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존재가치는 고객사를 돕는 것"

후발주자로 글로벌 화장품 ODM 1위 신화 창조 … K뷰티 성장에 일등공신 역할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19-03-11 0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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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창간 20주년 기획Ⅰ] 화장품 산업 지형 변화 - 스페셜 인터뷰


이 경 수 코스맥스그룹 회장

[CMN] 1999년 세기말, 20년 뒤 대한민국 화장품이 K뷰티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를 뒤흔들 것이라 예상한 이는, 아니 꿈꿨던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믿겨지지 않는 신화를 이뤄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큰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대한민국 화장품 신화의 중심에 이경수 회장이 있다. 이경수 회장은 OEM ODM 업계 후발주자로서 수십년 이상 앞서나가던 글로벌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코스맥스를 NO.1 화장품 ODM사로 우뚝 세웠다. 동시에 황무지에 불과하던 국내 OEM ODM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에도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CMN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26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코스맥스R&I센터에서 이경수 회장을 만나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ODM업계를 넘어 글로벌 화장품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 회장은 20년전과 변함없이 진솔하고 소탈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코스맥스의 존재가치는 고객사를 돕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수출이든 현지생산이든 관계없이 국내(외) 고객사가 해당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코스맥스가 창업때부터 지금까지 해왔고, 가장 잘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 화장품 산업이 지난 2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업계 중추이자 원로로서 지난 20년을 돌아본다면.

화장품 산업, 정말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화장품으로 1000억 매출 올리는 건 정말 어려웠습니다. 태평양, LG생활건강, 코리아나 정도가 아마 그 정도 매출이 됐었을 겁니다. 10년, 20년동안 공을 들여도 1000억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였는데 요즘은 회사 차리고 몇 년만에 금방 1000억 매출을 하는 회사가 심심찮게 나와요. 또 해외에 나갔다 들어올 때 사오던 선물로 화장품 만한 게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화장품 수입보다 수출이 훨씬 많아졌잖아요. 그만큼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는 의미겠죠.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납니다.


- 지난 20년간 우리 화장품 업계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는다면.

많은 부분이 계속해서 바뀌어 왔지만, 그 중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화는 원브랜드숍의 출현이라고 봐요. 유통변화는 소비자 동선과 취향에 따라 바뀌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서 유통환경이 변화해 간다고 할 수 있죠. 90년대 전문점 유통시절엔 대부분 업체들이 거의 동일한 상품을 1년에 한 번씩 제품명과 디자인, 포장만 바꿔서 가격을 올려 출시했고, 전문점에서는 선심 쓰듯 그런 제품들을 할인판매했었죠.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서 점점 우리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을 치게 됐는데, 이 시기에 ‘거품을 뺀’ 원브랜드숍이 등장한 겁니다. 가격은 싸면서 품질은 좋은 원브랜드숍의 출현으로 우리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회복됐다고 봐요. 우선 제품 가격이 안정되면서 업체들이 마케팅과 고객서비스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고, 결국 이것이 소비자의 눈을 다시 국산 화장품으로 되돌려 놓는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된 거죠. 물론 그 밑바탕엔 OEM ODM 산업이 있었죠.


- 원브랜드숍의 10년 성쇠와 국내 OEM ODM 업계의 고속성장이 궤를 같이 한다는 평이 많은데.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OEM 초기에 브랜드사(고객사)들은 주로 갑자기 물량이 늘어날 경우나, 혹은 직접 생산하기 귀찮거나 마진이 별로 없는 제품만 OEM 회사에 발주하고 주력 제품은 자체 생산하는 식으로 했어요. OEM 업체로선 남는 게 없는 장사였죠.


하지만 원브랜드숍들은 공장이 없고 연구소도 없으니 OEM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OEM 업체 입장에선 상당한 물량을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니 좋고, 원브랜드숍은 연구개발 비용 없이 브랜드 마케팅에만 힘을 쏟으면 되니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상부상조하며 발전한 셈이죠.


참고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ODM( original develop ment manufacturing),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은 유통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아까 유통변화는 소비자에 달렸다고 얘기했었죠? 소비 취향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면서 연구개발능력이 없는 브랜드사가 단순 OEM으론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되자 ODM이 나오게 된 것이고요, 다양한 유통채널별로 무수히 많은 제품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소 규모 업체가 일일이 채널별 마케팅을 감당할 수 없게 되니 제조사가 브랜드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모두 대신해주는 OBM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 27년전 브랜드가 아닌 남들이 잘 하지 않던 OEM으로 사업을 시작하신 이유는.

코스맥스 창립할 때 국내에는 2년전 생긴 한국콜마 정도만 있었어요.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에선 이미 수십년전부터 화장품의 생산(제조)과 판매(브랜드)가 분리돼 발전해오고 있는 상황이었죠. 수없이 발품 팔아가며 해외 시장조사 등을 통해서 제조전문회사로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또 처음부터 브랜드를 하려면 초기 자본도 많이 필요하지만, OEM은 적은 돈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요. 실제 960짜리 임대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 국내 산업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에다 후발주자라는 핸디캡까지,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세계 탑에 우뚝선 비결은.

매출 100억 만드는데 6년 이후 1000억 되는데 11년 걸렸어요. 1조 넘는데는 8년이 걸렸네요. 코스맥스 혼자 잘해서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원료, 디자인, 용기, 생산설비 등 화장품 제조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경쟁력 수준이 생각보다 매우 뛰어납니다. 이런 산업 전반에 걸친 수준높은 역량이 모아지고, 서로서로 뒷받침 해준 덕분에 코스맥스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봐요.


그래도 굳이 비결을 꼽자면 우린 처음부터 기본 방향을 다른 회사와 좀 다르게, 철저한 생산기지별 독립운영과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걸 꼽고 싶어요.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상해에 공장을 세울 때 독립적인 연구소도 함께 만들어 운영했어요. 현지 고객사를 만족시키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추진했고 성공한거죠. 현지와 국내 인력의 힘이 최대치로 합쳐져야만 진정한 시너지가 발생되거든요. 물론 현지인력 고용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죠. 하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원료와 독자적인 생산공정을 갗추게 되면 동일처방이라도 다른 데서는 똑같이 못 만들어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지속적으로 처방을 빠르게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유출돼봐야 구처방일 뿐이니까요. 이게 중국에서 빨리 자리잡은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곧 미국법인에서도 이런 체계를 완비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인 바람은 판교 연구센터에서 전 세계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화장품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세계를 선도하는 ODM 기업의 수장으로서 국내 업계 전체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보는지.

국내 OEM ODM 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은 한 두 회사의 힘만으로 된 게 아닙니다. 많은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산업의 자체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향후 ODM 산업은 더 발전할 것으로 봐요.


솔직히 말해 (자랑입니다만) 인터코스나 일본 제조사 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현재 우리가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을 포함해 글로벌 1위에서 20위권 내 브랜드 중 15군데 고객사와 거래하고 있는데, 이는 제품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 유니레버 같이 생활용품에 더 강점있는 기업과의 거래물량이 상당할 정도로 거래품목의 폭도 넓어요. 우리 회사만큼 만큼 폭넓은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자부합니다. 중국 2곳, 미국 2곳, 태국, 인도네시아 등 어느 회사보다 글로벌 생산기지도 많이 확보돼 있는 상황이고요. 세계 최고라는 말은 않겠습니다만, 누구에게도 밀리지는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 OEM ODM이 화장품업종의 대세로 부각되면서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제까진 업종으로의 진입장벽이 낮았다고 볼 수 있죠. 쉽게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워낙 정보가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온세상에 퍼져나가다보니 세계가 거의 통합권에 속해 있다고 봐야해요. 예전처럼 신제품을 한 나라에서 출시해서 다른 여러 나라로 퍼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죠. 오늘 중국에서 신제품을 내면 내일이면 유럽 소비자들이 알게 되는 시대에요. 더구나 소비자 취향 변화속도에 따라 신제품 개발주기도 계속해서 짧아질 수밖에 없어요. 테스트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죠. 이처럼 신제품 개발과 출시, 공급이 속도전이 되면 결국 ODM사도 글로벌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갖춰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향후 ODM은 지금보다 더 전문화, 분업화가 강화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코스맥스 하면 중국을 떠올릴만큼 먼저 가서 최고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미국에도 제일 먼저 터를 잡았고요. 글로벌화에 대한 선견지명이 탁월한데.

사업 시작할 때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해외박람회마다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습니다. 로레알을 만난 것도 홍콩박람회에서였죠. 2004년 중국에 가야겠다는 맘을 먹고 열심히 상해, 천진, 소주, 항주 등을 다 돌아봤어요. 첨부터 중국에서 중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을 팔 생각이었기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상해를 택하게 된 겁니다. 상해는 오래전부터 상업적 인프라가 발달돼 있어 인력이나 협력회사를 구하기도 좋아요. 지금도 상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만큼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후 오랫동안 상해에서 고객사들과 신뢰를 쌓아 놓은 덕에 사드 여파도 피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미주와 글로벌 생산기지로 선택했어요. 직접 가서 살펴보니 생각외로 미국의 제조시설이 많이 낙후돼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이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계산이 서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로레알이 좋은 조건으로 공장을 매각해주고 간부급 인력도 이어받아서 더 좋았죠. 이후 누월드를 인수하면서 미국에도 두 곳의 생산기지를 갖추게 됐어요. 2020년에는 미국 내 ODM 1위에 오르는 게 목표에요.


- 국내 화장품 유통이 편집숍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인데요. 이런 변화가 ODM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본적으로는 국내 시장규모가 커 나가면 ODM산업도 그에 발맞춰 성장하리라고 봅니다. 다만 소비자의 성향과 유통망의 변화에 맞춰가야겠지요. 최근 쇠락기인 원브랜드숍의 경우를 보면 제품생산과 마케팅 초점이 너무 중국 일변도였잖아요. 그러니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요. 제가 듣기론 올리브영은 20대로만 이뤄진 제품선정위원회에서 국내 고객대상으로 판매할 제품을 선정한답니다. 사드에도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겠죠. 이제라도 원브랜드숍들은 국내 고객에 더 치중하고, 특히 동남아 등 해외로 나가서 철저히 현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K뷰티 열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아요. Made in Korea가 확고한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아가면 갈수록 ODM산업에는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 최근 국내외 시장의 초점이 맞춤형화장품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내년초 본격적인 맞춤형화장품이 등장할텐데요.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맞춤형화장품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맞춤형화장품의 생산과 마케팅,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이 함께 구축되는 게 선결과제라고 여겨져요. 남은 시간도 많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이죠.


제 생각엔 맞춤형화장품을 좀 단순하게 갔으면 해요. 처음부터 종합적인,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맞춤’화장품을 구현하려 하기 보다, 개인체질이나 DNA 맞춤형 또는 피부 성향, 피부 컬러 등 맞춤형에 대한 기준을 세분화시키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어요. 심플한 분류를 통해 부분 맞춤형으로 먼저 시도하는 게 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석자 = 문상록 국장, 이정아 기자, 심재영 기자, 신대욱 기자, 박일우 기자, 김민수 국장

정리 = 박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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