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식사냥꾼의 마케팅 맛보기 01

과메기와 구룡포-브랜딩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15-01-09 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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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과메기가 맛있는 계절이다. 겨울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다. 같이 먹는 야채들과 어울렸을 때 그 맛이 더 좋으니, 어떤 면에선 비빔밥과도 같은 음식이다. 하지만 비빔밥은 재료 중 딱 도드라지는 것이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과메기는 확실한 주인공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과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지만, 의외로 모르는 분도 많으니 이름의 유래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 과메기 먹을 줄 아냐고 물어봤을 때, 매운탕으로 많이 먹는 그 메기의 한 종류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꽤 있다. 과메기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뜻인 관목(貫目)’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 했기 때문에 관메기라 부르다 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라 부르게 되었다.

관목청어(貫目靑魚)라는 말이 있어, 원래는 청어로 만들다가 청어가 잘 잡히지 않게 되면서 꽁치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청어와 꽁치 둘 다로 만들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어쨌건 최근엔 청어가 잘 잡혀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은 청어로 만든 과메기를 쉽게 맛볼 수 있게 됐다.

옛날부터 청어는 돈을 들여 소금을 뿌리는 것도 아까울 만큼 흔한 생선이었다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청어가 알을 낳으려고 해안을 따라 몰려오면, 수억마리가 대열을 이루어 바다를 덮을 정도라고 했다. 이렇게 흔한 생선이라 소금을 뿌리거나 내장 손질도 하지 않고 그냥 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며 말린 것이 지금의 과메기가 됐다.

과메기는 그 맛이 비릿해서 처음 맛을 들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음식이다. 겨울철이 되면 그 생각이 간절하게 된다. 지금 흔히 보는 과메기는 등뼈를 기준으로 갈라서 말린 것이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가르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을 통마리라 한다. 근해산 청어나 꽁치로 만들고 내장이 들어가있는 상태에서 말린 거라 내장 지방이 살 속에 배어 들어가 고소한 맛이 강하다. 옛날에는 통마리만 먹었다. 보통 15일은 말려야 그 맛이 좋다 한다.

배를 갈라서 말린 것을 배지기라 하는데 주로 알래스카산 냉동꽁치로 만든다. 말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갈라서 말리게 된 것이라 한다. 갈라서 말리면 2~3일 안에 상품화가 가능하다. 포항 지방 사람들만 알고 먹던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품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배지기가 나오게 되었다.

과메기는 덕장에서 말린다. 물고기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을 덕장이라 한다. 덕은 널이나 막대기를 나뭇가지나 기둥 사이에 얹어 만든 시렁이나 선반을 부르는 말이다. 덕장에서 말리는 것은 과메기만이 아니다. 황태덕장이란 말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과메기 하면 구룡포. 구룡포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있는 읍이다. 구룡포는 어떻게 과메기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을까. 음력 11월이 되면 청어떼가 동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내려오다 포항 앞바다에서 제일 먼저 잡히는데 이때가 제일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을 때여서 맛이 좋다 한다.

구룡포 과메기가 브랜드가 된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벌교 여자만의 갯벌이 벌교 참꼬막을 유명하게 하고, 영광의 바닷바람이 영광굴비를 만들어낸 것처럼. 뭔가 브랜딩이 되려면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진정한 힘은 본디 가지고 있는 내공에서 나온다. 되고 싶은 마음만으로 브랜드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브랜딩의 비결은 사실 간단하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뭔가를 발견해서, 긴 세월 공을 들여 하나의 스토리를 파는 것이다.

최완 빅디테일 대표 david@bigdet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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