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성장의 다음 승부처는 ‘밸류체인’
원료·ODM·패키징·유통으로 자본 몰리고 제약사도 가세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10-27 17:50:16]
K뷰티의 성장과 기회

[CMN 심재영 기자] K뷰티가 수출 세계 2위에 오르며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성장의 과실이 밸류체인 전반에 고르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개별 브랜드의 흥행보다 원료·소재부터 제조, 패키징, 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 수익과 기업가치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발간한 ‘딜로이트 인사이트’ 10월호 리포트 ‘K뷰티의 성장과 새로운 기회: 화장품 산업의 밸류체인 재편과 제약사의 진입’은 K뷰티 성장의 경제적 가치가 밸류체인 어디에서 창출되고 어떤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를 분석했다.
리포트 리더 메시지를 맡은 한형주 파트너(유통·소비재 산업, 경영자문 부문)는 인디브랜드의 약진과 이를 뒷받침하는 원료·소재, ODM, 패키징, 유통 기업의 전문역량과 협업이 K뷰티 성장의 바탕이라고 밝혔다.
수출, 중국에서 미국유럽으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은 2025년 114억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무역수지 흑자는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었고, 수출국도 2024년 172개국에서 2025년 202개국으로 늘었다. 2026년 상반기 수출은 70억 달러(+27.3%)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더 주목할 대목은 ‘어디에서 팔리느냐’다. 2026년 상반기 미국으로의 수출은 14.5억 달러(+41.5%)로 전체의 20.7%를 차지해 1위에 오른 반면, 중국으로의 수출은 10.1억 달러(-6.6%)로 줄었다. 네덜란드(+220%), 영국(+151%), 폴란드(+73%) 등 유럽으로의 수출은 급증했다.
온라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K뷰티 해외 온라인 판매에서 중국 비중은 66%에서 21%로 낮아진 반면, 미국은 54%를 차지했다.
이 같은 시장의 중심에는 인디브랜드와 ODM 기업의 분업 구조가 있다. 2026년 상반기 인디브랜드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은 50.7억 달러(+30.7%)로 전체의 72%를 넘었고,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는 2020년 36개에서 2025년 116개로 늘었다.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연구개발생산은 ODM에 맡기는 구조 덕분에 자체 생산시설 없이도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품화’와 ‘시장 접근’ 역할 확대
리포트는 화장품 밸류체인을 원료소재, OEM/ODM, 패키징, 브랜드, 유통플랫폼의 5단계로 나누고, 이를 제품을 만드는 역량(원료소재, ODM, 패키징)과 시장에 연결하는 역량(브랜드, 유통플랫폼)으로 구분했다. 인디브랜드가 늘고 출시 주기가 짧아지면서 두 영역 모두에서 기업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지만, 같은 단계 안에서도 수익성 격차는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ODM 분야에서는 2026년 2분기 한국콜마(별도)의 영업이익률이 16.4%, 코스메카코리아가 14.2%를 기록한 반면, 코스맥스(연결)는 9.3%에 머물렀다. 리포트는 이 격차가 주로 제품 전문성과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에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한국콜마는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선케어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코스맥스는 해외 확장 투자로 연결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미국법인이 2분기에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냈으며 이탈리아 케미노바 인수로 유럽 거점도 확보했다.
패키징은 차별화된 용기와 친환경 소재, 빠른 출시 대응이 경쟁력으로 꼽혔다. KKR이 삼화를 약 7,330억 원에 인수한 것은 패키징이 단순 부자재가 아닌 기술 인프라로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리포트는 평가했다. 원료소재 역시 IMCD의 동양에프티 인수, 브렌택의 우진무역 인수 등으로 한국의 원료제형 역량이 글로벌 유통망에 편입될 만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음이 확인됐다.
브랜드 단계에서는 격차가 더 두드러졌다. 해외 직판 비중이 높은 에이피알은 2026년 2분기 매출의 49%를 북미에서 올리며 영업이익률 24.8%를 기록했고, 여러 브랜드를 인수해 키워온 구다이글로벌도 2025년 18.6%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냈다.
반면, 중국과 면세점 비중이 높았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0.0%, 6.2% 수준이었다. 구다이글로벌이 인수한 티르티르는 2025년 매출이 높았지만 영업이익은 94% 감소해 히트 제품의 매출 성장만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유통플랫폼에서는 수출 유통기업 실리콘투가 2026년 2분기 매출 4,026억 원(+52%), 영업이익률 20.6%를 기록했고, 북미 매출은 얼타뷰티타겟 등 대형 리테일러 공급이 늘며 78% 증가했다.
얼타는 2025년 7월 K뷰티 전용 플랫폼을 매장에 도입했고, 타겟은 2026년 9월 600여 개 매장에 K뷰티 브랜드를 대거 포함한 뷰티 전문 공간을 열었다. 올리브영도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틱톡샵의 미국 뷰티 거래 규모는 2023년 1억 달러 미만에서 2025년 9억 달러 이상으로 커졌다.
다만 재고를 직접 떠안는 구조에서는 수요가 꺾일 때 재고 리스크가 커지고, 일부 이익률에는 환율 효과도 섞여 있어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리포트는 덧붙였다.
작년 M&A 3.6조 원 ‘사상 최대’
K뷰티 M&A 시장은 2025년 거래 규모가 3.6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 대상도 브랜드를 넘어 원료소재, ODM, 패키징, 유통 등 밸류체인 전반으로 넓어졌고, 매수자 역시 글로벌 사모펀드와 해외 원료화학유통기업 등으로 다양해졌다.
주요 거래로는 ▲KKR의 삼화 인수(2025년 9월, 약 7,330억 원) ▲IMCD의 동양에프티 인수 발표(2025년 10월) ▲코스맥스의 케미노바 인수 계약(2026년 2월) ▲CVC의 실리콘투 투자(2026년 8월, 약 3,000억 원) ▲맥쿼리자산운용의 화성코스메틱·나우코스 인수 계약(약 3,000억 원) ▲MBK SSF의 스킨이데아(메디필)·라이프앤바이오 경영권 인수 계약(약 3,000억 원) 및 아시아마스터트레이드(엑시스와이) 지분 40% 투자 계약(약 1,720억 원) ▲파인트리자산운용 등 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의 앱솔브랩(셀리맥스) 구주 일부(약 30%) 인수 등이 꼽혔다.
리포트는 투자자 유형별로 목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PEF는 반복 수요를 확보한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회수하는 전략을, 해외 전략적 투자자는 한국의 원료·제형 역량을 글로벌 유통망에 편입하는 전략을 취한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는 해외 생산거점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에 무게를 둔다.
멀티브랜드 플랫폼의 대표 사례인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기반으로 스킨1004·티르티르·라운드랩·스킨푸드를 차례로 인수하며 2025년 연결 매출 1조 4,717억 원을 기록해 1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기업가치 10조 원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과는 소수 지분 투자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적 투자 MOU를 체결했다. 다만 인수 이후의 수익성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구다이글로벌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25년 0.2% 증가에 그쳤고, 전체 자산의 약 60%가 영업권 등 무형자산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리포트는 멀티브랜드 플랫폼의 경쟁력이 단순한 브랜드 수가 아니라 유망 브랜드를 선별하고 브랜드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유통·마케팅 등 공통 역량을 결합해 수익성을 높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사, 화장품 밸류체인 진입

화장품 밸류체인에 유입되는 것은 투자 자본만이 아니다. 연구개발 역량과 메디컬 신뢰를 갖춘 제약·바이오 기업도 원료·소재(Upstream)와 브랜드·채널(Downstream) 양 끝으로 들어오고 있다.
배경에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의 성장이 있다.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2025년 약 480억 달러에서 2026년 약 53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며, 국내 더마 스킨케어 시장은 2025년 약 1조 5,557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2020~2025년 연평균 15.7% 성장해 일반 스킨케어(2.1%)보다 7배 이상 빠르게 커졌고, 전체 스킨케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0%에서 17.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원료소재(Upstream)로는 PDRN, PN, EGF 등 재생 분야 바이오 소재가 중심이다.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병풀 추출물 TECA),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코스메틱(PDRN·PN), 대웅제약의 이지듀(EGF), 동화약품의 후시다인, 동아제약의 파티온 등이 의약품 연구자산을 화장품 브랜드로 연결한 사례다.
브랜드채널(Downstream)은 병·의원과 약국에서 출발해 올리브영 같은 H&B 스토어와 자사몰, 이커머스, 해외 채널로 접점을 넓히는 경로가 일반적이다. 특히 리쥬란은 외국인 구매 비중이 절반을 넘으며 2년 연속 올리브영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제약과 화장품의 경계는 양쪽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콜마가 전문의약품 기업 HK이노엔을 연결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것처럼 화장품 ODM이 제약·바이오로 사업을 넓히는 사례도 있다. 리포트는 “앞으로의 경쟁은 ‘제약사 대 화장품사’가 아니라 과학 기반의 차별화와 대량 제조·유통 역량을 누가 먼저 결합하느냐의 문제”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제약사의 진입은 자체 브랜드 중심이지만, 소비재 속도에 맞는 마케팅과 채널 역량은 단기간에 키우기 어려워 제휴와 M&A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관세·규제·과당경쟁 리스크

리포트는 대외 환경이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소액면세 제도 폐지로 수출·물류 비용이 늘었고, 미국·중국의 화장품 안전성 규제 강화에 이어 한국도 2028년부터 안전성 평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어서 규제 대응 비용도 커질 전망이다.
2025년 K뷰티 해외 온라인 판매의 54%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등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점, ODM과 SNS 마케팅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진 점도 리스크로 꼽혔다.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은 8,135개 사에 달한다.
이에 따라 M&A 유망 영역으로는 ODM 선케어·액티브 스킨케어(더마 등), 기능성 패키징 기업, 기능성·바이오 원료 기업, 글로벌 유통·물류 플랫폼, 미국·유럽 현지 생산거점,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등 6개 분야가 제시됐다.
고객·시장 다변화로 특정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 높은 기술 진입장벽과 글로벌 확장성을 갖춘 기업일수록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사 시에는 고객 집중도와 카테고리별 수익성, 특허·금형 기술, 효능 입증 자료, 재구매율과 마케팅 효율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포트는 맺음말에서 K뷰티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는 시장 전체가 함께 커지는 국면에서 기업마다 경쟁력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국면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K뷰티의 다음 경쟁력은 어떤 시장과 고객에서 수익이 나오는지, 그리고 그 수익을 어떤 역량이 지탱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답을 가진 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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