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08-19 오후 4:44:01]
독일 화장품 시장 트렌드
[CMN 심재영 기자] 독일 화장품 시장이 ‘글로우 스킨’과 ‘성분 신뢰’를 축으로 소비 기준이 재편되는 한편, 유통 채널은 드럭스토어의 절대적 우위 속에서도 온라인‧소셜커머스가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이중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유럽집행위원회(EC)가 화장품 성분 기준을 전면 강화한 개정 규정을 공표하고, 제품안전법 개정과 그린워싱 마케팅 규제까지 잇따라 예고되면서 독일은 K뷰티에 성장 기회와 규제 대응 과제를 동시에 안기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6년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6호를 토대로 독일 화장품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심층 분석했다.
독일 뷰티, 연평균 2.2% 성장
독일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2.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메이크업 부문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3%로 전체 부문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으며, 그중 내추럴 메이크업과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각각 5.1%, 4.9%로 부문 내에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스킨케어 부문은 같은 기간 연평균 2.5% 성장했으며, 그중 선케어 제품(4.0%)과 내추럴 스킨케어 제품(3.3%)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반면 퍼스널케어 부문과 뷰티테크 부문은 각각 1.7%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수입 시장에서도 고른 성장세가 확인된다. 2025년 하반기 독일의 화장품 수입시장 규모는 퍼스널 케어 부문 20.7%, 기타 부문 18.1%, 스킨/메이크업 부문 16.3%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샤워‧목욕 품목이 45.8%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 스킨/메이크업 기타 품목에서 5.7%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립 메이크업(3.4%), 아이 메이크업(2.7%) 등 주요 메이크업 품목에서도 유의미한 점유율을 보이며 독일 시장 내 입지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두꺼운 메이크업에서 ‘건강한 피부’로
2023년 이후 독일 뷰티 시장은 두꺼운 메이크업과 윤곽 화장 대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왔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이 노메이크업 룩과 글로우 스킨, 가벼운 텍스처를 선호하게 됐고, 이 흐름 속에서 리퀴드 블러셔와 브론징 드롭스, 스킨 틴트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동시에 성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펩타이드, 엑소좀, 레티날, PDRN 등을 따져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이런 흐름을 타고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피부과 전문의나 뷰티 인플루언서인 닥터에미(Dr.Emi) 같은 소셜미디어 스킨케어 전문가들이 큰 신뢰와 노출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도시별로 미묘한 차이가 관측된다. 뮌헨은 프리미엄 스킨케어와 미용 시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베를린은 니치 브랜드나 오가닉 제품 콘셉트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더 개방적인 성향을 보인다.
드럭스토어, 신규 브랜드엔 높은 문턱
독일 뷰티 유통에서는 옴니채널 전략이 가장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체인 데엠(dm)과 로스만(Rossmann)이 여전히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브랜드는 더글라스(Douglas)와 독일 세포라(Sephora)를 통해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두 유통 축은 신규 브랜드의 진입 조건도 뚜렷하게 다르다. 데엠과 로스만은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으로, 구매 담당팀과의 별도 미팅을 통해 타깃 소비자층과 트렌드 부합성, 리테일러의 가격 구조 충족 여부를 설득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수의 해외 브랜드가 처음에는 현지 유통업체나 리테일 파트너와 협업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더글라스와 세포라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화제성을 확보한 트렌드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교적 개방적이다. 특히 세포라는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장 진입하기 쉬운 채널로 꼽히며,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오던스(Biodance)도 2026년 세포라 매장을 통해 유럽 14개국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한국 화장품 구매에서는 아마존을 통한 구매가 가장 흔하지만, 더글라스와 독일 이커머스 플랫폼 플라코니(Flaconi), 데엠 등도 한국 스킨케어 유통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K뷰티, 스킨케어 TOP10 과반 이상 인기 스킨케어 제품 순위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6년 5월 3주차부터 6월 4주차까지 아마존 독일 스킨케어 상위 10개 제품 중 한국 브랜드가 절반 이상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선케어 제품은 두 시점 모두 1위 자리를 지켰다. 바이오던스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 1위는 바이오던스의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다.
243달톤의 초저분자 콜라겐과 올리고 히알루론산, 프로바이오틱스를 담은 하이드로젤 시트 마스크로, 원단 없이 에센스 자체를 굳혀 마스크팩 시장에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 리뷰 분석에서는 ‘지속적인 보습감’과 ‘높은 재구매 의향’, ‘즉각적인 광채 효과’가 핵심 구매 요인으로 꼽혔다.
이 외에도 달바(d’Alba)의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코스알엑스(COSRX)의 ‘울트라 라이트 인비저블 선크림’, 메디큐브(medicube)의 ‘제로 포어 패드’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실제로 독일에서 인기 있는 K뷰티 브랜드로는 조선미녀, 라네즈, 코스알엑스, 아누아, 메디큐브, 예쁘다 등이 꼽히며, 소비자들이 이들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산이라는 점보다 특정 히트 제품이 틱톡‧인스타그램‧아마존 등을 통해 뚜렷하게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메이크업 부문에서는 미국 메이블린(Maybelline)이 마스카라‧컨실러로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독일 브랜드 엠아삼(M.Asam)의 ‘매직 피니시 메이크업 무스 클래식’이 4위에 올랐다. 1963년 설립된 독일 가족기업 엠아삼은 2025년 데엠에 전용 매대 1,000여 개를 입점시키며 오프라인 확장에 나선 상태다.
신뢰‧진정성이 전환율 높인다
독일 뷰티 시장에서 지금 높은 전환율을 만들어내는 마케팅은 대부분 신뢰, 교육, 진정성, 소셜미디어 노출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솔직하며 제품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결과는 낸다는 확신을 원하며,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와 튜토리얼, ‘겟 레디 위드 미’ 영상, 현실적인 제품 리뷰가 특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의 영향력은 특정 카테고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독일에서는 ‘약국 화장품(Apothekenkosmetik)’ 콘텐츠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더마코스메틱 카테고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피부 배리어 회복, 여드름, 민감성 피부, 자외선 차단, 성분 중심 스킨케어 같은 주제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부상했다.
한국 브랜드는 현대적인 브랜딩과 텍스처에 명확한 성분 커뮤니케이션과 눈에 보이는 스킨케어 효능을 결합했을 때 독일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는 평가다. 다만 독일 소비자는 개선율이나 임상적 수치 같은 효능 표현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일부 한국 제품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선율을 제시할 경우 독일의 더마코스메틱‧약국 브랜드에 비해 덜 강력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U, 12개 성분 사용조건 강화
지난 4월 27일 유럽집행위원회(EC)가 화장품 규정 개정안인 규정(EU) 2026/909를 공식 관보에 게재하며 성분 기준을 전면 강화했다.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의 재평가를 반영해 향료‧자외선차단제‧염모제‧금속 성분 등 총 12개 성분의 사용 조건을 새롭게 정의한 조치다.
네일 제품에 가소제로 쓰여온 트라이페닐 포스페이트(Triphenyl Phosphate)는 내분비교란 및 유전독성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향료 성분 중에서는 벤질살리실레이트(Benzyl Salicylate)가 알레르겐으로 분류돼 표시 의무가 새로 부과됐으며, 시트랄(Citral)과 아세틸화 베티버오일 등에도 농도 제한이 도입됐다. 염모제에 쓰이는 HC 블루 18호 등 색소 3종도 최대 사용 농도가 세분화됐다.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제품은 원칙적으로 2027년 1월 1일부터 EU 시장에 신규 출시할 수 없으며, 기존 출시 제품의 유통 종료 기한은 해당 성분에 따라 2028년 7월 1일 또는 8월 1일로 차등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라벨 문구 수정에 그치지 않고 처방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재조합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수출기업은 12개 규제 성분의 사용 여부를 전 제품군에서 확인하고, 국제화장품원료명(INCI) 목록과 제품정보파일(PIF)‧화장품안전성보고서(CPSR)를 최신 SCCS 의견에 맞춰 정비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판매 정보 독일어 표기 의무화
지난 2월 19일에는 독일의 개정 제품안전법(ProdSG)이 공식 발효됐다. EU 전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일반제품안전규정(GPSR)에 맞춰 독일 국내법을 정비한 조치로, 제조업체와 수입업체, 유통업체는 물론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운영자까지 폭넓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개정법은 사용설명서와 안전정보, 경고문, 판매 페이지 등을 독일어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영어 등 다른 언어로 정보를 제공해온 온라인 판매 사업자에게는 실질적인 번역‧표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반 시에는 최대 10만 유로(약 1억 4,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고의적 반복 위반의 경우 최대 1년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제제 수위가 강화됐다.
온라인‧통신판매를 통해 독일 시장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기업이라면 제품 설명서와 안전정보, 판매 페이지 경고 문구를 독일어로 우선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린워싱’ 표현도 전면 규제
독일은 EU의 소비자권한강화지침(EmpCo 지침)을 부정경쟁방지법(UWG) 개정을 통해 국내법으로 전환하는 절차도 마쳤다.
새 규정은 오는 9월 27일부터 구속력을 가지며, ‘환경친화적’, ‘기후친화적’, ‘그린’, ‘지속가능한’ 등의 표현은 제품이나 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환경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때만 허용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표현은 제품이나 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환경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때만 허용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인증 라벨이나 검증되지 않은 인증 표시도 금지된다.
이번 규제는 독일 국내법 차원에서 적용 범위를 기업간거래(B2B) 관계까지 넓히고 있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반 시 회원국별로 최대 연간 매출의 4%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한국 화장품 수출기업이 독일을 포함한 EU 소비자 대상 온라인 페이지나 포장재에 ‘에코’, ‘천연 유래’, ‘탄소 중립’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면 이번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관련 문구와 인증 라벨의 근거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제3자 검증 체계를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인증 체계 정비, 실제 진출의 관건”
종합해보면, 독일 화장품 시장은 글로우 스킨과 성분 신뢰하는 명확한 소비 기준 위에서 데엠‧로스만과 더글라스‧세포라라는 이중 유통 구조, 그리고 한층 강화된 EU 규제라는 세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 뷰티는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인지도와 신뢰를 빠르게 쌓아왔지만, 메이크업에서의 낮은 인지도와 번역‧임상 커뮤니케이션의 현지화 부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은 EU 성분 규정 개정으로 진입 문턱이 한층 높아지는 만큼 관세보다 인증 체계 정비가 실제 진출의 관건”이라며, “EU 규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시장인 만큼, 성분 사용 전수 확인과 문서 정비, 독일어 라벨링, 그린 클레임 근거 확보를 포함한 현지화된 대응 전략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