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 기자 jysim@cmn.co.kr
[기사입력 : 2026-02-24 오후 5:34:59]
초저가 화장품 시장 동향 분석 다이소 화장품 코너(뷰티존) [사진=심재영 기자][CMN 심재영 기자] 국내 화장품 시장의 가격 공식이 완전히 해체되고 있다. 과거 1만원~3만원 대가 주류를 이뤘던 기초·색조 시장에 1,000원~5,000원대 ‘초저가’ 제품이 파고들며 단순한 가성비 트렌드를 넘어선 구조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2026년 현재 초저가 화장품은 더 이상 주머니가 가벼운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닌, 구매력을 갖춘 3040 세대의 일상적 소비 패턴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다이소에 이어 대형마트, 편의점뿐 아니라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무신사 스탠다드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을 내세운 첫 번째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다이소 화장품, 지난해 70% 성장
초저가 화장품 열풍의 중심에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있다. 다이소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144% 폭증한 데 이어 2025년에도 약 7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임시 대체제’로 여겨졌던 저가 화장품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품질력을 인정받으며 주류 소비 채널로 격상됐다.
2022년 말 7개 브랜드에 불과했던 다이소 입점 화장품은 VT코스메틱(리들샷), 손앤박, 에이솔루션, 닥터지(다이소 전용) 등 160여 개 브랜드, 1,700여 종으로 대폭 확대되며 명실상부한 ‘뷰티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다이소 화장품의 주요 성장 요인은 △균일가 및 초저가 전략 △제품력 인정 및 브랜드 확대 △소비층 확산을 꼽을 수 있다.
500원부터 최대 5,000원까지 6가지 가격대만 운영하는 균일가 정책이 고물가 시대의 실속 소비 트렌드와 부합한 데다 과거 저가 화장품에 대한 인식을 깨고 SNS 등을 통해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기존 1020 세대뿐만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3040 세대가 기능성 스킨케어(리들샷, PDRN 등)를 구매하며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20 세대가 주 고객이었다면, 현재는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춘 3040 세대가 최대 고객층으로 부상하며 시장의 주류가 됐다.
다이소는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샵다이소’를 통한 배송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올리브영과 같은 기존 뷰티 채널과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대기업, ‘미래 고객’ 잡기 위한 선택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같은 화장품 대기업과 1세대 로드숍(더페이스샵, 에뛰드, 토니모리 등)들이 다이소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을 하나 더 팔기 위함이 아니다.
이들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생존’과 ‘미래’를 동시에 잡으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입장에서 다이소는 수익 창출보다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1020 세대는 친구를 기다리거나 놀 때 다이소를 방문하는 것이 일상이 됐고, 이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기업의 서브 브랜드 제품을 먼저 경험하게 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를 높여준다.
향후 이들의 구매력이 커졌을 때, 다이소에서 써본 긍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백화점이나 올리브영의 본 브랜드(고가 라인)로 이동하게 만드는 사다리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또한, ‘서브 브랜드’를 통한 브랜드 자산(Equity) 보호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과 로드숍 브랜드들은 다이소에 직접 입점하기 보다 ‘미모 바이 마몽드(아모레퍼시픽)’, ‘케어존/퓨어더마(LG생활건강)’, ‘본셉(토니모리)’ 등 다이소 전용 서브 브랜드를 내세운다. 기존 고가?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초저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만약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본 브랜드에 미치는 타격이 적다. 성공할 경우 새로운 수익원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제조 기업들은 초저가 브랜드들의 주문 폭주로 인해 ‘박리다매형’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무신사도? 초저가 경쟁 2라운드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3층에 위치한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매장 [사진=심재영 기자]다이소가 쏘아올린 초저가 화장품 경쟁은 이제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가족 단위 고객과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을 겨냥해 고기능성 성분을 담은 가성비 뷰티존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협업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등 전 제품 4,950원 균일가 브랜드를 12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가성비 뷰티존’을 통해 지아자(Ziaja), 미니페이스 등 4,950원 균일가 화장품을 판매 중이다. 이들 제품은 패키지를 간소화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여 ‘대기업 제조+마트 유통’의 신뢰도를 제공한다.
편의점들도 접근성을 무기로 1020 세대와 긴급 구매 수요를 공략하며 ‘뷰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소용량?초저가 제품군을 늘리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GS25는 ‘손앤박’ 등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한 3,000원 대 색조 제품으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무신사의 PB 세컨드 라인인 ‘리틀리 위찌’를 비롯해 메디힐, 듀이트리 등과 협업해 1,000원 ~ 3,000원대 소용량 제품도 단독 판매하고 있다.
CU는 엔젤루카 등과 손잡고 3,000원대 기초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 초저가 화장품은 주로 파우치 형태의 소용량 제품이나 1+1 행사를 적극 활용해 가격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를 통해 1만 원 미만의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으로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지난 12일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3층에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는 뷰티 라인을 별도의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뷰티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됐다.
이 뷰티 매장에서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 등 주요 상품 20여 종을 판매 중이다. 토너, 세럼, 크림 등 기초 스킨케어 제품이 3,900원 ~ 5,900원대로 형성돼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 [사진=심재영 기자]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 [사진=심재영 기자]‘증명된 효능’이 구매 결정
2026년 초저가 화장품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케팅 솔루션 리스닝마인드(ListeningMind)가 발표한 2026 뷰티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뷰티 및 스킨케어 소비자 중 무려 89%가 실제 구매 전 탐색 단계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성분 리터러시가 높아진 소비자들은 초저가 제품이라도 성분 함량과 임상 데이터를 꼼꼼히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소좀, PDRN 등 고기능성 성분이 5,000원 미만 제품에 탑재되는 기술 혁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6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리트머스 소비(Litmus Consumption)’다. 이는 5,000원 미만의 초저가 제품을 통해 자신의 피부 적합성을 먼저 테스트해 본 뒤, 만족도가 높으면 동일 성분의 고가 라인으로 넘어가거나 혹은 그대로 초저가 제품에 정착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화장품 용기에 적힌 브랜드 로고보다 뒷면의 전성분표를 먼저 읽는다. 엑소좀, PDRN, 레티놀 등 고기능 성분이 포함돼 있다면 브랜드와 상관없이 장바구니에 담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으며, SNS와 화장품 분석 앱을 통해 “A사 5,000원 제품과 B사 5만 원 제품의 핵심 성분이 같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비싼 것이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무너졌다.
또한, 틱톡, 릴스 등에서 ‘다이소 꿀조합’, ‘편의점 완판템’과 같은 콘텐츠가 실시간 구매로 연결되며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반기도 ‘실용 소비’ 지속될 듯
올 하반기 화장품 시장도 실용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초저가?매스티지 시장의 비대화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럭셔리 브랜드의 심리적 저지선은 높아진 반면, 초저가 제품의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의 발길이 ‘실속’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기에도 명품 립스틱을 사던 ‘립스틱 효과’가 ‘듀프(Dupe, 복제) 효과’로 대체되고 있다. 6만원 대 명품 립밤과 성분이 흡사한 3,000원 대 편의점 제품이 SNS를 통해 증명되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 로고에 지불하던 비용을 아깝게 여기기 시작했다. 무작정 싼 것이 아니라, 명품과 품질이 같은데 가격은 10분의 1이라는 데이터가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불황기가 지속되면서 하반기에는 여러 단계의 화장품을 바르기보다 하나를 써도 제대로 된 효능을 여는 ‘에센셜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풀 라인업을 갖추기 보다, 꼭 필요한 핵심 앰플이나 크림을 다이소나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와 같은 초저가 채널에서 고성능 제품으로 구매하고 나머지는 생략하는 방식의 구매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자외선 차단과 톤업, 기초 케어가 한 번에 되는 5,000원 대 올인원 제품들이 실용 소비의 핵심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초저가 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유통사의 신뢰 담보에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글로벌 수준의 제조사가 초저가 PB 생산을 맡으면서 ‘다이소 제품도 대기업이 만드니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퇴근길 편의점, 생활용품을 사러 간 다이소 등 일상 동선 안에서 이뤄지는 실용 구매가 백화점 방문이라는 ‘목적 구매’를 압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 하반기 뷰티 시장의 승자는 ‘얼마나 비싼가’ 혹은 ‘얼마나 싼가’가 아니라,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 대비 얼마나 확실한 효능을 즉각적으로 체감시켜 주는가에 달려 있다.
앞으로 화장품 업체는 가격을 더 낮추거나 용량을 늘리는 ‘실질적 혜택’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