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07-03 오후 7:13:53]
2026 K뷰티의 미래
[CMN 심재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삶의 질과 총체적인 건강을 우선시함에 따라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이 ‘건강 중심’으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아울러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환경 속에서 메이크업의 보호 기능이 강조되면서,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와 정보의 불확실성 속에서 ‘과학적 검증’을 통한 신뢰 확보가 브랜드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화준 민텔 수석 애널리스트 글로벌 마켓 트렌드 리서치 기업 민텔(Mintel)의 이화준 뷰티 및 퍼스널케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2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인코스메틱스 코리아(in-cosmetics Korea)’에서 ‘K뷰티의 미래(The Future of K-beauty 2026)’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스킨케어, 건강 중심으로 재정의
첫 번째 트렌드는 ‘롱제비티, 정서적 웰빙, 서플리먼트 혁신을 통해 스킨케어를 건강 중심으로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이화준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장수와 함께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는 스킨케어를 총체적 건강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 조사에서 태국 여성의 39%는 비타민 워터 음용을 통해 미용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고 답했으며, 영국 소비자의 39%는 스트레스가 피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뷰티가 뷰티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인접 영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소비자 경향이 융합 트렌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WHO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여성의 건강 기대수명이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웰빙과 눈에 띄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내면적‧총체적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브랜드들은 표면적인 노화 방지 효과를 넘어 텔로미어 길이 연장, 후성유전학(epigenetics), 세포 노화(senescent cells) 조절 등 노화의 생물학적 근본 원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자료=민텔]다만, 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페이셜 스킨케어 중 2%대 만이 롱제티비 클레임에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은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롱제비티 콘셉트가 굉장히 핫한 반면, 이를 직접적으로 클레임하는 제품은 아직도 드문 편”이라며,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까지 대다수의 클레임은 대체로 in vitro(시험관) 결과에 국한돼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임상적 근거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능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롱제비티 트렌드 또한 잠깐 스쳐가는 유행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서적 웰빙 영역에서는 온라인 채널 강화에 따라 소비자에게 어떻게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세이도는 NTT와 협업해 접촉 없이 원격으로 촉감을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중국 여성의 55%는 편안한 질감의 스킨케어가 정서적 혜택과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시슬리 파리가 선보인 신규 브랜드 NEUR│AÉ는 신경과학과 화장품 과학을 결합해 베타 엔돌핀, 가바(GABA), 코르티솔 등 신경전달물질을 표적으로 피부 외모와 감정 상태를 동시에 개선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스위스 브랜드 IRÄYE는 림프 활성화가 신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과 웰빙 감각까지 연결된다는 ‘림프 과학(lymphatic science)’을 새로운 콘셉트로 제시했다.
서플리먼트와 스킨케어 간의 시너지도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바이탈뷰티는 섭취형 ‘슈퍼 레티놀 C’를 출시하며 직접적인 효능 주장 대신 ‘광채 부스터’로 포지셔닝해 소비자의 요구에 전략으로 접근했다. 타임라인의 유롤리틴(Urolithin A) 함유 구미젤리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근력 및 세포 에너지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효능과 편의성을 결합한 차별화 사례로 소개됐다.
컬러 코스메틱, 지역별 특화 필요
두 번째 트렌드는 컬러 코스메틱 시장의 지역 특화 전략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컬러 색조 화장품 시장은 진정성과 지역별 특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민텔]민텔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중국‧사우디아라비아‧미국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국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중동에서는 브랜드 신뢰도와 현지 뷰티 철학, 원료의 차별성에 초점을 맞추루 필요가 있고,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차별화된 문화적 스토리와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어필과 로컬리즘 간의 균형이 굉징히 중요하다”며, “해외 브랜드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반영하는 제품 역시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멕시코의 한 프라이머 제품은 아가스타체 멕시카나, 선인장 꽃 추출물, 테페즈코우이트 등 현지 원료를 활용해 로컬 마켓 공략에 나선 사례로 제시됐다.
문화적 정체성 재확립도 주요 흐름으로 꼽혔다. 필리핀 문화에 기반한 Y2K 재해석 트렌드인 ‘베봇(bebot) 메이크업’이 틱톡을 중심으로 확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로컬 트렌드가 글로벌 마켓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만 직접적으로 도입하기 보다는 새롭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 적응형 혁신도 페이스 메이크업의 핵심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베이스메이크업 사용자의 59%가 땀‧방수 클레임을 기준으로 지속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도 소비자의 23%는 현지 기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글로벌 뷰티 제품을 기피한다고 답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UV 프로텍션 솔루션과 롱래스팅 포뮬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한국 시장에서 메이크업 제품에 UV 프로텍션을 넣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닌 반면, 글로벌 시장은 이제 그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는 단계”라고 짚었다. [자료=민텔]피부 톤 적합성 강화 흐름도 눈에 띈다. 메이블린의 세럼 립스틱은 16가지 피부 톤 보정 컬러로 구성돼 ‘96%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을 찾았다’는 결과를 강조하고 있으며, 인도 성인 소비자의 70%가 K뷰티 제품이 자신의 피부에 적합한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접근은 로컬 시장뿐 아니라 서구 시장의 디아스포라 커뮤니티에도 어필할 수 있다”며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피케어, 건강한 모발 필수 요소
세 번째는 헤어케어 시장에서 두피 케어가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트렌드다.
이화준 애널리스트는 “이 주제는 제가 스칼프케어‧힙케어에 대해 매년 말씀드려온 내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피케어 클레임이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왔는데 이제 드디어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장은 두피케어‧모발케어 마켓 자체가 워낙 강세이지만 글로벌 시장도 이제 성장하고 있어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카테고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자의 47%는 두피 건강이 모발의 전반적인 건강과 외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잇으며, 브라질 헤어케어 제품 사용자의 59%는 건강한 모발을 위해 적합한 두피 케어 제품 사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일본 소비자의 81%는 최근 6개월간 리브인 두피 케어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도 대비 낮은 침투율을 보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관심도에 비해 아직 침투율은 낮은 상태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그만큼 소비자 교육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전문가와의 협업도 새로운 신뢰 구축 전략으로 제시됐다. 헤어케어 브랜드 오리베는 공인 트리콜로지스트(trichologist) 페니 제임스와 협업해 모발 밀도와 탄력, 탈모 고민을 해결하는 샴푸‧컨디셔너를 출시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트리콜로지는 모발과 두피 건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피부과 전문 분야로, 업계에서의 협업이 아직 흔하지는 않지만 전문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에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의 20~24세 헤어케어‧스타일링 제품 사용자의 74%가 제품 선택 시 패키지에 표기된 전문가 클레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민텔]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두피케어 혁신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민텔 글로벌 신제품 데이터 베이스(GNPD)에 따르면, 샴푸‧컨디셔너‧헤어트리트먼트 중 두피 클레임과 마이크로바이옴 클레임을 동시에 내세운 제품 비중은 2020~2021년 2%에서 2024~2025년 6%로 상승했다.
태국 소비자의 33%는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을 지원하는 제품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소비자 니즈는 크지만 아직 시장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마켓 캡’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케어, 신뢰 확보 경쟁 승리해야
마지막 트렌드는 선케어 시장의 신뢰 확보 경쟁이다. 이화준 애널리스트는 “이 자료는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분야로,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신뢰성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44세 미만 독일인 부모의 32%는 자녀용 선케어 제품 선택 시 인증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으며, 태국 소비자의 90%는 선크림 선택 시 피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영국 성인 응답자의 64%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할 때 자신이 알지 못하는 브랜드의 제품 사용을 피한다고 답해, 안전성 우려가 브랜드 신뢰도에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료=민텔]실제로 지난해 시장에서는 신뢰성 관련 이슈가 잇따라 불거졌다. 호주 소비자 단체 초이스(CHOICE)가 SPF50+를 표방한 선크림 20개 제품을 자체 테스트한 결과, 16개 제품이 표시된 SPF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애널리스트는 “SPF50이라고 표기했는데 실제 테스트 결과 SPF4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단순 품질 이슈를 넘어 심각한 평판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느며, 검증된 SPF 성능 클레임 자체가 소비자 신뢰를 얻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FDA는 지난해 사전 승인 없이 무스‧휘핑‧폼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를 판매한 브랜드에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성분뿐 아니라 제품 제형 자체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감각적이고 혁신적인 제형이라도 규제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규정 준수는 비용이 아닌 전략적 우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위‧과장 정보에 대한 경계도 강조됐다. 미국 브랜드 프라이멀리 퓨어는 “태양은 독이 아니지만 당신의 선크림은 독이다”라는 옥외광고 캠페인을 통해 기존 선크림을 유해하게 묘사하고 자사 제품을 무독성으로 포지셔닝했으나, 피부과 전문의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문가들은 ‘진짜 위협은 자외선 차단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다”며, “근거없는 유해성 주장은 결국 미국 광고표준위원회(NAD) 조사로 이어졌고, 현재 연방거래위원회(FTC)로 사안이 넘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검증된 과학과 책임 있는 커뮤니케이션 만이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자료=민텔]실제 시장에서는 ‘제품 테스트 완료(product tested)’ 클레임을 내세운 선케어 신제품 비중이 2023년 56%에서 2025년 63%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애널리스트는 “향후에는 안과 전문의 테스트, 알레르기 테스트 등 보다 니치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클레임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이러한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관련 클레임 카테고리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발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