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산업 구조, 소기업 편중 현상 갈수록 심화

책임판매업체 최근 10년간 연평균 24.6% 증가 '압정구조' 초래
창업지원보다 경쟁력 갖춘 기업 육성·정책 지원 방안 모색 필요

CMN 특별취재팀 기자 cmn@cmn.co.kr [기사입력 : 2023-08-22 18: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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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장품 산업 구조 특징과 문제점


국내 화장품 산업은 책임판매업체가 최근 10년간 연평균 24.6% 증가해 2만8.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소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판매업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창업지원 중심 정책 전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피부 기반기술 개발 사업단(사업단장 황재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화장품 생산 및 수출실적 보도자료와 개별 발표 통계 자료 등을 기반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 현황 및 생산실적을 면밀히 분석한 트렌드 리포트를 지난 15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화장품 산업 구조의 특징과 문제점을 파악해 한국이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에 안주하지 않도록 국내 기업의 정책지원 방안 모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책임판매업체 2만8천여 개, 10년 새 7.2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화장품 영업자는 책임판매업체가 2만8,015개, 제조업체가 4,548개로, 책임판매업체는 2013년 3,884개에서 10년간 2만4,131개, 연평균 24.6%, 7.2배 규모로 증가했고, 제조업체는 2013년 1,535개에서 10년간 3,013개, 연평균 12.8%, 3.0배 규모로 증가했다.

특히 책임판매업체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연평균 24.6%로 같은 기간의 제조업체 수 증가율(연평균 12,8%)은 물론 생산액 연평균 증가율 6.1%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22년 책임판매업체 2만8,015개 중 생산실적을 보고한 업체는 1만119개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8.8%였던 실적보고 업체 비율은 2016년 60.7%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해 2022년에는 36.1%로 감소했다. 책임판매업체 10개 중 3.6개 만이 생산실적이 있으며, 6.4개는 생산실적이 없는 셈이다.

생산실적을 보고하지 않은 경우는 △실제 생산실적이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산실적이 적거나 △생산실적은 있으나 번거로워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생산실적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외형만 놓고 보면 화장품 기업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건전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일반화에 한계가 있으나 화장품 시장 규모나 생산 규모가 한국보다 큰 일본의 경우 화장품 제조판매업체가 4,038개소, 제조업체가 3,968개(후생노동성, 일본화장품공업협회)로 한국에 비해 적은 것을 보면 한국의 기업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한국의 화장품 생산 규모는 13조5,908억 원(식약처)인 반면, 일본의 화장품 출하액은 1조3,529억 엔(일본경제산업성)으로, 유로모니터 시장 규모와 ITC 자료로 환산하면 한국 190억6,050만 달러, 일본 331억9,580만 달러다.


1,000억 이상 생산기업은 0.1%에 불과


생산 규모별 제조판매업자 분포를 보면, 그동안 지적되어 온 극단적인 소기업 편중 현상(압정구조)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생산 규모별 제조판매업자 분포는 1,000억 이상이 11개(0.1%)에 지나지 않고, 500억~1000억 12개(0.1%), 100억~500억 85개(1.0%), 50억~100억 91개(1.0%), 10억~50억 445개(5.0%)이다. 10억 이상 생산실적이 있는 기업은 총 644개, 7.2% 뿐이고, 전체 제조판매업자의 92.8%를 차지하는 8,298개 기업은 생산실적이 10억 미만으로 매우 작은 규모다.

국내 화장품 생산은 소수의 생산 규모가 큰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제조판매업자의 0.1%인 1.000억 원 이상 생산기업이 10조2,986억 원으로 2020년 국내 화장품 생산의 67.6%를 차지하고 있고, 500억~1,000억 원 규모의 기업이 8,078억 원으로 국내 화장품 생산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제조판매업자의 92.8%를 차지하는 10억 미만 기업들이 화장품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26억 원으로 4.0%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생산 규모별로 기업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생산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종합비교해 보면, 소수의 생산 규모가 큰 기업이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 10억 미만의 기업은 기업 수의 92.8%를 차지하나 생산에서는 4.0%만 차지해 영세한 기업 위주의 불균형적인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발 수출감소로 생산실적 마이너스 성장


2022년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은 13조5,9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조625억 원(-18.4%) 감소했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1%의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오던 화장품 생산은 2020년(-6.8%)과 2022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이는 중국발 수출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유형별 생산실적을 보면, 기초화장품 제품류가 7조5,220억 원으로 전체 생산의 55.4%를 차지했고, 다음으로는 인체세정용 제품류가 1조8,184억 원으로 13.4%, 색조화장품 제품류가 1조6,639억 원으로 12.2%, 두발용 제품류가 1조6,526억 원으로 12.2%를 차지했다. 그 외 9개 유형 제품은 총 9,339억 원으로 6.9%를 차지해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았다.

책임판매업체 평균 생산실적 1/3로 감소

책임판매업체의 평균 생산실적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들어 상위 10개 책임판매업체의 생산실적과 비중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상위 10개 책임판매업체의 생산실적은 8조812억 원으로 2021년의 11조5,415억 원에 비해 3조4,602억 원(9.8%p) 감소했다.

2022년 상위 10개 책임판매업체는 아모레퍼시픽(3조4,869억 원), 엘지생활건강(3조4,262억 원), 애경산업(2,700억 원), 지피클럽(1,835억 원), 애터미(1,780억 원), 카버코리아(1,531억 원), 클리오(1,176억 원), 난다(890억 원), 이니스프리(885억 원), 해브앤비(884억 원) 등이다.

상위 10개 업체를 제외한 업체당 평균 생산 금액 또한 5억 내외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22년 책임판매업체의 평균 생산실적은 13.4억 원으로 2013년의 42.1억 원의 3분의 1로 감소했는데, 업체당 평균 생산 금액의 감소는 책임판매업체 수가 지난 10년 간 7,2배 규모로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업체당 평균 생산규모를 보면 한국 화장품 기업의 영세성을 확인할 수 있다. 상위 10개 책임판매업체를 제외한 기업의 평균 생산실적을 보면 2022년 5.4억 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2013년의 9.9억 원에 비해서도 거의 1/2 수준으로 매년 감소해 과도한 기업수 증가로 산업의 건전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결국 과도한 기업 수 증가로 화장품 산업의 건전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기능성 화장품, 2019년 이후 감소세

2020년 기능성 화장품 생산실적은 4조6,000억 원으로 전체 화장품 생산의 33.8%를 차지했는데, 기능성 화장품 생산은 2019년 5조3,448억 원으로 초고액을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즉, 2013년 2조5,638억 원에서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2020년 4조5,325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2020년과 2022년에는 전년대비 감소했다.

2022년 기능성 화장품 유형별 생산실적을 보면, 복합기능성 화장품이 1조8,778억 원으로 전체 기능성 화장품 생산의 40.8%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주름개선 화장품 1조1,711억 원(25.5%), 탈모완화 화장품 4,703억 원(10.2%), 자외선차단 화장품 4,192억 원(9.1%) 순으로 나타났다.


탈모완화 화장품, 6년간 3.1배 증가


2013년 대비 2020년 기능성 화장품 유형별 생산실적을 보면, 생산량이 가장 많은 복합기능성 화장품이 6,519억 원(1.5배) 증가했으며, 주름개선 화장품 4,808억 원(1.7배), 탈모완화 화장품 3,196억 원(3.1배), 자외선차단 화장품 383억 원(1.1배), 미백화장품 650억 원(1.2배)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변화는 탈모완화 화장품으로, 기능성 화장품으로 추가돼 2017년부터 생산실적이 보고된 이후 6년 간 3.1배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3년 대비 2022년 점유율 변화를 보면, 복합기능성 화장품 47.8%→ 40.8%, 주름개선 화장품 26.9%→ 25.5%, 자외선차단 화장품 14.9%→ 9.1%, 미백화장품 10.4%→ 7.2%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복합기능성 화장품, 자외선차단 화장품, 미백화점의 감소율이 타 유형에 비해 크며, 생산규모가 큰 탈모완화 화장품의 점유율은 2017년 3.1%에서 2022년 10.2%로 크게 증가했다.

창업지원보다 강소중견기업 육성 바람직

보고서는 한국 화장품 기업 현황 및 생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화장품 산업 규모에 비해 책임판매업체나 제조업체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지원 방향을 창업지원보다는 강소기업의 육성과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중심으로 하고, 경쟁력이 뒤지는 소규모 기업의 자연스런 도태를 통해 기업수를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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