다. 물론 이러한 의미 부여 없이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물건이 있다.


이런 습관적 소비에는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브랜드의 영역이 아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 상품과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 내가 구매하는 물건이 나를 대변하는 시대에 브랜드를 달고 있는 상품은 소비자에게 의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로 바뀌었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필요의 대상이 아니라 애정의 대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소비자는 브랜드의 팬이며,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같은 것을 보지 않는 시대, “팬이 미디어다”

우리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 모두가 우리 브랜드의 팬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팬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미디어는 개수가 많아졌고 컨트롤성은 떨어졌다.


거대 플랫폼은 사람들의 의견의 합을 공개한다. 제품에 대한 리뷰를 한데 모아 점수를 매기는 앱이나 프로그램은 브랜드 입장에서 손 쓸 수 없는 미디어이다. 이 미디어의 주도권은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에게 있다.


팬이 된 소비자는 브랜드 광고를 대신해 준다. 몰랐던 사람에게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무엇이 좋은지 USP를 알아서 찾아주고, 어디에 좋고 어떤 효과를 보았는지 간증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자랑처럼 보이지만, 자랑이라기 보다는 이 좋은 것을 같이 쓰자는 연대 의식의 호소에 가깝다, 일종의 포교 활동이다.


광고를 할 수 있는 미디어의 숫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진 시대, 미디어의 메시지를 브랜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시대에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광고해 줄 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디어 변화와 관련하여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모두가 같은 곳을 보지 않는 시대, 브랜드가 돈을 쓰기로 작정을 했어도 내 메시지를 뿌릴 ‘곳’이 없다. TV 지상파 대신 광고가 없는 넷플릭스를 보고, 신문을 보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 광고는 믿고 거른다.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모여있지도 않고 조직화 되어 있지도 않다. 그래서 팬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브랜드 팬과 팔걸이를 하고 있어야 내 메시지를 점화할 수 있다. 브랜드가 팬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한 줌의 팬에게만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팬을 시작점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팬은 내 메시지를 수용하는 시작점이자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매체이다.


우리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아도 팬이 될 수 있다

‘브랜드에 팬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여도 ‘우리 브랜드가 팬을 만들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명품 브랜드처럼 희소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비건 브랜드처럼 철학이 담긴 것도 아니고, 누구나 어디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대중적인 브랜드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팬을 만들어야 할 지, 팬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팬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연예인이나 영화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그래서 자기 시간을 내서 콘서트나 영화관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사람, 브랜드로 치환하면 우리 매장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충성 고객? 우리 브랜드가 1만원 이하에 10개 이상을 주는 평범한 치약 브랜드라면 ‘열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모든 브랜드에는 팬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의 팬이 열광적으로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팬은 자발적으로 우리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다. 왜? 왜 누군가가 돈을 내고 사면서도 적극적으로 내 제품이 좋다는 것을 알릴까?


전형적인 유형은 그 브랜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경우다. 시드물에 대한 팬들의 후기는 구구절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드물은 사랑입니다 #내돈내산 #솔직후기 #사세요, 두 번 사세요”로 시작해서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시드물을 만난 후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었고, 시드물을 몇 통째 쓰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팬들의 증언 덕분에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팬이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평판이 올라간다.


두번째 유형은 브랜드의 가치관에 동의하는 경우다. 브랜드 철학은 창립자나 크리에이터를 통해, 제품이나 매장의 디자인을 통해, 종이 포장지를 묶은 끈 하나에까지 나타나 있는 디테일을 통해, 또 그것을 알아본 소비자를 통해 퍼져 나간다.


전자가 나의 문제에 ‘딱’ 맞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이야기 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나를 표현하기에 ‘딱’ 맞는 브랜드여서 이야기된다.


어떤 상황에 ‘딱’ 맞는 브랜드도 이야기되기 마련이다. 일요일은 짜파게티 요리사, 시험 끝나고 생각나는 불닭볶음면, 아침을 잡은 맥모닝, 명절마다 떠오르는 스팸, 할로윈데이의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수능과 빼빼로데이의 페레로로쉐. 시간을 잡는 것도 팬덤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특정 시간과 연결되는 브랜드는 그 특정 시간에 말 할 이유가 된다. 특정 시간을 잡는 것은 저관여 저렴이 브랜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드시 거창하고 거룩한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딱’ 맞는 그 무엇이 있을 때, 사람들은 공감을 부르기 위해 공감한다고 맞장구 치기 위해 입을 연다. 우리는 침묵하는 소비자(소비하는 사람)가 아니라 소리내는 팬(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상황을 잡는 것도 팬덤이다’ 우리 브랜드가 장악한 씬이 있는가?

‘시간’은 코로나 이후 가장 중요해진 자원이다. 코로나로 공간은 줄어들었지만 시간은 확장됐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만의, 내가 만든, 나를 위한 일상 루틴이 있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냈다.


‘루틴’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더 큰 폭으로 증가한 키워드이다. 루틴은 시간 지칭어와 함께 쓰인다. 모닝루틴, 나이트루틴, 주말루틴처럼 말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특정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조직 속에 들어있지 않고 단독자로 존재할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시간’이다. 조직의 시간표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만의 루틴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반면 혼자 있는 개인은 하루종일의 시간이 뭉텅이로 다가온다.


따라서 사람들은 시간 단위로 루틴을 만들고, 특별한 시기에 자신만의 리추얼을 만들어서 한 덩이의 시간에 매듭을 짓고자 한다.


루틴은 특정 시간대를 자기만의 행동양식으로 살아가면서 시간을 알차고 의미있게 사용하겠다는 선언적 키워드인 셈이다.


루틴은 ‘여유’하고는 다른 것이다. 개인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해서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관리하게 한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시간을 장악할 것인가? 29일차 미라클모닝의 아침? 예상치 못한 이른 퇴근 후 운동 시간? 막 시작된 봄날의 오후? 여름의 한가운데? 스물다섯 번째 생일? 스물 하나의 첫 여행?


일상 루틴 속, 우리 브랜드는 어떤 시간을 장악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직 나만을 위한 ‘나만의 공간’ 부상

프라이빗 공간에 우리 아이템 어떻게 포함시킬지 고민해야

거대한 정보 공동체의 바다에서 잊혀지지 않는 브랜드 되기


팬데믹 이후 나만의 공간이 뜬다. 미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자연’

공간도 마찬가지다. 오직 나만을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든 나만의 공간이 뜬다. 혼자 살든 같이 살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 해외에서는 attic(다락방), loft(복층의 상층부), den(딸린 방)이 떴다. 한국에선 취미룸(게임룸, 운동방), 알파룸, 베란다가 떴다.


침실, 거실 같이 명확한 공간이 아니라 부속적인 방들이 뜨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방해 받지 않는 자신만의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꾸미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공간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실컷 소비할 수 있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며진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사람은 허용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다. 흡사 캠핑장의 텐트, 차박의 내 차 안과 유사하다.


본능적으로 필요한 공간이지만 팬데믹으로 더욱 절실해진, 아지트에 대한 투자는 팬데믹이 끝난다 하더라도 쉬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을 완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에 우리의 아이템을 어떻게 포함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디든 나와 함께 가는 메이트 같은 제품들, 내 공간을 감각적으로 인증하는 향수, 내 욕실을 완성시키는 바디제품. 코로나 이후 발견한 또 다른 사실 중 하나는 혼자 있는 인간은 ‘자연’을 찾는다는 것이다. 집 안으로 커다란 식물이 들어오고,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아웃도 어 취미인 등산, 골프, 테니스가 뜨고, 자연을 찾아 떠나는 캠핑이 떴다. 그 어느 때보다 인스타그램에 자연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


공간에서는 개방감이 뜬다. 개방감을 구성하는 요소로 ‘나무’, ‘햇빛’, ‘창가’가 떠올랐다. 차 안에서 차 창을 통해 캠핑지의 자연을 느끼고, 카페 안에서 카페 창을 통해 햇살을 받고, 폴딩 도어를 설치해 집안의 개방감을 더한다.


공통점은 실내에서 밖의 자연을 충분히 느낀다는 것. 미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자연’이다. 자연 속에,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간에, 자연과 연결된 시간에 우리 브랜드가 놓이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는 함께 우리 이야기를 떠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떠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거대한 정보 공동체의 바다에서 잊혀지지 않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내 브랜드가 꼭 필요한 한 순간, 한 구석,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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