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호 기획] 판 커지는 화장품업계 돈이 몰린다 - 특별대담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대표이사

[CMN 박일우 기자] 몰려드는 돈에는 등급이 있다. 한탕주의로 덤비는 ‘투기성’, 언젠가 되겠지란 생각에 그냥 묻어두는 ‘로또형’, 냉철한 분석을 통한 ‘미래투자용’ 자본 등 기대에 따른 등급이 존재한다.
화장품기업을 겨냥한 돈에도 당연히 등급이 있다. 돈의 등급을 따지는 이유는 어떤 돈이 투자됐는지에 따라 그 기업의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투기성, 로또형은 명함을 못 내밀 정도로 국내외 미래투자용 자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엘앤피코스메틱이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 계획만 밝혔을뿐인데 벌써 증권가에선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을 녹일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마스크팩 세계 1위를 넘어 화장품에 마스크팩이란 카테고리를 재창조한 기업의 위용을 보여준다.
CMN(발행인 조병호)은 지령 900호를 맞아 3,000원짜리 똑같은 가격의 마스크팩으로 2009년과 2016년 똑같이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권오섭 대표를 지난 13일 만나 그 ‘미친’ 성공기를 들어봤다.
2012년 매출 75억원에서 올해 4,000억원 돌파가 확실시 되는 ‘붙이는 화장품’ 세계 1위 권 대표의 인터뷰 일성은 뜻밖에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 최근 화장품업계에만 돈이 몰린다고 할 정도로 투자유치와 신규 IPO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두 회사에 감사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두 회사가 있어 오늘날 같은 화장품산업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대만같은 나라는 수입화장품을 무분별하게 들여와 자국 산업이 많이 망가졌어요. 반면 우리는 두 회사가,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있어서 국내시장에서 외국브랜드와 치열하게 싸울 수 있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브랜드를 키우고 외국브랜드를 막아줌으로써 국내 기업이 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셈이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님과 서경배 현 회장님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화장품 역사를 보면 큰 변곡점이 있는데, 바로 미샤와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숍이 출현입니다. 이 두 브랜드숍이 내세운 패스트코스메틱, 스피드코스메틱이 우리 국민 정서인 ‘빨리빨리’와 잘 맞아 들어갔어요. 세계 어느 나라가 일년에 2~3백개씩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겠습니까?
브랜드숍이 발전하면서 OEM·ODM, 원료, 부자재 산업까지 함께 성장하면서 화장품산업 전체가 커지고 K-뷰티로까지 발전하게 됐다고 봅니다. 이런 바탕이 있어서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한국 화장품은 선방하고 있는 거지요.
- 브랜드숍 출현이 기폭제가 된 것처럼, 이후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 대표사례 중 하나로 메디힐을 꼽는데요.
맞는 말이지만(인정), 메디힐 전에 앞서 간 사례도 많죠. 우선 우리가 외국에서 가져와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비비크림이 있고, 아모레퍼시픽이 창조해낸 에어쿠션도 있으니까요.
물론 누구도 마스크팩이 이렇게 큰 시장을 형성하고 히트상품이 될 줄 예상하지 못했죠. 제가 2009년에 판촉물 전락했던 마스크팩을 2천원, 3천원 받는 제품으로 갖고 나오니 다들 저더러 ‘미쳤다’고 하더군요. 잘 팔리겠냐는 비아냥이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어떻게 됐습니까?
효율적인 마케팅을 기본으로 면세점 성장, 유커의 소비확대 등 시기적 상황도 잘 맞았지요. 잘 깨지지 않고, 부피도 작아서 많이 살 수 있는(선물에 적합한) 마스크팩의 장점으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 거죠. 또 유커들이 사서 써보니 좋거든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재구매가 이뤄지다보니 어느 순간 핵분열이 일어난 거죠.
- 일각에선 마스크팩 의존도가 너무 커 일정 시점 이후 정체성을 보일 거라는 평가도 있는데 대비책은 있나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의 마스크팩을 얼마나 썼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전체 중국 소비자 중 한국 제품을 써본 사람은 5%밖에 안돼요. 나머지 95% 시장이 열려있는 셈이죠.
올해 중국 마스크팩 시장규모를 5조 정도로 잡는데, 실제 9조 시장은 될 거라고 봐요. 또 중국 외에도 동남아, 남미. 미주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잖아요. 향후 마스크팩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제 2의 중국시장을 찾는 업체들이 많은데, 중소기업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요. 마스크팩에서 계속 1등 하려면 중국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중국에서 일등하지 않고 어떻게 세계에서 일등하겠어요? 그래서 우린 올해말에 현 해외사업부를 중국사업부와 기타 해외사업부로 나눠서 더 중국시장에 집중할 겁니다.
앞으로 마스크팩 시장도 변화를 거듭할거에요. 누가 그 변화를 주도하는냐가 핵심이죠. 지금 마스크팩 안 만드는 회사가 있나요? 경쟁속에서 서로 발전하면서 시장도 커지는 거죠. 무엇보다 더 노력하는 회사가 성공할 겁니다.
- 메디힐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은 얼마나 됩니까?
면세점까지 포함하면 전체 매출의 약 55~60% 정도 될 겁니다.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등 H&B숍 등이 주요 유통인 내수 비중이 30% 정도 되고, 나머지 기타 해외국가에서 10% 매출이 나옵니다.
- 중국에 더 집중하겠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중국 매출 비중을 더 확대할 계획인가요?
더 늘릴 수 있다면 늘릴 겁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 인구의 5.5%가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2020년엔 이 비중이 9~10%까지 늘어날거랍니다. 그렇게 되면 마스크팩은 더 많이 팔리게 될 겁니다.
메디힐이 석달 전에 호주면세점에 입점했는데 월 70만달러 정도 매출이 나와요. 발리면세점도 그 정도 되고, 뉴질랜드면세점에서도 4~50만달러 매출을 냅니다. 이것은 전 세계 면세점에서 물론 한국 고객도 있지만, 유커들이 구매해주기 때문이에요. 유커가 늘어나면 마스크팩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중국 외 추가적인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갖고 있나요?
중국에 더 집중하면서 해외 진출국도 계속 확대해 나갈 겁니다. 최근 브라질 화장품 2위 업체와 계약을 마쳤어요.
내년엔 일본에도 들어갑니다. 일본시장에선 한국 기업들이 성공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는 일본기업과 협업으로 제조공장을 설립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 제팬’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일본 소비자와 방일 유커로 타깃을 구분해서 차별화된 제품으로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현재 모델 현빈과 일본 모델계약도 마쳤고,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일본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국내 브랜드와 함께 중국에 오프라인 멀티샵 오픈
내년 중후반 상장 시가총액 깜짝 놀랄 수준될 것
K-뷰티 열풍 이으려면 국내선 경쟁 해외선 협력해야
- 멀티샵 오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건가요?
멀티샵은 중국 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내년에 중국 측 파트너와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 10여개 브랜드와 함께 멀티샵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조인트벤처로 중국 파트너가 영업하고 우리는 솔루션을 제공하게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고요. 내년 상반기에 1호점을 내고 연내 20호점을 출점한다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낼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를 홍대에 하나 더 설치할 구상은 있어요. 한국 기업들이 유커에게 제품만 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커를 위한 편안한 쇼핑환경과 휴식공간 등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봐요. 많은 기업들의 동참을 바랍니다.
- 화성에 제이에스엘이란 포장 공장을 지었는데요.
올초 이슈가 됐던 외주포장업체 비위생 문제는 마스크팩 공장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던 애로였어요. 작년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화성에 파우치 공장을 세운겁니다. 파우치가 깨끗해야 제품이 깨끗할 수 있으니까요.
화성공장은 CGMP에 준할만큼 최첨단으로 지었습니다. 또 일본에서 자동충진기계 3대를 들여와서 타공부터 충진, 멸균, 접지까지 전자동시스템을 완비했어요. 이 시스템을 돌려보고 결과가 좋으면 계속 시스템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참고로 화성공장은 포장만 하는 곳이라고 보면 돼요. 내용물은 기존대로 지디케이, 이시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에서 갖다 씁니다. 생산과 유통을 함께 하면 어깨가 무거워서 힘들어요.
중국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데, 이 역시 제조업체와 협업해서 제조는 조인트 업체가 하고 우리는 마케팅(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할 겁니다.
- 엘앤피코스메틱이 지분을 갖고 있는 지디케이의 OEM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올바른 지적입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고요. 작년 지디케이 비중이 약 65% 정도 됐는데, 지디케이에 갑자기 사고라도 나면 큰 일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지디케이 비중은 35~40% 정도로 낮췄어요. 이시스라는 새 OEM 회사도 개발했고요. 이시스를 선택한 이유는 누구나 공장에 가보면 놀라는 최첨단 설비를 갖췄기 때문이에요. 여러 OEM 회사들의 경쟁체제로 가면 품질제고 효과도 있어 소비자에게 더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폭풍성장 중이지만, 성장성이란 영원한 기업의 화두인데요. 중장기 목표는 무엇입니까?
올해 매출은 4천억은 충분히 넘을 겁니다. 내년에 6천억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중장기 목표는 3년 내 매출 1조, 10년 내 세계 10대 화장품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마스크팩으로 계속 밀고 나갈 겁니다. 현재 고려대 등과 산학협력으로 부직포 개발, 신소재 연구 등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년 3월 신사옥이 완공되면 마스크팩연구소를 신설해 이를 확대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마케팅연구소도 만들어 R&D분야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 상장은 언제쯤 할 계획이고, 시가총액은 얼마나 예상하십니까?
내년 중후반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현재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고 하나대투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선정돼 있습니다.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우린 상장을 하나의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장한 뒤에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내년 상장을 위해 올해초부터 상장 후 엘앤피코스메틱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상장으로 들어온 돈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투자할지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상장되면 시총은 아마 깜짝 놀랄 수준이 될 겁니다. 우리가 내년 상장 예정 기업 중 빅3 안에 들어간다고 자부합니다.
- 이미 투자를 받아서 지분이 분할된 것으로 압니다. 상장 전에 또 다른 투자유치 계획이 있나요?
중국기업인 레전드홀딩스와 랑시그룹 두 곳에서 이미 투자를 받았죠. 돈이 필요해서 받은 건 아닙니다. 중국 사업을 활발하기 위해 좋은 파트너가 필요했고, 두 회사가 그에 잘 맞았기 때문에 투자 받은 겁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더 효율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믿음직한 중국 파트너가 필수적이라는 게 제 지론입니다.
국내 기업으로부터도 투자 제안이 들어오긴 하는데, 앞서 말씀했듯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투자 받을 계획은 현재는 없습니다.
- 최근 주가동향 등을 보면 화장품의 기세가 좀 떨어지는 듯 합니다. 장기적으로 화장품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화장품의 ‘화’자만 들어가도 주가가 올라가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젠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향후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거고 시장의 평가는 냉정해질 겁니다. 결국 ‘좋은’ 회사는 올라갈 거고 어려움에 직면한 회사들은 더 떨어질 겁니다.
- 해외에선 한국 화장품이 인기지만, 내수는 정체포화상태입니다. 또 사드 등으로 중국발 리스크도 큽니다. 이에 대한 돌파구나 해결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
현재 국내 시장은 원브랜드숍이 워낙 많아 화장품을 팔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화장품을 취급하지 않았던 매장에서 화장품을 취급하도록 콜라보를 구상 중입니다. 마스크팩은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 구상에 맞는 유통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런 매장들과 콜라보를 통해 국내 시장을 뚫어나갈 생각입니다.
사드는 국가적인 문제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저 준비하고 대응할 뿐이죠. 현재 잠깐 소강국면인데 조만간 또 터져나올거라 봅니다. 중국도 한국 의존도가 커서 한국산 불매운동 같은 일은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제한적으로 영향은 있겠지만, 충분히 준비한다면 무난히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한국 기업들이 K-뷰티 열풍을 계속 이어나가 위해 해결해야할 숙제는 뭐가 있을까요?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으로 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내는 것,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함께 협업(together)해야 합니다. 국내에선 치열하게 싸우지만 해외에선 동료의식으로, 동업장 정신으로 함께 해 나가야 이 상승세를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아모레퍼시피과 LG생활건강이 이런 사례의 모범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처럼 국내에선 치열한 적수지만, 해외에선 공동전선을 펴는 것이 굉장히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델이 한국 화장품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 대담일시 및 장소: 2016년 10월 13일 서울 엘앤피코스메틱 대표이사실
참석자: 문상록 편집국장, 이정아 기자, 심재영 기자, 신대욱 기자, 박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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