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5-09-10 오후 5:39:37]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 연구 동향 분석
[CMN 심재영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화장품을 사용해 보기도 전에 미리 사용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 인플루언서의 메이크업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얼굴 사진 한 장만으로도 피부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받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연구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릭션 모듈, 쿨링 모듈, 어드헤시브 모듈이 장착된 센소노이드(SEnsonoid) 시스템을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은 대규모 화합물 DB 기반의 구조 분석을 통해 신규 성분 개발과 동시에 R&D 효율성을 높인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대한화장품학회(회장 황재성)는 지난 5일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 스퀘어볼룸 A에서 ‘2025년 화장품의 날’ 기념식 연계 행사로 ‘AI 기반 및 개인 맞춤형 최신 기술 연구 동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황재성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화장품 관련 종사자 및 관련 학과 학생 등 2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세미나에서 황재성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화장품 산업의 혁신으로 자리매김했다”며 “AI가 뷰티 산업을 어떻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대한피부연구학회와 함께 오늘 세미나를 준비했다. 오늘 행사가 화장품 산업 종사자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 기술 연구 동향(아모레퍼시픽 남진 팀장) △AI 기반 COSMETIC DERMATOLOGY 분야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LG생활건강 신중곤 책임) △피부 건강 맞춤형 화장품 민감피부 유형별 지질체 프로파일링과 맞춤형 진단 플랫폼 개발(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김혜원 교수) △AI 기반 및 개인 맞춤형 최신 화장품 기술 연구 동향(가천대학교 길병원 김현정 교수)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 중에서 아모레퍼시픽 남진 팀장과 LG생활건강 신중곤 책임연구원의 강연 내용을 정리, 요약했다.
같은 시간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 스퀘어볼룸 B에서는 (사)대한화장품협회(회장 서경배)가 주최하는 ‘지속 가능한 화장품 산업을 위한 패키징의 변화와 대응 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 강연 중 이수행 HK연우 부문장의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자 중심 지속 가능 패키징으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하기’라는 제목의 강연 내용을 정리, 요약했다.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 기술 연구 동향남진 아모레퍼시픽 팀장
남진 팀장에 따르면, 맞춤화장품 AI 뷰티테크의 발전으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AI+AR 기반 가상 체험 △생성형 AI 컨설팅 △지속가능성 연계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의 AI 기능이나 AI 스마트 미러를 통해 피부 진단을 받을 수 있고, DNA 기반 성분 설계 등으로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다. 가상 메이크업(Virtual Try-ON), 색상 추천, 피부 톤 분석, 실시간 메이크업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AI를 활용해 개인화된 뷰티 루틴을 생성할 수 있으며, 챗봇 상담, 아바타 기반 뷰티 컨설팅도 할 수 있게 됐다. AI는 친환경 성분을 선택하고, 리필형 패키징, 제품 낭비 최소화로 ESG 가치를 강화하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모든 업체들은 매장이 고객에 방문했을 때 좀 더 디테일한 분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한 많은 고객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매장에서 직접 대면한 고객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에 빅데이터를 형성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AI 맞춤화장품 뷰티테크는 데이터입력 AI 분석 제품 기획, 추천, 맞춤 제조 소비자 평가의 과정을 거친 정보를 축적한다. 결국, 빅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만들어서 고객이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지가 성공 요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CES에서 스마트 미러를 발표했다. 고객의 피부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주위 환경에 맞도록 조도를 세팅하는데 주안점을 뒀고, 데이터 조도에 맞는 이미지 데이터를 추출한 다음, 고객 본인의 핸드폰으로 전송받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와 콜라보로 개발한 이 마이크로 LED 뷰티 미러는 CES 2022에서 베스트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Dr.AMORE는 인공지능 피부 분석 시스템으로, 전문가에 준하는 피부 판독 기능을 자랑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2024년 AI 기반 감성(사용감) 맞춤형 솔루션 센소노이드(SEnsonoid)를 개발해냈다. 고객의 피부 온도, 탄성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모듈 센서로, 사용감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센소노이드는 프릭션 모듈(Friction Module), 쿨링 모듈(Cooling Module), 어드헤시브 모듈(Adhesive Module)로 구성된다.
프릭션 모듈은 이니스프리 라이트 피팅 파운데이션과 라네즈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라파이너에 적용돼 기존 대비 더 빠른 흡수력을 가진 제품으로 탄생했다.
쿨링 모듈은 카밍 샷 아줄렌 흔적 수분 앰플에 적용됐다. 쿨링감 지속 효과를 측정해 사용 시 처음 느끼는 쿨링감이 늘어지듯 지속되는 쿨링 테일 효과를 발휘하도록 설계했다.
사용감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고객이 맞춤형 화장품을 사용해 보기 전에 미리 사용감을 비롯한 사용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초 CES에서 발표한 버추얼 트라이온(Virtual Try-On) 가상 메이크업 Wanna-Beauty AI는 고객이 유명 인플루언서의 화장법을 가상 메이크업을 이용해 본인의 핸드폰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다.
AI 기반 코스메틱 더마톨로지 분야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 신중곤 LG생활건강 책임연구원
신중곤 책임연구원은 “AI 연구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피부 특성 해석 체계는 새로운 화장품 성분, 처방 기술 개발의 단서가 된다”며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제품 개발 전략은 고객에게 더욱 효과적인 화장품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화장품 산업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형적 R&D 구조로 운영돼 왔다. AI 기술은 이러한 전통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데이터 중심의 순환적 개발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객들도 과학적 근거와 기술적 실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AI를 활용한 개인화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하며, 제품은 생체와 환경 데이터에 기반해 설계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고객의 능동적 구매를 유도하고 피드백을 통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이처럼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별 특성을 정확히 분석,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뷰티테크 시장에서 AI 기술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개인 맞춤 솔루션의 핵심인 AI 진단 기술과 맞춤형 화장품이 결합된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글로벌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다양한 AI 기술을 도입하며, 고객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 연구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피부 진단부터 소재 개발, 맞춤 솔루션까지 화장품 R&D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생체 바이오 마커 발굴과 맞춤형 솔루션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코스메틱 더마톨로지 분야의 효과적인 AI 기술 활용을 위해서는 고품질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LG생활건강은 독자적으로 구축한 DB를 활용해 정밀한 피부 진단과 맞춤 솔루션 개발을 연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비전(Vision) AI로 아주 작은 부위의 피부 변화부터 얼굴 윤곽 변화까지 세분화되고 다차원적인 노화 특징을 진단할 수 있다. 눈가, 볼, 팔자 등 얼굴 부위별로 관찰되는 주름, 색소침착의 미세한 변화 패턴을 분석한다.
특히, 페이셜 랜드마크(Facial Landmark)를 통해 피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태적 노화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AI 알고리즘은 대규모 유전체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 의미있는 패턴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찾아낸다.
동아시아인 5만 7,000명의 피부 유전체 데이터로부터 피부 톤에 영향을 주는 타고난 요인을 발굴했다. 피부 표면의 변화 특징 뿐만 아니라 형태적 노화의 원인 발굴은 통합적 노화 예측 모델의 기반이 된다.
AI를 활용해 얼굴 사진 한 장으로도 피부 특성을 분석, 진단하고 개인 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생성형 AI의 할용으로 기존 비전 AI를 넘어선 피부 진단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수행 HK연우 부문장
이수행 HK연우 부문장은 “유럽 연합(EU)의 경우, 2021년 1월 1일부터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1kg당 0.8유로를 부과하는 ‘플라스틱세(Plastic Taxation)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세금은 플라스틱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EU는 2026년부터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화장품의 친환경 포장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부문장에 따르면, 화장품 패키지는 시각적 매력과 정보 전달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원료가 60%를 차지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14% 정도가 회수되는데 4%의 공정 손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10% 정도만 재활용된다. 글로벌 플라스틱 폐기물은 1980년 5천만 톤에서 2024년 4억 톤으로 증가했는데, 이 중에서 포장재 패키징이 40%를 차지하며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의 재사용(활용)을 통해 자원 순환율을 높이고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장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복합 소재 펌프와 용기를 재활용 가능한 올레핀 계열 소재(PE, PP)로 바꾼다거나 한 가지 소재로만 펌프나 용기를 제작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화장품 업계는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시장구조와 높은 제조 원가에 품질 저하 우려성, 정부 정책 미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딘 편이다.
그러나, 글로벌 환경 및 기후변화 관련 주요 정책과 국제협약, 국내 자원 순환 관련 법규 제정, 국민 의식 변화 등에 따라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