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MN] 일진코스메틱 유동진(89) 회장이 지난 2월 6일 별세했다. 1936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난 유동진 회장은 1962년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 ‘일진코스메틱’의 전신인 일진화학공업사를 설립하며, 한국 미용산업의 초석을 다졌다.
유 회장은 “브랜드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그 이름을 부를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는 믿음 아래, 제품의 가치는 제조사가 아닌 고객의 선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집은 단순한 제품 혁신을 넘어, 고객 중심 철학을 실천하며 국내 미용 제품의 혁신을 일궈 왔다.

일진코스메틱의 출발점은 서울 용두동의 작은 실험실이었다. 모두가 배고픔, 가난 등과 싸우며 생활을 하던 어려운 시기에, 유동진 회장은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신념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퍼머넌트 제품은 강한 화학 성분으로 모발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화장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고, 외국 제품의 의존도가 높았다. 유동진 회장은 국산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사명 아래,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며 천연 모발 성분인 ‘시스테인’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15년간의 연구 끝에 1976년, 국내 최초의 시스테인 퍼머넌트 제품 ‘케론 시스테인’을 출시했다. 기존 퍼머넌트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한 케론 시스테인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미용시장 최대 점유, 최고 품질, 단일 제품 최대 생산실적 보고를 한 제품으로 자리잡으며 국내 미용 시장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를 계기로 일진코스메틱은 다양한 제품군 개발, 생산시설 확충, 교육 시스템 확립을 이어오며 헤어 프로페셔널 전문 제조사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미용 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1980년대 일본 아리미노사와 기술 제휴를 맺으며 연구개발 역량을 높였고, 1997년 시화공단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설립하며 품질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식물성 단백질 컨셉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토탈 헤어 케어 브랜드 ‘나뚜비아(NATUBEA)’를 선보여 일찍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아르떼(Arté)’ 브랜드를 출시하여 중국, 동남아, 러시아,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6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달성하며 한국 미용 제품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2002년 9월에는 일진코스메틱 창사 40주년을 기념하고, 한일 월드컵과 함께 글로벌 미용 문화의 교류를 위한 한일 공동 헤어쇼 ‘Made in KOREA ILJIN Revolution’을 올림픽 역도 경기장 특설 무대에서 개최했는데 당시 한국 헤어쇼 최대 관객을 동원했고 한국과 일본의 유명 미용인들을 통해 한국의 발전한 미용 산업을 아시아 및 전 세계에 알리며 K-BEAUTY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또한, 일진코스메틱의 50주년을 맞은 2012년에는 한국을 넘어 중국 베이징에서 한, 중, 일 헤어쇼를 개최함으로써 세계로 도약하는 K-BEAUTY와 글로벌 일진코스메틱의 위상을 높였다.
유동진 회장이 설립한 일진(一珍)코스메틱은 ‘하나뿐인 보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보배 같은 직원, 보배 같은 제품, 보배 같은 고객’이라는 그의 설립 취지와 함께 지난 63년간 한국 미용 산업을 개척하면서,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정도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유동진 회장의 업적과 철학은 일진코스메틱을 통해 면면히 이어지며, 한국 미용 업계와 미용인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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