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K뷰티 유통채널 ‘약국’
더마코스메틱 열풍 속 ‘K-약국’ 인기 … ‘뷰티 특화 약국’ 잇따라 등장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04-22 오후 5: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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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특화 약국 동향 분석



[CMN 심재영 기자] 최근 K뷰티 유통 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H&B스토어,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 채널이 시장을 주도해 온 가운데 ‘약국’이 새로운 뷰티 유통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보조 판매 채널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이제 약국은 기능성화장품과 더마코스메틱 중심의 핵심 접점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뷰티 쇼핑 특화 약국’의 등장
최근에는 단순 의약품 판매를 넘어, 더마코스메틱과 스킨케어 큐레이션에 특화된 ‘뷰티 특화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

명동 상권에서는 ‘명동모모약국’, ‘명동베리뉴약국’ 등 초대형 약국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입구에서부터 기존 약국의 문법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흰색 가운을 입은 약사가 조제실 안쪽에 머무는 대신, 매장 전체를 가득 채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진열대가 고객을 맞이한다.

이들 약국은 처방 조제 비중을 과감히 줄이거나 사실상 배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신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더마코스메틱(Derma-cosmetic), 고함량 비타민, 파스류, 그리고 한국 특유의 뷰티 소품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2025년 한 해에만 명동 상권에서 11곳의 신규 약국이 개설됐으며, 현재 명동 내 40여 개 약국 중 과반 이상이 뷰티 특화 약국으로 분류된다.
명동 레디영약국, 명동 베리뉴약국
뷰티 특화 약국의 선두 주자는 단연 레디영(Ready Young)약국이다. 서울 홍대를 시작으로 명동강남성수까지 빠르게 점포를 확장한 레디영약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정조준한 입지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동 레디영약국은 올리브영 명동거리점 바로 옆에, 성수 레디영약국은 올리브영N 성수 바로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올리브영에서 색조기초화장품을 체험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약국 전용 기능성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동선 설계다.

레디영약국에는 PDRN 크림연고류부터 피부 외용제, 더마코스메틱 전 라인이 가득하며 영어중국어일본어 응대 인력이 상주하고, 면세(Tax Refund) 기기까지 도입해 외국인 편의를 극대화했다.

한 외국인 소비자는 “올리브영에서 에크논 크림(여드름 치료제)을 찾았지만 입점돼 있지 않아 레디영약국을 찾게 됐다”며 “약사 추천 콘텐츠를 SNS에서 보고 방문했다”고 밝혔다.

명동 도심 핵심 상권에 자리한 오아시스약국도 뷰티 특화 전략을 빠르게 흡수한 약국이다. 외국인 방문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 약국은 PDRN 라인과 재생진정 연고, 기능성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큐레이션 된 매대를 운영하며, 관광객 대상 성분별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재작년 12월 명동에 문을 연 뉴스케치약국은 화장품 편집숍과 다름없는 동선 설계가 눈에 띄는 약국이다. 일반적인 약국과 달리 처방 창구를 매대 뒤쪽으로 밀고, 약사가 매대 앞에 서서 고객을 응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너뷰티, 스킨케어, 페이셜 마스크 등 카테고리별로 제품을 구분 진열하고, 닥터리쥬올, 리쥬비넥스 등 PDRN 라인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명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약국은 ‘품질이 보증된 뷰티 제품을 살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상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 강남, 홍대 등 주요 상권의 약국 앞에는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일상화됐다.

SNS가 불붙인 ‘K-약국 투어’
약국이 K뷰티 쇼핑 명소로 부상하게 된 핵심 동인은 소셜미디어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샤오홍슈 등에서는 한국 약국에서 파는 여드름 치료제재생 크림을 일반 화장품과 조합해 사용하는 ‘스킨케어 꿀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Korean Pharmacy Must Buy’, ‘Glow Up In Korea’ 등의 키워드를 단 숏폼 콘텐츠는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국 약국을 글로벌 뷰티 성지로 알렸다.

인스타그램에서 ‘#koreanpharmacy(한국 약국)’ 해시태그는 1,000건 이상, ‘#약국화장품’은 2만 건 이상 등록돼 있다. 유튜브와 샤오홍슈에서는 ‘한국에서 꼭 사야 할 약국템’ 제목의 영상이 조회수 3만 회 이상 기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피부과 시술 후 관리용으로 최적’, ‘올리브영 화장품보다 효과 확실’ 등의 후기를 공유하며 약국 화장품 소비를 인증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외국인 관광객 대상 ‘K-약국 카테고리’ 상품을 2025년 하반기 정식 출시했다. 강남홍대명동 등 9개 약국과 연계해 약사 상담과 외국어 응대 인력을 배치한 이 프로그램은 순차적으로 20개 지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단순 쇼핑이 아닌,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서의 약국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맞춤형 약국으로 진화
트렌드 세터들이 모이는 성수동의 경우, 약국은 인테리어부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성수동약국’과 같은 곳은 카페를 방불케 하는 세련된 디자인과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MZ세대의 발길을 잡는다.

강남에 위치한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은 ‘웰니스 뮤지엄’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강남의 뷰티의료 상권 특성에 맞게 체험형 공간을 구성하고, 자체 PDRN 더마코스메틱 라인업까지 직접 운영한다. 옵티마 PDRN 더마코스메틱과 웰니스 건강기능식품, 프리미엄 스킨케어를 결합한 ‘헬스케어 통합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피부과 시술 전후 제품을 찾는 강남 소비자층을 흡수하고 있다.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 종각점 [본사 사진 제공]
또한, 지난해 말 영풍문고와 협업해 선보인 ‘웰니스 뮤지엄 약국 종각점’은 책과 건강, 뷰티를 아우르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 종각점은 강남점과 마찬가지로 큐레이션 존건강 측정 존맞춤형 상담 존 등을 운영하는 동시에 영풍문고의 특성에 맞춰 조성한 도서 존에 의학 및 건강 관련 도서를 비치해 지식 기반의 웰니스 경험을 확장한 점이 눈에 띈다.
르메디약국(위), MBB 쇼핑몰 뷰티존(아래)
지난달에는 청량리역 인근에 1,100평 규모 초대형 웰니스 플랫폼 ‘MBB 쇼핑몰’과 결합한 ‘르 메디(Le Medi) 약국’이 등장해 약국 변화의 정점을 찍었다.

이곳은 약 2,000여 종의 의약품은 물론, 전문적인 뷰티 섹션과 펫 용품까지 갖춘 ‘한국형 드럭스토어’의 완성형 모델을 보여준다. 기존 올리브영과 같은 H&B스토어가 채우지 못했던 ‘전문 의약품 기반의 뷰티 신뢰도’를 약국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리더스코스메틱, 잇츠스킨을 비롯해 병의원 전용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메이크업, 네일, 헤어, 바디, 향수 등 다양한 브랜드를 구비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의 경우, 약사에게 추천받을 수 있다.

르메디약국을 운영하는 이천수 대표약사는 대웅제약과 광동제약에서 임원을, 슈넬생명과학에서 CEO를 역임했으며, 광동제약 근무 시절 ‘비타500’ 개발을 주도했다. 비즈한국 인터뷰에 따르면, 이천수 약사는 르메디약국을 처음에 약국 500평, H&B 매장 500평으로 기획했는데 건축법상 구조와 현행 약사법 규제에 묶여 약국 공간을 60평으로 축소하고, 나머지를 완전히 분리해 개소할 수밖에 없었다.

별도 분리된 르메디약국은 약 2,000종의 일반의약품과 약국 전용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며 11명의 약사를 순환 배치하고 있다.

전문성희소성신뢰 앞세워 ‘주목’
약국이 K뷰티의 유통 채널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에는 다른 채널과 차별화되는 세 가지 강점이 있다.

첫째는 성분 기반의 ‘전문성 신뢰’다. 의약품 개발 기술에서 파생된 더마코스메틱 제품은 ‘피부과 처방을 받은 것 같은 효과’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 특히 레티놀, PDRN, 엑소좀 등 고기능 성분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단순 탐색이 아닌 명확한 목적을 가진 ‘목적 구매’ 행태가 뚜렷해지고 있다.

둘째는 약국 전용 제품의 ‘희소성’이다.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을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인식은 약국 방문 동기를 높인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올리브영에서는 색조 위주로, 약국에서는 기초 기능성 제품을 구매한다는 뚜렷한 채널 분리 소비 행태를 보인다.

셋째는 약사와의 1:1 상담이 주는 ‘큐레이션 경험’이다. 약사의 피부 고민 상담과 성분 설명은 높은 가격 저항을 낮추는 핵심 장치이자, 약국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신뢰 기반 헬스케어 체험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요소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약국의 동기 부여는 명확하다. 일반의약품 마진율이 9~15% 수준인 반면, 약국 전용 더마코스메틱은 30~40%의 마진 확보가 가능하다. 약사들이 화장품 카테고리 확장에 적극 나서는 경제적 요인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K뷰티의 글로벌 교두보가 되려면
약국은 이제 단순한 의약품 판매 공간이 아니다. 상담체험신뢰가 결합된 고관여 소비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K뷰티 유통의 새로운 허브로 자리 잡는 중이다.

프랑스 파리의 몽쥬약국, 일본의 마쓰모토 기요시가 뷰티 쇼핑 명소로 자리 잡은 것처럼, 한국의 약국도 ‘K뷰티 체험의 최전선’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과 화장품의 혼용 마케팅 규제, 공급 불안정으로 인한 품절 대란, 약국별 균등한 서비스 수준 확보 등이 지속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SNS에서 촉발된 ‘오프라벨’ 사용 방식(의약품을 화장품처럼 활용)에 대한 안전성 우려도 업계가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웰 에이징’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피부과의료 시술과 연계된 홈케어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코스메슈티컬을 중심으로 한 약국 채널의 성장세는 단기적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변화다.

K뷰티 브랜드들이 약국 채널을 전략적으로 내재화하는 속도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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