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제2기를 기다리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현지 소비자 완벽 이해 '제1 원칙' 준수, 가성비는 경계해야

이정아 기자 leeah@cmn.co.kr [기사입력 : 2020-01-02 0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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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 기획] 2020 ENCORE K-Beauty + Reverse


김 왕 기 WK마케팅그룹 대표이사


[CMN] ‘중국 시장이 다시 돌아올까요?’, ‘포스트 중국은 어느 나라일까요?’, ‘어떤 제품이 뜰까요?’, ‘K뷰티의 영화는 다시 가능할까요?’ 올 한 해 화장품 산업 종사자를 만나면 듣게 되었던 대표적인 글로벌 K뷰티 관련 질문들이다.


화장품 산업이 심각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 K뷰티의 폭발적인 대흥행은 황금알을 낳는 것 같았고 너도 나도 이 시장으로 뛰어 들어오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늦을세라 조바심을 내며 최대한 빨리 이 배에 타려고 했다. 정부는 이 배를 더욱 빨리 가게 하려고 바람을 불었다. 발 빠른 진입자가 성공을 거두는 듯 했는데 곧바로 ‘사드’라는 암초가 나타났다.


‘너무 많이, 성급하게’ 뛰어든 게 오히려 독이 되어 수많은 배가 암초에 만나 난파선이 되었다.


흥행이 컸던 만큼 상처도 크고 오래갔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회복 중에 있다. 정부는 그 아픔을 일부 공감할 뿐 뼈 속 깊이 절감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전체 K뷰티 규모는 커졌고, Big 기업은 성장했고, 일부 기업은 신흥강자로 등장했으니까 그런대로 괜찮다고 여기는 것 같다.


기업가 정신으로 뛰어들었든, 장사꾼 기질로 뛰어들었든 이 시장에 뛰어든 영세기업, 자영업자,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까지 수많은 기업의 좌절과 위기, 파산은 다시는 재현되지 않아야 하는 아픔인데 아직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명확치가 않다. 사드 사태 이전까지를 K뷰티 1기라고 한다면 지금은 2기로 넘어가는 과도기고 곧 2기가 시작될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과도기를 지나면서 생존을 위한 강한 의지와 처절한 노력은 짧은 시간에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탈중국의 노력으로 그동안 관심이 덜했던 다른 나라를 개척해 냈고 절치부심의 노력으로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에 혹자는 서울을 화장품의 실리콘 밸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히 위기 속에 만들어 낸 기회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2020 이후의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 앞에 써 놓은 질문들로 되돌아가보자.어떤 것은 명확한 답이 보이는 것이고 어떤 것은 질문이 잘못됐다. 중국 시장은 돌아올까? 분명히 돌아온다. 생각보다 더 일찍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중국 시장은 돌아오지만, 돌아오는 중국 소비자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수년 전 ‘한국산’이면 좋아했고 ‘가성비 최고’였고 ‘K뷰티는 모던하고 따르고 싶은 이미지’가 강했다. 중저가, 중가, 중고가까지에 이러한 매력이 만들어졌고 먹혔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과 이미지, 환상은 사드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거의 사라졌고 로컬 브랜드가 그 자리를 급속도로 대체해버렸다. 시세이도 등 J뷰티가 프레스티지 이상의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이 돌아올 때, 우리는 누구와 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 우리의 무엇이 중국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을까? 포스트 중국은 어디일까? 어떤 제품이 뜰까? 이 질문은 틀렸다. 이렇게 접근하면 성공 공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리적, 제도적, 문화적으로 교역이 용이한 국가, 호감도가 높은 국가, 구매력, 경제력이 있는 국가 등 기초 조건은 1시간이면 인터넷만으로도 정보를 다 찾을 수 있다.


그 정도 노력을 다 했는데도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 다음부터는 모르겠다’는 뜻이리라.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은 쉬운 일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제대로 아는 것이 제1 원칙 아니던가. 그 나라 사람의 피부, 생각, 화장 문화, 욕구와 욕망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물리적으로는 피부 탄력은 어떤 지, 피부 색소와 침착은 어떤 지, 주름은 어느 부위에 어떤 모양이고 어떤 특성인지, 왜 그런지, 코와 입술, 턱과 눈꼬리, 속눈썹, 모공의 모습과 길이와 특성은 어떤 지,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알아보고 연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화장품 시장은 무궁한 욕구와 개인적인 특성, 심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몇 개의 회사 몇개의 브랜드로 충족되지 않고 무수히 많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이 존재 가능한 시장이다. 그래서 설령 시장이 포화되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를 아는 것이 선행되게 되면 자연히 기회가 보이고 차별성 있는 제품이 떠오르고 매력 있는 브랜드가 그려지고 준비되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차별적이고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그 브랜드는 웬만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더욱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야 진짜 그 나라 소비자들을 위하고 배려하고 이해한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되고, 설령 절대 체감 품질력에 큰 차이가 안 느껴진다고 할지라도 소비자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게 된다.


K뷰티 성장기에 우리가 약했던 부분이 이것이었고, 수많은 기업이 일순간에 스러져버린 이유도 이것이었다. ‘국내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글로벌 성공이 더 쉽다’라는 말은 잘못됐다. 그 저변에는 ‘좀 노력을 덜해도, 연구를 덜해도, 준비를 덜해도 된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말이다.


‘화장품은 감성 산업’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은 그 만큼 감성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지 이성적 실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이성적 실체가 강력하고 정교할 때 감성의 효과는 수십, 수백배 강력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타국에서의 브랜드 운영은, K POP 등으로 분위기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어느 나라든지 소비자는 쉽게 변하고 변할 준비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무섭고 냉정하고 배타적인 소비자와 언론, 단체가 존재하고 그들은 국수적 배타성을 바탕으로 언제든 외부인에게 칼을 꽂을 빈틈을 노린다.


그것을 방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로컬 소비자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이성적 실체의 준비이다. 아직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에는 ‘과거 K뷰티의 대흥행’이라는 위험한 환상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한탕주의’ 같은 도박성 기대도 일부 있다. 실패로 이끄는 마약과 같다. 떨쳐버려야 한다. 우리의 잠재력, 축적된 경쟁력, 노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제2의 K뷰티는 곧 올 것이고 더 팽창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K뷰티와는 질적으로 확연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확실한 브랜드 스타일과 스토리가 있고, 혁신적 제품 차별성이 명확한 인디, 언더(indie, under dog) 브랜드, 로컬 소비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한 브랜드, 디지털 상품화, 디지털 4P전략이 준비된 브랜드, 브랜드 성공 구조를 갖춘 브랜드가 K뷰티 2기 팽창을 이끌 것이다. 그런 준비 없이 과거 영화의 재현만 바라는 자는, 미국 골드러쉬 서부시대에 금광의 환상에 빠져 평생을 피폐한 모습으로 방황하는 노숙자가 될 것이다.


하나만 더 노파심으로 사족을 붙인다. ‘가성비’라는 말을 경계하라. 가성비는 ‘지불한 가격에 비해 쓸 만한, 꽤 괜찮은 제품’인데 회사 내부적으로 자칫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돼, 아주 차별적이지는 않아도 돼, 지불한 가격 이상의 가치만 주면 돼’라는 그릇된 인식과 업무 합리화거리만 던져 줄 수 있다.


내가 만난 몇몇 기업에서는, 심지어는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된다. 모든 회사는 특정 부분 만큼은 최고의 성능, 기능, 효능, 성분을 추구하고 도전해야 하고, 어떤 제품과도 다른 차별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설 수 있는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에 소비자가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고 말을 할 순 있어도 회사 내부에서 그런 말을 스스로 던지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사드로 촉발된 K뷰티 과도기는 큰 상처를 주었지만 우리에게 큰 교훈과 힘을 주었다. 이제 그를 바탕으로 2기를 준비 해야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간 지난 아픔을 다시 반복하지 않고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찬 2020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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