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폐업을 파는 화장품가게

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11-12-14 1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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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릴 파리조차 없어 결국 문을 닫는 화장품 매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의 그늘은 종합 화장품 전문점은 물론, 멀티숍에도 드리워진 것이다.

불황의 여파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빗겨가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아리따움도 올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타사의 멀티숍과 원브랜드숍 매장들도 중심상권의 매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화장품 전체 시장은 성장하는데 화장품을 파는 기업과 화장품 매장들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화장품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10조원을 바라보는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장미빛 전망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원브랜드숍과 백화점이라고 한다. 상위권 업체와 특정 유통채널이 화장품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퇴근시 매일 지나던 대로변에 2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동네 화장품가게에 최근 큼지막하게 ‘점포정리’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진열대를 모두 걷어내 흉물스러워진 매장 바닥엔 종이박스 여러개가 놓여있고 그 위에 수북하게 여러 종류의 화장품들이 담겨 있다. 유명 브랜드 화장품의 클렌징폼, 크림, 샴푸 등을 1,000원, 2,000원에 할인판매한다는 푯말도 함께 붙어있었다.

그런데 주위깊게 살펴보면 메가폰을 들고 큰 소리로 행인들을 유혹하는 점원 너머로 비춰진 화장품들이 진정으로 점포를 정리하기 위한 것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화장품가게가 폐업하고 당장 인수할 사람이 없는 빈 점포에 깔세 매장이 새로 들어선 것이다.

결국 폐업을 한 화장품가게에 '점포정리'라는 현수막을 내걸은 화장품매장이 새로 개업하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폐업을 파는 화장품가게의 개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1년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화장품 시판 시장의 어두운 현실인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씁슬하다.

폐업을 파는 화장품가게. 새해엔 제발 사라졌으면 하면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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