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시대 '착한 화장품'이 뜬다

동물실험금지는 기본 동물성 원료 배제한 비건 화장품 전성시대 개막

박일우 기자 free@cmn.co.kr [기사입력 : 2020-03-08 15: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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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N 창간 21주년 기획특집Ι] C.L.E.A.N - Cruelty free


[CMN 박일우 기자] 언제부턴가 ‘착하다’는 표현을 외모 평가에도 사용한다. 착하다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말과 행동, 마음씨가 곱고 바르고 상냥하다’고 돼 있다. 이처럼 사람의 심성과 언행을 나타내는 말을 외모에까지 적용해 쓴다. 일종의 언어유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착하다라는 말은 외모전성시대를 대변하는 단어라고도 볼 수 있다.


화장품은 외모를 가꾸는 도구다. 달리 말해 스스로의 외모를 착하게 보일 수 있도록 꾸미는데 쓰이는 용품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착하게 가꾸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온 화장품이 착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클린 뷰티 시대의 선봉장격인 동물실험하지 않는 착한 화장품이 각광받는 밑바탕에는 이런 소비자들의 인식이 담겨있다. 더불어 인류의 무분별함으로 썩어가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친환경 캠페인과도 연관이 있다.


피부에 사용하는 화장품은 인체친화적일수록 좋다. 동물실험을 하거나 동물의 몸에서 유래한 원료를 배제한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화장품이 ‘착한 화장품’으로 각광받는 것은, 이 제품들이 가장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인체친화적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시대 최적화된 아이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착한 화장품에 가장 부합하는 비건(vegan) 화장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세로 불리지만 아직 비건 화장품은 소비자들의 주된 선택(많은 판매량)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등 기술적 한계에 따른 구조적 문제일 뿐, 머지않아 비건 화장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데 업계 이견은 없다.


이런 흐름은 실제 통계치에서도 감지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6.3%씩 성장해 2025년 208억달러(한화 약 24조7790억원)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민텔(Mintel)도 비건 뷰티 시장규모가 2013년부더 2018년까지 5년간 175% 성장했고, 이 기간 동안 출시 제품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비건 화장품은 단순히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완벽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에서 유래한 비건 화장품의 목표는 동물 보호에 있다. 이 때문에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금지는 물론, 동물성 원료 사용도 배제하는 게 원칙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중화를 더디게 하는 구조적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비건 철학을 지키려면 원료 공급부터 매우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동물성 원료를 원천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이를 대체할 식물성 원료를 찾아내는 일까지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또 저가의 동물성 원료 대신 고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야 하므로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가격을 이기는 경쟁력은 없다. 비건 화장품이 앞으로 넘어야한 가장 큰 산이다.


안전성 확보, 대중국 수출 성장 걸림돌


인체에 사용하는 화장품에 대한 안전성 테스트는 필수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아직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수준이 이 모든 수요를 채워줄 만큼 올라와 있지 못하다. 착한 화장품이 넘어야할 두 번째 산이다.


EU가 최초로 2013년부터 동물실험 화장품 제조·유통을 금지한 이후 우리나라도 2017년 2월 동물실험금지법안을 제정, 시행했다. 이후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세계 1,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동물실험 화장품의 제조와 유통을 허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물실험 화장품 제조·유통이 금지되기 이전부터 동물대체 시험법이 속속 개발되며 2019년 기준 21개 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이 제정돼 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안(眼)자극 동물대체시험법이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승인받다 세계에서 4번째로 안자극 동물대체 시험법 승인국가가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법제도 정비에도 일선 현장에서 동물실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최대 수출국 중국이 여전히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한 화장품만을 수입하고 있어서다. 대중국 수출로 먹고 사는 산업 현실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만간 중국도 동물실험금지 추세에 동참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중국 화장품산업 기초체력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


법제도로 강제하진 않는 건 같지만 미국 상황은 중국과 조금 다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비건 브랜드의 상당수가 미국 브랜드이며, 전 세계에서 비건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동물실험 금지법안이 시행된 만큼 조만간 다른 주들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비건 화장품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이 시장에 더욱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1위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12월 미국 유명 비건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동안 대량 생산이 쉽지 않은 비건 화장품 특성상 메이저급 회사(브랜드)들의 참여가 저조했었다. 이런 시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비건 시장 진입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단순 ‘동참’보다 리딩(leading)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세계 OEM·ODM 업계의 수위를 다투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속속 비건 생산시설 인증을 획득해가고 있다는 점도 향후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방향타다. 코스맥스는 지난 2018년 아시아 최초로 프랑스 인증기관인 이브(EVE)로부터 화장품 생산설비에 대한 비건 인증을 받았다. 한국콜마 역시 최고 역사를 가진 영국 인증기관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최근 다수 제품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고, 인증 제품 수를 계속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굳이 따지지 않아도, 필환경 시대에 최적화된 크루얼티 프리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 이제 관건은 커지는 시장을 업계가 어떻게 잘 소화해내야 하는가다. 가장 경계할 것은 유행을 틈타 돈만 벌려고 하는 무늬만 비건 화장품의 범람이다.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관리감독,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모든 소비자들이 착한 화장품으로 착한 외모를 가꿀 수 있도록 시장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착한 화장품이 K뷰티를 다시 뛰게 하는 차세대 히트 아이템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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