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로더·레블론 ‘꼴찌’, 아모레·LG생건 ‘중간’
그린피스, 글로벌 TOP 30 화장품기업 대상 마이크로비즈 환경지수 조사
[CMN 박일우 기자] 에스티로더, 레블론, 암웨이, 로레알, P&G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화장품기업들이 친환경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좋은 점수는 받지 못했다. 범세계적인 화장품 트렌드가 ‘자연친화’에 기반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부끄러운 단면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근 전 세계 매출 상위 30개 화장품기업을 대상으로 환경피해를 초래하는 마이크로비즈 사용 관련 환경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매출 순위와 환경지수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친환경 브랜드로 이름 높은 기업이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가장 사용량이 많은 치약전문기업 콜케이트 마몰리브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거대기업들의 친환경 수준이라기엔 전반적으로 기대이하라는 평가다.
에스티로더, 암웨이, 레블론은 공동 꼴찌 수모를 당했고, 로레알, P&G도 중위권에 머물렀다. 바이어스도르프(공동 1위/4개사)와 유니레버(공동 2위/8개사) 정도만 체면치레를 했다. 조사대상 중 우리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공동 3위, LG생활건강은 공동 5위로 30개 기업 중 중위권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그린피스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조차 모범사례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공통적인 가장 큰 문제는 각 기업이 마이크로비즈를 정의하는데 크기, 성분, 기능 등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며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만으로 문제해결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크로비즈는 나일론, 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한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뜻한다. 화장품과 치약 등 원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많을 경우 한 개 제품에 약 36만개까지 들어있다.
마이크로비즈는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생태 링크를 따라 최종 소비자인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오염물질이다. 이에 유엔환경계획(UNEP)은 마이크로비즈를 ‘독성 시한폭탄’으로 규정하고 각국에 사용중지를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 현재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마이크로비즈 규제 법제화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법안’을 통과시켰고, 캐나다, 영국, 호주, 대만 정부도 공식적인 법적 규제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의 경우 최근 마이크로비즈를 ‘독성물질’ 목록에 포함시키고 구체적인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 중이다. 이외에 유럽 5개국도 유사 규제안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