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로드숍,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원브랜드숍 지며 편집숍으로 올인, 아모레·LG 가세 새판짜기 초읽기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18-10-12 13: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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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 시판 유통 환경 변화 점검


[CMN 박일우 기자] 화장품 로드숍 시장의 새 판 짜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원브랜드숍의 급격한 쇠퇴, 후발 편집숍들의 공격적 가세,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의 편집숍 전환 등 H&B스토어가 대세로 자리잡은 로드숍 시장을 뒤흔들 변수가 겹쳐지는 모양새다.


‘화무십일홍’ 추락하는 원브랜드숍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십여년간 원브랜드숍이 이끌어 왔다. 원브랜드숍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유통구조를 줄여 만든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있었다. 여기에 연구개발 및 생산을 전담하는 OEM·ODM 업계의 동반성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기호를 맞춰낼 수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출시 즉시 소비자 반응에 따라 키울 것과 버릴 상품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구조는 원브랜드숍만이 가진 특장점이었다. 수백 개의 품목을 기본으로 갖춘 가운데 매주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능력에 소비자들은 매료됐고, 이는 ‘단일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어지며 10년간 원브랜드숍 시대를 열게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태생적 한계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수년간 할인 여부에 따라 원브랜드숍들을 전전해온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간과함으로써 원스탑(ONE STOP SHOPPING) 쇼핑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또 전반적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과도한 할인 경쟁 등으로 신규 소비자 유입에 실패했고, 기존 소비자층의 연령이 높아지며 브랜드 충성도 하락을 불러왔다. 결국 메르스(MERS)와 사드(THADD) 등으로 국내 소비자를 대체해주던 유커 발길이 끊기자 원브랜드숍의 성장 동력은 메말라 버렸다.


원브랜드숍들이 위기가 올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유커 특수를 누리며 잠시 숨겨져 있는 위기에 대한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2016년 4조원을 위협하던 시장 규모는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는 3조원에도 턱없이 못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전년대비 성장한 원브랜드숍은 투쿨포스쿨밖에 없다. 올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해외매출을 포함해 2016년 1조원 매출 신기원을 기록한 이니스프리마저 국내 매출 기준 2016년 7679억에서 2017년 6420억, 올 상반기 1596억으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스킨푸드 기업회생 신청 ‘충격’


결국 손을 든 업체가 나오고 말았다. 2004년 설립해 2010년 더페이스샵과 미샤에 이어 원브랜드숍 3위까지 올랐던 스킨푸드가 지난 8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몇 년간 하락세를 보였다지만 지난해 12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스킨푸드의 법정관리 신청은 충격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경영이 정상화 되든 그 이전에 매각해 주인이 바뀐다고 해도 향후 로드숍 시장에서 영화를 되찾긴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단기 유동부채를 갚을 길 없어 법정관리를 택한 현실이 스킨푸드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 등 마케팅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 거의 모든 원브랜드숍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다. 특단의 해결책을 구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제 2의 스킨푸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공공연한 소리다.


현시점에서 뽀족한 수는 안 보인다. 로드숍 유통의 큰 흐름은 진작 편집숍으로 넘어갔고, 이를 되돌릴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나마 해외진출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평가받는다. 실제 대다수 원브랜드숍들이 국내시장에선 ‘유지’에 목표를 두고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최근 수년새 원브랜드숍들의 해외진출 지역과 진출국 수는 빠르게 확대돼 가고 있다.


밑바탕이 되는 국내시장에서의 ‘유지 전략’이 만만치 않다는 건 당면 숙제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신수요를 창출하긴 어렵다. 기존 수요를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데, 패권이 넘어간 상태에서 ‘유지’는 버거운 일이다. 말이 쉬워 유지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스킨푸드의 몰락을 계기로 원브랜드숍의 종말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브랜드숍이 현재 로드숍 시장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일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버려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면 가맹점은 없어지고 직영점만 운영하는 형태로 매장이 줄어들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과거 전문점처럼 도퇴될 공산이 크다는 게 내다보는 이유다.


‘원브랜드숍’에서 ‘원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할 거란 예측도 제기된다. 편집숍 입점이나 홈쇼핑 판매 등 타유통과의 접점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투쿨포스쿨은 지난해말부터 올리브영에 입점하기 시작해 현재 1,1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시코르에는 홀리카홀리카가 입점돼 있다. 이니스프리는 홈쇼핑 전용으로 AA밴드를 론칭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며 “홈쇼핑처럼 채널이 다르거나, 원브랜드숍에서 유통의 냄새가 흐려지면 편집숍들도 굳이 입점을 막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벽한 독주 SUPER ONE 올리브영


현재 대세 로드숍 채널은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H&B스토어다. 1999년 문을 연 올리브영을 시작으로 랄라블라(2005년), 롭스(2013년)가 차례로 시장에 진출했다. H&B스토어는 세포라, 부츠 같은 해외시장 화장품 편집숍이나 드럭스토어의 한국형 버전이다. 원브랜드숍 이전 로드숍을 이끌었던 화장품전문점과 약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던 유럽 드럭스토어의 장점만을 따 우리 환경에 맞게 개조한 편집숍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엔 H&B스토어들이 기대만큼 선전하진 못했다. 대표주자 올리브영의 경우 2000년대까진 크게 힘을 쓰지 못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세를 넓혀갔다. 2013년 롭스 합류를 기점으로 H&B스토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된다. 당시 랄라블라(구 왓슨스)가 정체기를 맞으며 H&B스토어가 탄력 받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유통공룡 롯데가 롭스를 론칭하며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올리브영(CJ), 랄라블라(GS), 롭스(롯데) 모두 유통전문 대기업의 자회사라는 점도 당시 H&B스토어에 거는 기대치를 한층 높여줬다.


원브랜드숍 하락기인 2010년대 중반부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온 올리브영은 최근 3년간 매년 20%대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로드숍 대권주자로 자리잡았다. 작년 매출 1조4280억원으로 로드숍 시장을 통틀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격차가 크긴 하지만 2위를 다투는 랄라블라와 롭스 매출까지 합치면 지난해 H&B스토어 규모는 2조원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어 올해 시장 규모 2조원 중반대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올리브영이 득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사실 간단하다. 편집숍이면 당연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브랜드를 판다’는 것.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로 시작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국내·외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끊임없이 발굴해낸 게 올리브영 성장 비결이다. 상품 가격대를 원브랜드숍보다 약간 상위에 뒀던 것도 소비자층 다변화에 도우미 역할을 했다. 올리브영은 현재 전국에 1,100 매장을 선보이며 국내 화장품편집숍 시장을 이끌고 있다.


선두주자임에도 출점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여전히 적극적인 신규 브랜드 발굴을 통해 새로운 히트상품을 계속해서 배출해내는 등 수퍼 원(SUPER ONE)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워낙 확고하게 자리를 닦아놓은 만큼 당분간 올리브영을 위협할 업체가 나오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코르·부츠 가세 달궈지는 편집숍


올리브영이 무게중심을 공고히 잡아논 가운데 랄라블라와 롭스가 벌이는 치열한 2위 싸움의 시너지 효과로 전체적인 시장 경쟁력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왓슨스 시절 정체기에 빠졌던 랄라블라는 새 이름을 얻고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5년 113개였던 매장수는 올 9월말 기준 190여개로 늘어났다. 화장품편집숍으로써 좋지 못한 점수를 받던 매장 구성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한층 나아졌다는 평이다.


후발주자 롭스의 기세도 무섭다. 론칭 5년만에 100호점을 열었고, 9월말 기준 약 114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늦게 출발한 약점은 경쟁매장 보다 크게 매장을 여는 점포 대형화 전략과 대단히 개방적인 입점 브랜드 구성으로 극복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 가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화장품편집숍을 내세운 시코르(2016년말)와 영국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부츠(2017년)까지 가세하며 국내 화장품편집숍 시장이 달궈지고 있다. 신세계가 론칭한 시코르는 고가 백화점과 중저가 로드숍을 잇는 다리 같은 느낌이 소비자에게 먹혀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 등 자사 유통망을 활용한 출점 전략과 럭셔리부터 중가까지 다양한 브랜드 구성으로 H&B스토어가 점령한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오픈하며 매장 수는 15개로 늘어났다. 매장 규모를 감안하면 출점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신세계가 백화점 외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유통망을 확장하는 추세여서 좋은 목에 매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분스로 실패를 맛 본 이마트가 절치부심 론칭한 부츠도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구사하며 입지를 구축해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4월 첫 매장을 낸 부츠는 현재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부산에 총 27개 매장을 열었다. 드럭스토어를 표방하는 부츠는 기존 강자 H&B스토어와 처음부터 차별화됐다. 하지만 화장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경쟁자는 화장품편집숍이다. 부츠라는 이름값에다 기존 편집숍들과 다른 매장 분위기로 일단 소비자 발길은 끈다는 평이다. 부츠의 성패는 독점 브랜드 파워보다는 이마트 유통망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는지, 신규 출점 매장 위치에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입점한 신촌역앞 맥도날드 자리 같은 곳을 계속 차지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크다.


아리따움, 태풍급 변수로 등장


올리브영을 필두로 랄라블라, 롭스의 추격에 시코르와 부츠가 가세한 편집숍들이 조만간 로드숍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원브랜드숍이 쇠퇴할수록 그 시간은 빨리 올 것이다. 세포라가 예정대로 내년 3분기 들어오면 더욱 넓어진 스펙트럼 속에서, 독주하는 올리브영과 그 뒤를 2중 3약이 쫓는 구도가 예상된다.


변화 여지는 있다.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이 9월말 전격적으로 편집숍 전환을 천명하면서 이런 그림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둘이 합쳐 국내 화장품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멀리브랜드숍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의 편집숍 전환은 태풍급 변수다. 일반적으로 과거 화장품전문점 몰락 원인으로 원브랜드숍의 탄생을 꼽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발을 빼지 않았다면 전문점이 현재 편집숍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해왔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예나 지금이나 양사가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막대하다는 의미다.


원브랜드숍 시대를 거치면서 양사의 영향력은 더 높아졌다. 양사의 막대한 자본력과 브랜드력에다 고르고 고른 타사 브랜드가 더해진 편집숍의 파괴력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로드숍 출점 과부하로 돈이 있어도 매장을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전국에 1,321개의 매장을 가진 아리따움과 2년반만에 322개 매장을 출점한 네이처컬렉션의 위력은 더욱 부각된다. 네이처컬렉션은 자사 직영 로드숍을 활용하는 동시에 신규 출점까지 병행하고 있어 매장 수는 급격히 불어날 전망이다.


잘 안 돼서 바꾸는 만큼 타브랜드를 영입하는데 제약이 없어보이는 것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처음으로 선보인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에 입점한 59개 타브랜드를 보면 입점 브랜드 숫자부터 브랜드명까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로드숍 유통이 없는 잘나가는 온라인 브랜드부터 메디힐처럼 탄탄한 로드숍 유통을 보유한 브랜드들도 다수 입점했다. 이왕 시작하는 것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런 흐름에 네이처컬렉션도 조만간 뒤따를 것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의 편집숍 전환은 기대이상의 가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양사의 역량을 고려할 때 2020년내로 편집숍 전환이 완성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년간 역성장을 감안해도 아리따움의 현재 매출 규모는 수천억대다. 매장 수를 생각하면 네이처컬렉션 매출도 적지 않다. 그 자체로 월척급 멀티브랜드숍들이 막강한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 속에 편집숍 시장에 발을 들이는 셈이다. 향후 편집숍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국 유통망을 유지해온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이, 모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전략적인 지원을 받으며 편집숍 구성에 나설 경우 파급력은 실로 엄청날 것”이라며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의 편집숍 전환이 빠르게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혹은 그 전환과정에서 완벽해보이는 올리브영 독주체제가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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