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정기구독, 새로운 소비 트렌드 부상

밀레니얼 세대 중심 확산 … AI 기술 접목 큐레이션 맞춤 추천으로 진화

신대욱 기자 woogi@cmn.co.kr [기사입력 : 2019-10-21 13: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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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 현황


[CMN 신대욱 기자]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도 신문이나 잡지, 우유처럼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변화다. 이른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대를 맞고 있다.


구독은 일정기간 비용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구독은 산업화 초기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소비 행태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구독(Subscription)’이라는 개념은 보다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배달 형태인 신문이나 우유뿐만 아니라 면도기, 화장품 같은 일상용품부터 고가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IT 기술 발전이 결합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이같은 ‘구독경제’는 새로운 유망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이 오는 2020년 약 6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미국의 구독 서비스 관련 결제・정산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주오라를 설립한 타엔 추오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변화했고 제품경제와 공유경제를 지나 구독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히트 상품을 통한 마진 확보가 목표였던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수명이 다했고, 이제는 지속적인 가치와 서비스를 통해 반복적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소확행, 가성비 추구하는 젊은층 흐름 주도


현대적 개념의 구독경제의 시초는 2010년 미국에서 첫 도입된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인 ‘버치박스’다. 하버드 MBA 출신인 케이샤 보샴과 헤일리 바나가 만든 스타트업인 ‘버치박스’는 소비자들이 여러 화장품의 시제품을 사용해 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만 정품으로 사고 싶어하는 니즈를 반영해 정기 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매달 10달러의 비용으로 5~6개의 화장품 샘플을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정기배송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버치박스 효과’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기배송 서비스가 주목받은 것은 2012년 등장한 딜리쉐이브클럽이다. 딜리쉐이브클럽은 저렴한 비용으로 정기적으로 면도날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산업 전반에 ‘구독경제’가 붐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딜리쉐이브클럽은 2016년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약 1조1850억원)에 인수될 정도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선두업체인 질레트도 2015년 정기배송 서비스인 질레트쉐이브클럽을 도입할 정도로, ‘구독경제’ 흐름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2016년부터 전 세계로 확산한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유에서 사용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소비 흐름인 ‘구독경제’가 자리잡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후 아마존과 월마트, 세포라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정기 배송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같은 새로운 소비 흐름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소확행, 가성비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측면이 크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른 이후다. 개인 여가활동을 중시하는 1인 가구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맞벌이 가구의 니즈와도 결합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한카드 이용금액을 기준으로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대 소비자는 대부분의 카테고리 이용률에서 50% 안팎의 비중을 보였다. 특히 화장품 정기 배송 이용 비중이 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개 분야 이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도 20대 여성이 42%로 높았다.


전문 플랫폼에서 브랜드별 서비스로 변화


국내는 2011년 독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투자사인 로켓인터넷이 설립한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 업체인 글로시박스가 시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의 정기배송 서비스였다. 글로시박스는 매달 회원에게 필요한 아이템 5개를 보내주는 정기배송 서비스로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 미미박스가 등장하며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이후 다양한 ‘OO박스’를 내세운 정기 배송 업체들이 등장하며 활황을 맞는 듯 했다. 2012년만 해도 20여개 이상의 화장품 정기배송 업체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중 글로시박스와 미미박스 정도만 사업을 이어갈 정도로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초기 샘플 중심으로 운영된 것도 시장이 커지지 못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브랜드 소싱의 한계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실제 초기 시장을 이끌었던 미미박스의 경우 자체 브랜드 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고 글로시박스는 글로시데이즈로 사명을 변경한 2015년 이후 뷰티 전문가나 유명 유튜버와 협업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현재는 뷰티 전문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인 뷰스컴퍼니에 인수된 상태다.


한동안 주춤하던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는 올들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초기 모델이 유통 플랫폼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단일 브랜드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접목돼 개인별 맞춤형 배송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모레 등 대기업 참여 시장 확산 기대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11월부터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스테디’의 정기 구독 서비스인 ‘스테디 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1일1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5일 동안 4단계로 구성된 마스크팩을 직접 집으로 배송해준다. 보습과 탄력을 관리할 수 있는 하이드레이팅플랜, 피부 톤을 밝혀주는 브라이트닝플랜, 강력한 영양보습을 선사하는 너리싱 플랜 등 3가지 라인으로 구성돼있다. 또 1주일, 2주일 프로그램으로 나눠져 있어 원하는 관리 프로그램과 기간을 선택해 주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스테디는 첫 선을 보일 당시 ‘디스테디’로 출발했다 지난해 4월 ‘스테디’로 브랜드명을 변경하고 리뉴얼했다. 런칭 6개월만에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컨셉과 제품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리뉴얼하면서 기존 10일 플랜에서 짧은 주기의 5일 플랜 제품으로 변화를 줬다.


애경은 온라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기반으로 각기 다른 피부에 적합한 제품을 제안해주는 ‘플로우’를 지난해 4월 선보였고, 이중 소용량 화장품은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2주에 한번씩 자신의 피부에 알맞은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플로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피부 상태, 사용 용도를 고려한 화장품을 제안해줄 수 있도록 스킨과 오일, 크림, 클렌저, 자외선 차단제 등 18종으로 구성했다. 플로우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내 피부 진단 하기’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으면 자신의 피부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준다.


톤28은 2016년 8월 설립된 이후 국내 처음으로 기후 기반 천연 맞춤형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의 피부를 측정한 후 기후와 생활 습관 등을 반영한 맞춤형 화장품을 제작해 28일 주기로 배송해준다.


톤28은 이마와 볼, 눈가, 턱 등 부위별로 화장품을 제조해 제공하며 기후와 생활패턴을 고려해 조합이 가능한 7000가지 이상의 가짓수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조합을 찾아준다. 이같은 맞춤형 화장품 정기 구독 서비스로 최근 누적 이용자수만 2만명을 넘겼다.


무엇보다 톤28은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2차례 투자를 받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차 투자 금액은 5억원이었고 2차 투자 금액은 35억원 규모였다.


신선화장품을 내세운 먼슬리코스메틱도 2017년 5월부터 1:1 맞춤 처방에 따른 화장품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피부 진단을 통해 자신의 피부와 헤어 상태에 따른 맞춤 화장품을 만들어 매달 정기 배송하는 방식이다. 자연유래 원료로 만든 크림과 샴푸 2종을 배송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시장 참여 업체 증가 ‘눈길’


올해 새롭게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업체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남성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 오더그레이와 두피 탈모케어 브랜드 자올 닥터스오더, 안티에이징 브랜드 셀몽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 등이다.


오더그레이는 남성 스킨케어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킨케어 제품 2종을 스킨케어 레시피와 함께 배송한다. 남성들의 피부 특성과 특징, 평균적인 피부 상태, 주된 피부 문제와 고민 등을 고려해 방부 성분을 최소화한 제품을 개발해 정기적으로 전달한다. 또 온도 변화에 민감한 남성들의 피부 건강을 위해 계절에 적합한 성분을 처방해 각 계절에 따른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두피 탈모 케어 전문 브랜드 자올 닥터스오더는 지난 8월 꾸준한 탈모관리를 위한 정기배송 서비스 ’먼슬리자올’을 선보였다. 6개월 기본 구성으로 시너지 부스터,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 타래 알엑스로 구성된 오리지널 라인과 시너지 부스터 우먼,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 우먼, 타래 알엑스로 구성된 우먼 라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중도 해지 없이 먼슬리자올을 6개월 동안 이용하면 7개월차부터 추가로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무료 제공된다. 또 이용하는 동안 사진 업로드 미션, 이벤트 참여 등을 수행하면 ‘스칼프 포인트’를 지급해 적립된 포인트로 자올 상품을 교환 받을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개발한 안티에이징 브랜드 셀몽드는 지난 7월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셀몽드 제품중 가장 인기 있는 핵산 미라클 앰플 마스크 4박스와 핵산 리프레싱 토너 1개로 구성, 한달간 매일 홈케어할 수 있도록 했다.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기배송 특별가로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는 이달 8일 본사 직영 공식 판매 채널인 ‘에스트라 공식몰’을 오픈하며 정기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자주 사용하는 품목을 5% 할인된 금액으로 본인이 설정한 배송일에 맞춰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또 모든 제품 구매시 사용해보고 싶은 다른 제품의 샘플을 사은품으로 미리 받아 체험할 수 있다.


개인화, 큐레이션 추천이 핵심


블록체인 뷰티 패션 플랫폼 큐포라가 5월 판매에 들어간 뷰티 큐레이션 서비스 ‘미러 박스’도 눈길을 끌고 있다.


미러 박스는 개인의 퍼스널 컬러에 맞춘 뷰티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무엇보다 AI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AI 뷰티 큐레이션 앱 ‘미러야(Mirrorya)’를 통해 퍼스널컬러 측정 후 해당 결과에 따라 구매 신청할 수 있다. 또 큐포라 전문 큐레이터 ‘큐니(Qny)’와 1:1 상담을 통해 더욱 상세한 맞춤형 뷰티 박스를 구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구독 서비스는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추천을 통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개인 성향과 소비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리란 것. 그만큼 개인화와 큐레이션이 핵심적인 키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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