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식사냥꾼의 마케팅 맛보기 07

부대찌개 ? 문화와 상품은 역사 속에 섞인다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15-07-23 오후 8: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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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햄’이라는 것을 처음 먹었던 때가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 비해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햄을 먹어봤다. 옆자리 짝이 좀 사는 집 자식이었는데, 반찬으로 햄을 싸왔다. 내가 싸온 멸치볶음과의 1:1 교환을 명분으로 그 친구의 햄을 뺏어먹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햄, 치즈는 상류층에서만 접할 수 있던 고급 음식이었다. 내가 치즈를 처음 먹어본 것도 주유소 5개 가지고 있던 부잣집 아들이었던 친구 집에서였다. 우리 집에 없던 고급 오디오로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들으며 치즈를 한장씩 들고 뜯어먹던 기억이 선하다. 요즘으로 치면 재즈 카페에서 최고급 와인을 마시며 스모크 처리된 치즈를 찍어먹는 것과 같은 고급진 분위기였다.


40대 후반인 내 기억 속 햄과 요즘 젊은이들의 햄은 다를 것이다. 햄이 꼭 들어가는 부대찌개에 대한 느낌도 당연히 다를 것이다. 햄을 원없이 먹어볼 수 없었던 세대에게는 햄을 넣고 국물을 끓여낸 부대찌개를 먹으면서도 선진국의 음식을 맛본다는 기쁨 같은 것이 있었다. 옛말이다. 이제 부대찌개는 서민 음식이 되었다. 서민의 주류인 소주가 어울린다. 부대찌개를 시켜서 맥주를 마시는 건 왠지 좀 어색하다.


미군은 주둔지의 물건을 잘 쓰지 않았다. 본국에서 먹을 거리, 입을 거리 등을 모두 공수해온다. 모자란 품목도 있겠지만 규정상 1인 할당량보다 남는 품목도 있게 마련이라 먹을 거리를 포함해 많은 보급품들이 부대 밖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콜라, 커피, 초콜릿, 햄, 소시지, 치즈 등이 부대 밖으로 나왔고 이 중 햄을 주재료로 하는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부대찌개란 ‘군대의 찌개’란 뜻으로, 서구의 스튜처럼 진한 한국의 국물 요리이다. 6ㆍ25 전쟁 직후 음식이 부족하던 시절, 일부 사람들이 의정부시에 주둔하던 미국부대에서 쓰고 남은 핫도그, 깡통에 든 햄과 소시지 등 잉여 음식을 이용하여 끓여 먹었던 찌개이다. 비슷한 음식으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린든 B. 존슨의 성을 딴 ‘존슨탕’이 있다.


부대찌개는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여가며 먹어야 소시지가 부드럽고 기름이 겉돌지 않으며, 라면이나 국수사리, 흰떡 등을 푸짐하게 넣어 먹으면 술안주나 한끼 식사로도 좋다. 미군 육군 부대의 기지가 많은 서울 북쪽에 위치한 의정부가 부대찌개로 특히 유명하다.


부대찌개를 탄생시킨 유래에는 미군 부대가 있겠지만, 부대찌개를 유행시키는 데에는 우리나라 햄, 소시지 산업의 발달이 기여했다. 1980년대 중반에 국내 기업에서도 햄과 소시지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양돈 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게 된 후 자투리 고기를 이용한 가공산업이 번창하게 되었다. 이 국산 햄과 소시지로 찌개를 끓일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부대찌개가 지금만큼 널리 퍼질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외래음식이었던 햄을 활용해 우리 식의 찌개 음식을 만들어내고, 국내 육가공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널리 보급해온 것은 그야 말로 외국의 문화와 상품이 현지화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특정 음식이 거부감 없이 우리 문화에 스며든 것은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탄력성을 설명해줄 사례이기도 하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유래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씁쓸하기도 하지만, 먹을 것이 풍족해진 시대에 이를 돌아보자면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추억이 될 수 있다.


2015년의 부대찌개. 이름은 부대찌개지만 사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담겨있다. 뭔가 보글보글 끓여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외래음식이었던 햄을 찌개음식으로 발전시켰는데, 지금 그 내용물들을 보면 또다른 favorite 음식인 라면, 두부 등이 있다. 여기에 소주를 곁들인다. 햄 사리 추가하는 사람보다 라면 사리 추가하는 사람이 더 많다.


외래의 문화와 상품이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당국가가 이미 가지고 있던 문화, 상품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법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외래 음식이었다는 인식마저 없어진다. 화장품을 보자. 이미 K-Beauty가 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전에 없던 화장문화 등을 전파하고 있다. 한동안은 그 원류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미 현지화된 그 화장문화의 기원을 굳이 따지고 강조하는 것을 현지인들은 불편해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햄 파는 회사가 되자. 완제품인 부대찌개를 파는 회사로 영원히 남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 기본이 되는 원재료이자 기본인 햄 파는 회사가 되자. 글로벌 경영이 필수가 된 지금의 뷰티 시장 안에서 우리 회사가 팔아야 할 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쨌건 부대찌개엔 소주다. 내일 저녁에 친구들과 부대찌개에 소주 한잔 해야겠다.


최완 빅디테일 대표 david@bigdet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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