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나도 몰라!’ 소비자 길잡이 ‘넛지 마케팅’

부드러운 개입으로 고객 시간 절약 … 선한 의도가 전제 되어야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18-01-01 15:14:08]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2018 화장품 키워드 UNDERDOG - Nudge



최 완
빅디테일 대표
wanloveya@naver.com


‘넛지(Nudge)’. 이미 많은 분들이 이 개념을 알고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정리해본다. 넛지란 팔꿈치로 꾹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바른 선택을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강제적인 규제나 감시 대신,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미국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H.테일러(Richard Thaler) 교수가 2017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며, 2008년 출간된 저서 ‘넛지’의 개념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테일러 교수는 정책 결정자들이 개인의 의사결정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넛지는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유연하고 비강제적으로 접근하여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바탕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불규칙 반응, 변칙 구매하는 소비자


CMN이 새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넛지를 선정한 것은 향후 화장품기업이 소비자의 행동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전통적인 소비자행동모델에 의하면 과거의 고객들은 절도 있게 단계적으로 행동했다. 어떤 상품을 구매(Action)했다는 것은 그 이전에 주목(Attention)하고, 관심을 가지고(Interest), 사고싶다는 생각을 하고(Desire), 이를 기억해두는(Memory)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했다.


AIDMA에 이어 AISAS, SIPS와 같은 행동모델들을 학자들이 논하고 있는 와중에도 고객들은 ‘내 마음 나도 몰라!’ 하면서 주변의 정보들에 불규칙적으로 반응하고 변칙적으로 구매행동을 한다. 기존에 마케팅 계획 수립에 있어 기본으로 놓고 얘기하던 구매 깔때기(purchase funnel)의 개념이 점차 흐릿하게 약해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환경과 IT기술이 발달하면서 무척 다양해진 매체에 고객들은 과거처럼 정보제공자가 미리 정해놓은 패턴과 순서에 의해서 노출되지 않는다.


고객들 각자가 다른 순간에, 또는 동시에 매우 복잡한 패턴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케터들의 새해 계획 수립을 어렵게 한다.



AI, 빅데이터 등으로 고객 동선 예측


복잡해진 마케팅 환경을 정리해줄 기대주들로 AI, 빅데이터, 프로그래매틱 마케팅 등의 용어들이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이 기대주들은 마케터들이 고객의 동선을 예측할 수 있게 해서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신기술만이 마케팅의 해결사는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자동으로 제공되는 정보들에 대해 고객들이 초기에는 신기하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스팸메일처럼 여기게 될 것이다. 이메일과 문자를 처음 사용하던 시기에는 정보라고 여겼던 것들을 우리가 지금 쓰레기로 여기고 있는 것을 보면 된다.


아무리 신기술의 혜택이 좋아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고도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넛지’의 개념은 빅데이터나 여러 IT신기술에 기반한 자동화 마케팅 툴이 확산하고 있는 이 시점에 화장품 기업의 담당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개념이라고 하겠다.



넛지, 명령이나 지시 아닌 ‘선한 개입’


기본적으로 넛지란 부드러운 개입이다. 선한 의도가 전제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지 아니면 도움을 주는지에 따라 넛지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특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화장품쇼핑몰에서 특정 고객이 그동안 보여준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금 고객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제품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구매를 유도한다면 이는 넛지일 수 있다. 수많은 제품 리스트 속에서 헤매야 하는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쇼핑몰이 팔고 싶은, 가장 마진이 높은 제품 구매로 고객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선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넛지가 아니다. 명령이나 지시가 되어서는 안된다.


햄릿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흘러넘치는 정보와 상품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심리 상황을 표현한 신조어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상품은 물론 정보까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대신 골라주는 서비스 ‘큐레이션(Curation)’이기도 하다. 선한 의도와 부드러운 개입이 전제된다면 넛지 마케팅은 ‘내 마음 나도 몰라!’하는 현대 소비자들을 돕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기업만의 이익 위한 넛지는 지양해야


넛지 서적에 선택 설계자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을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부른다.


기업의 마케터는 선택 설계자다. 그런데 착한 설계자와 나쁜 설계자가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이익은 뒤로 하고 기업만의 이익 창출을 위해 넛지를 이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삐끼질, 불법 호객행위이다. 사람과 상점이 넘치는 시내의 어느 골목에서 호객행위에 의해 얼떨결에 웃으며 끌려들어갔지만 시간 지나 생각해보면 불쾌한 경우가 있다. 화장품 기업의 선택 설계자는 고객이 구매 이후에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화장품 기업의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는 고객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상품의 컨셉과 RTB를 기획하는 브랜드 매니저, 용기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사람, 판매 현장에서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카운셀링하는 판매직원, 고객만족센터에서 고객의 질문에 응답하는 사람들 모두가 선택 설계자들이다. 화장품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택 설계자의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과 소비자는 시장 안에서 공생 유지


소비자들이 중학교 2학년 딸과 같은 감성을 가졌다고 생각하자. 설사 브랜드가 부모와 같은 진심과 일관된 애정을 쏟아도 요즘 고객들은 하나의 브랜드에만 마음을 오래 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고, 브랜드가 수행하는 활동들에 대해 그 진정성을 의심하며 반발한다.


구매채널조차 다양하게 넘나든다. 마법사처럼 이곳저곳에 동시에 출현한다. 좋아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갓XX’, ‘애정템’이라 부르며 애정을 퍼붓다가도 한순간에 돌아서 쉽게 모여 불매운동을 할 수도 있다. IT기술의 발달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있고 예민하기까지 한 현대의 고객들을 ‘넛지’라는 용어로 적당히 포장해서 기업이 원하는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갈 수 있으리라는 헛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스팸메일 대접을 받고 싶지 않다면, 시장 안에서 공생해야 하는 현상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늘 부드럽게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넛지다.


Copyright ⓒ cm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 컨텐츠 이미지

뉴스레터뉴스레터구독신청

제휴사 cbo kantarworldpanel kieco
img img
스크린뷰광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