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뷰티굴기 현실화, K-뷰티 위기 봉착
가성비만으론 성장 한계 … '브랜드 시대' 대비해야
2016 대한민국 마케팅 컨퍼런스
팽창의 시대에 위기를 대비하다 - 4개의 경고
[CMN 신대욱 기자] 중국의 ‘뷰티굴기’가 본격화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K-뷰티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거래상이 감소하고 있고 중국인들의 객단가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화장품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한국산이라면 무조건 산다는 중국인들의 인식도 무뎌졌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란 평가다. 따이공 통제와 비관세 장벽 강화, 중국 내수 생산기반 확대, 기술 기업과 인력 유치 등이 중국 정부가 자국 뷰티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벌이고 있는 일련의 정책적 조치다. ‘뷰티굴기’의 시작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 화장품 기업 순위(점유율)를 보면 상하이자화가 11위(1.9%), 자란 12위(1.6%), 프로야 16위(1.2%), 상하이이노허브 20위(1.0%)로 10위권 밖에 줄줄이 포진해 있다. 현재 성장속도라면 수년내 상위권 도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화장품 기업도 샤오미나 화웨이, 알리바바같은 거대 기업으로 도약하는 일이 그리 멀지 않은 일이란 평가다.
이런 상황은 K-뷰티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수출이 70%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K-뷰티는 한류에서 촉발된 중국인들의 한국산 화장품 선호도와 가성비(Value for Money)로 급성장, 취약한 성장 구조를 안고 있다. 대부분 브랜드 가치가 아니라 상품 조건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는 형태를 취했다는 것.
김왕기 WK마케팅그룹 대표는 이를 두고 “본거지를 비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중소기업회관 그랜드홀에서 주간신문 CMN과 WK마케팅그룹이 공동 주최한 화장품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K-뷰티를 이끌어온 것은 거래, 교역 시장이었지 마케팅, 브랜드 시장은 아니었다”며 “거래 시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현재의 팽창에 거품이 많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말하는 본거지(NEST)는 국내에서 확실하고 차별화된 위상을 갖춘 것(National status)과 브랜드에 감성적 매력을 부여한 것(Emotional), 매장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진 것(Shop), 제품과 브랜드의 신뢰도(Trust) 등이다.
본거지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국내 기업 대다수가 기대고 있는 중국 ‘변수’가 ‘상수’로 변하고 있어서다. 최근 불거진 사드 문제도 한중간 문제라기보다 중국과 미국간 패권다툼에서 기인한 불안요소란 점에서 상수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중국은 높은 경제 성장력과 100년을 지향하는 정치 안정성을 바탕으로 전 분야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이라는 대국굴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본거지를 비우지 말아야 하는데 대부분 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가 튼튼해지려면 뿌리에 물을 줘야 하는데 시들고 있는 이파리에 색칠하고 있는 형국이란 경고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중 97~98%가 본거지를 비워두고 있다고 본다. 잘 하고 있는 브랜드는 불과 5개 정도에 불과하단 것.
김 대표는 “무역, 거래 시장에서는 발빠르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시장 기회를 잡았다”며 “이제 교역의 시대가 끝나고 브랜드 시대가 오면 단순히 제품을 팔던 기업들은 변방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이어 “시장이 안정적이면 기회를 찾기 어렵고 불안정할 때 기회가 오는데, 그 기회를 잡으려면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달렸다”며 “본거지를 채우는 것이 브랜드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화장품업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팽창의 시대에 위기를 대비하다-4개의 경고’를 주제를 다뤘다. 김왕기 대표가 ‘K-뷰티, 잔치가 아닌 전쟁 : 본거지를 비우지 마라’를 제언했고 한태수 WK마케팅그룹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이 ‘조건만 남고 판타지가 사라진다’를 주제로 브랜드 판타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재형 비욘드 미디어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하수가 되다, 중국 디지털 마케팅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중국 디지털 생태계를 진단했고 정보영 WK마케팅그룹 이사는 ‘싸울 무기를 놓고 다니다’를 주제로 브랜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